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별 전채 등 신선한 재료 - 치킨스톡·클램차우더로 육수 - 스테이크는 고령 도축업체서 - 2~3주 숙성 거친 고기 사용
동래구청 인근에 맛있는 가정식 레스토랑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작심하고 방문한 날 식당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까르보나라
알고 보니 동래구청 주차장 정문에서 나와 보이는 돌담길 맞은편에 레스토랑 '더 키친 붴'이 있었다. 눈앞에 두고 계속 헤맨 셈이다.
도로변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이라 입소문을 듣고 오는 고객들은 종종 주변을 맴돌기도 한단다. 요란한 간판은 없지만 레스토랑 이름이 쓰인 조형물은 녹이 쓴 듯하면서도 세련돼 이곳 주인의 예사롭지 않은 미적 감각이 풍겨났다. 입구에 들어서자 젊은 셰프가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고객과 소통하는 아기자기한 공간
등심스테이크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은 기자는 등심스테이크와 크림파스타로 구성된 점심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주변을 돌아봤다. 20평쯤 되는 공간에 2인 테이블 2개, 4인 테이블 1개, 오픈 키친을 중심으로 10여 석의 바(bar) 좌석이 있다.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곳의 진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바 좌석에 앉아야 한단다. 이 레스토랑 김기린(28) 대표는 "셰프가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단골들은 바를 선호한다"며 "손님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바 좌석을 많이 마련했다"고 밝혔다. 모형 벽난로와 장작, 강아지 그림 등으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실내 인테리어에는 미대 조소과를 나온 김 대표의 실력이 발휘됐다. 미술학도와 요리는 어떻게 만났을까. 김 대표는 20대 초반 일본 동경에서 유학하면서 소규모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했단다. 그때부터 셰프와 손님이 친구처럼 소통하고 맛으로 승부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여는 꿈을 꿨다. 한국에 돌아와 요리 공부를 하고 유명 레스토랑에서 실무를 거친 후 지난해 9월 말 '더 키친 붴'을 오픈했다. '붴'은 부엌을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김 대표와 함께 요리하는 동갑내기 황민섭 셰프도 호주에서 유학한 실력파다.
■잘 숙성된 스테이크로 입맛 잡아
봉골레
레스토랑 곳곳을 구경하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 전채는 계절별로 다르게 나온다. 겨울에는 석류를 곁들인 굴이 나오고 봄에는 훈제연어, 카포나타 등이 나온다. 카포나타는 튀긴 가지에 셀러리, 그린올리브, 토마토, 양파, 케이퍼, 새콤달콤한 소스를 곁들이는 이탈리아의 채소요리이다. 뒤이어 나온 크림파스타는 짭조름하면서도 쫄깃하다. 고소한 크림소스에 들어간 싱싱한 새우살과 게살은 면과 함께 풍미를 극대화했다.
신선한 음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곳 셰프들은 파스타를 요리할 때도 닭 뼈를 우려낸 치킨스톡이나 조갯살이 들어간 클램 차우더 등을 육수 다시로 사용한다. 치즈도 이탈리아산 제품을 통째로 가져와 조금씩 잘라서 사용한다.
크림파스타
스테이크류는 레스토랑마다 굽기 정도가 달라 곤란할 때가 많다. 이곳의 등심 스테이크는 일반적으로 미디엄 레어로 나온다. 기자는 약간 핏빛을 머금는 고기를 좋아해 미디엄으로 주문했다. 고기의 질감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육즙이 풍부하고 씹을수록 맛있다. 스테이크는 머스터드소스와 소금이 함께 나온다. 소금에 고기를 찍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했다.
고기는 고급 한우로 유명한 경북 고령의 도축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 작은 레스토랑에서는 엄두를 못 낼 일이지만 고기의 품질을 위해 발품을 팔아 찾은 거래처다. 김 대표는 "도축 후 2~3주간의 숙성 기간을 거친 고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숙성이 잘돼야 고기가 제대로 발효돼 부드럽고 육즙이 빠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음식재료 하나에도 정성을 들이며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내놓고 있어 아직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단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이 늘고 있어 김 대표는 조만간 2호점을 열 계획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30분~오후 2시, 오후 5시~밤 10시. 070-4797-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