A: 센서가 정보 감지… 컴퓨터가 모터로 엔진 가속
자동차는 평균 2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자동차에서 전자(電子)부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와이퍼를 움직이는 모터나 전구 정도로 1%(가격기준) 미만이었지만, 현재 우리가 타는 차량은 부품의 30% 정도가 전자부품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을 이해하려면 우리 몸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우선 감각기관에 해당하는 각종 센서(sensor)가 엔진의 상태, 네 바퀴의 움직임 등을 감지합니다. 중형차에는 통상 50여 개의 센서가 있습니다. 이 센서들이 모은 정보는 차의 두뇌인 전자제어부(Electronic Control Unit·ECU)에 전달됩니다. 일종의 소형 컴퓨터인데, 사람과 다른 점은 이런 뇌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점입니다. 엔진을 담당하는 ECU, 에어백을 관장하는 ECU 등이 있고, 요즘은 엔진과 브레이크, 조향장치를 종합적으로 제어하는 통합 ECU도 있습니다. ECU는 센서가 감지한 정보를 프로그램에 따라 분석한 뒤 손·발에 해달하는 모터로 전달해 엔진의 연료밸브, 브레이크 등을 움직입니다.
전자제어장치는 대체로 가속장치(엑셀레이터)에서부터 도입됐습니다. 종전에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으면 페달을 밟는 힘이 그대로 강철 케이블을 통해 전달돼 엔진의 연료 밸브를 직접 열고 닫는 방식이었습니다. 페달을 깊이 밟아 밸브를 많이 열면 엔진 안에 공급되는 연료가 늘어나 그만큼 폭발력이 커지고 차의 속도가 올라가는 원리입니다. 반면 요즘 채택된 전자제어장치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으면 센서가 운전자가 원하는 가속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감지한 뒤 데이터 케이블을 통해 전자제어부에 정보를 전달합니다. 전자제어부는 이 정보와 엔진 내부 센서에서 보내온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연료의 양과 주입 속도, 엔진 점화(點火) 시점을 프로그램에 따라 계산합니다. 이 정보는 다시 데이터 케이블을 통해 엔진에 전달되고 엔진에 있는 모터가 컴퓨터 정보의 지령에 따라 연료밸브 등을 열어 가속을 하게 하는 원리입니다.
전자제어방식은 가속에 필요한 연료의 양과 분사 시기를 수만분의 1초 단위로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연료 공급을 줄여 연비를 높이고 매연 매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과거 기계식은 밟는 만큼 그대로 가속이 되는 반면 전자제어식은 부드럽게 가속이 되는 느낌을 줍니다.
브레이크에 적용되는 전자제어장치는 기존의 브레이크 기능을 보완합니다. 요즘 나오는 차는 대부분 유압(油壓)식 브레이크입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실린더 안에 든 브레이크 오일이 관을 따라 밀려나가면서 각 바퀴에 달린 브레이크 패드를 밀어 바퀴를 세우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더해진 대표적인 전자 장치가 ABS(Anti-Lock Brake System)입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 노면의 상태나 차의 진행 방향에 따라 자동차의 네 바퀴의 회전수는 미세하게 차이가 납니다. 이 경우 차체가 한쪽으로 쏠릴 위험이 있는데, ABS는 바퀴에 달린 센서와 전자제어부가 이 차이를 감지, 브레이크를 잡았다 놓기를 반복해 차를 안정적으로 몰 수 있게 해 줍니다. 요즘에는 단순히 브레이크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엔진의 출력까지 함께 조절해 차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번 도요타 사태의 경우 가속페달이 원위치로 돌아오지 않는 결함이 문제가 됐습니다. 도요타는 가속페달을 원위치로 밀어주는 부품과 페달 연결 부위가 마찰로 달라붙었고, 가속 장치 안에 작은 철 조각만 끼우기만하면 이런 현상이 없다진다고 주장합니다. 한마디로 기계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
반면 미국 정부와 언론은 전자제어장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합니다. 엔진의 가속을 판단하는 전자제어부에 문제가 있어 폭주(暴走) 현상이 나타났다는 의혹입니다.
브레이크가 순간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도요타 프리우스의 경우는 전자제어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프리우스의 경우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유압식으로 차를 세우는 브레이크와 마찰로 발전기를 돌리는 재생(再生) 브레이크가 작동하는데, 이 과정을 조정하는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겨 1초 정도 브레이크가 듣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닛산 전기차 ‘리프’는 전체의 70%가 전자부품
전문가들은 자동차가 TV 같은 전자제품이 되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지금은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부가 기능별로 나뉘어 있지만 이런 기능을 점차 통합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뇌나 컴퓨터의 CPU(중앙처리장치)처럼 하나의 중앙제어부가 자동차 전체를 관리한다는 뜻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단계가 되면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놓아도 스스로 가는 자동차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에 나온 차들은 이미 운전자의 지시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볼보는 앞에 보행자나 다른 장애물이 있는데도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스스로 멈추는 차를 내놓았습니다.
차에 달린 소형 레이더와 카메라가 전방의 사물을 감지하고 차량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최근 나오는 고급 승용차는 운전자가 상향등을 켜고 운전을 하더라도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알아서 하향등으로 바꿔줍니다. 비가 내리면 자동으로 와이퍼를 움직이고, 주차장에서는 핸들에 손을 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주차를 해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최신형 에어백의 경우 좌석 아래 있는 센서가 운전자의 몸무게와 자세를 감지합니다. 만약 어린이가 탔다면 에어백이 터지는 강도와 각도를 조절해 에어백으로 인한 질식사를 막습니다.
전기차의 발전은 이런 흐름을 더 빠르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올해부터 판매되는 닛산의 전기차 '리프'는 전체 부품의 70% 정도가 전자부품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려도 있습니다. 차량이 전자제품처럼 움직이다 보니 프로그램 오류가 곧장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