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과 25일 양일에 걸쳐 한국 정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아래:위원회)로부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협약)에 대한 이행 상황등을 심의 받았다.
이 협약안에는 국제인권조약으로, 장애인이 보장받아야 할 주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협약을 비준했으며, 이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지니게 되어 있다.
우리 정부는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심의를 가진다.
이에 대응하려는 장애계는 50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장애계연대를 꾸려서 정부의 이행 상황을 감시해왔다.
정부가 2019년에 위원회에 제출한 2·3차 국가보고서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을 포함해 최근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던 탓에 2019년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보완자료를 제출하라는 위원회의 요청에 따라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이 반영된 보완보고서를 심의 이틀 전인 22일에야 제출해야 했다.
좀 더 들어가서,
한국어로 된 29쪽의 보완 요청서에 대한 답변을 겨우 이틀 만에 마련하려다보니 그 답변내용이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입증하듯, 위원회는, 현행 장애인등급을 가르는 종합조사표는 유엔협약에 부합하지 않고, 장애를 의료적 관점으로만 보는 것은 불합리 하다는 지적을 받기에 이르렀다.
한편, 정부는 지난 24일 제네바에서 개최된 27차 위원회에 출석하여 한국 정부는 유엔 협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장애계연대는 25일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화자찬식 한국 대표 발언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후안무치” 하다는 극한 톤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자, 이쯤에서 이번 사안의 빛과 그림자를 짚어보자.
먼저, 정부의 장애인복지에 대한 개념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 묻고 싶어진다.
본 칼럼을 허용하는 지면의 한계 때문에 드러난 지적 모두를 분석할 수가 없어 우선 대표적인 이슈인 장애등록제를 선별하여 몇 마디 보탤까 한다.
모두 아는 바처럼, 정부는 지난 1988년 실시된 6단계 장애등급제를 2019년 7월부터 장애 정도에 따라 중증, 경증으로 구분하는 단계적 폐지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 경증을 분석하려고 그 기준을 삼으려 내놓은 종합조사표가 말썽을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이다.
예산증액이 반영되지 않고 기존의 예산으로 돌려막기나 다를 바 없는 종합조사표는 사달의 원인이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장애인등록 폐지 전 3급이던 장애당사자가 종합조사표에 의해서 경증으로 분류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장애당사자에게는 중증과 경증은 그 이해관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부로부터 수혜의 질,량에서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종합조사표의 내용을 장애인당사자들이 배제된 상황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수십 차례 회의를 거친 모범조사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장애당사자측의 의견이 반영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유엔이라는 국제적 영역에서 자국의 행정을 비판했어야 했는가는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일이긴 하지만 당초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의 실책이 더 크다는 느낌이다.
선진형 장애인복지 이토록 힘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