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산 내리는 길
가을 달빛 속에
벌레 한 마리 소리없이
밤을 갉아먹는다
--- 바쇼
▶ 산행일시 : 2011년 10월 22일(토), 안개, 안개비, 이슬비
▶ 산행인원 : 10명(버들, 자연, 드류, 김전무, 화은, 대간거사, 도자, 솔방울, 제임스,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51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5.4㎞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34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34 -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德山里) 합강교 합강아파트, 산행시작
08 : 54 - 송전탑
09 : 10 - 549m봉
10 : 10 - 655m봉 우회하여 안부
10 : 43 - ┳자 능선 갈림길
11 : 40 - △984.6m봉
12 : 27 ~ 12 : 48 - 915m봉 가기 전 중식
14 : 03 - 한석산(寒石山, △1,119.1m)
14 : 58 - 임도 안부
15 : 25 - 876m봉
15 : 47 - 안부, 임도
16 : 08 - 858m봉
16 : 43 - 817m봉
17 : 25 - 인제군 인제읍 하추리(下楸里) 야생화 펜션, 산행종료
17 : 57 ~ 19 : 50 - 원통, 목욕, 석식
21 : 35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바위솔
▶ 한석산(寒石山, △1,119.1m)
결국 오지 않을 장산 님과 가은 님을 4분이나 기다려주고 06시 34분 출발.
이번 주말이 올 가을 단풍철 끝물이 아닐까? 이른 아침부터 차량들이 올림픽대로이며 춘천고
속도로 가득하게 몰려든다. 금방이라도 정체할 것 같아 불안하게 달린다. 모처럼 하이패스 덕
본다. 톨게이트를 질주하여 통과한다. 일반차로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섰다.
윈도브러시 작동소리에 선잠 깬다. 이런, 비 뿌리기 시작한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달달 떠
는가. 가을비는 약간 처량하다. 동홍천IC 빠져나와 화양강휴게소를 들린다. 휴게소는 만원(滿
員)이다. 줄서서 자판기 커피 뽑아 스산한 속 덥힌다. 합강교. 유로연장(流路延長) 130.9㎞인
인북천이 소양강과 만나는 지점이다.
1951년 6월 10일 적의 기습을 받아 인북천을 도하하려던 아군이 폭우로 크게 피해를 본 곳이
다.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미 제10군단 소속 리빙스턴 소위가 “이 강에 다리가 있었다면 이
렇게 많은 부하가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통한이 그 후 그의 부인에 의해 지금의 합강교
위쪽에 리빙스턴 다리를 놓게 되었다고 한다.
합강교를 건너 합강아파트 입구에서 멈춘다. 신속히 산행복장 추스르고(대부분 오는 중 차안
에서 산행채비를 마쳤다) 오른쪽의 맥 놓은 능선 끝으로 다가간다. 산길이 뚜렷하게 보인다.
신경수 님 부부의 산행표지기가 앞서간다. 신경수 님은 ‘가리단맥’이라고 한다. 비는 잠시 멎
었지만 이미 온 비를 풀숲 털어 소급하여 맞는다.
등로는 일직선으로 나 있다. 소나무 숲길, BB선과 함께 간다. 교통호 넘고 벙커를 지난다. 특
고압(154,000볼트) 송전탑 밑을 얼른 통과한다. 다시 벙커 지나고 549m봉을 오른다. 정상은
헬기장이었을 듯. 잡풀이 웃자랐다. 안부에 내려 탁주로 입산주 분음한다. 도자 님과 나는 감
기로 사양해서인지 더욱 맛있게 마신다.
오르고 내림이 잦다. 산행표지기는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로를 안내하지만 초장부터 쉬운 길
을 택할 순 없다. 직등한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설악의 물이 튀었다.
바위지대가 나온다. 약간 내린 안부. 암릉이 이어진다. 여태 함께 왔던 군인들은(그 발자국)
어디로 갔을까? 오른쪽 사면 쑤셔보다가 왼쪽 사면으로 내려 길게 돌아간다. 어느 해 겨울,
한석산에서 이쪽으로 내려올 때 멋모르고 올리지 했던 데다. 그냥 가자니 조금은 아쉽다.
655m봉을 우회하여 지나고, 봉우리마다 교통호 넘어 벙커가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제
법 실한 ┳자 능선 갈림길을 지나고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안개비가 차디차다. 바람은 안개
를 열심히 쓸어내지만 금방 안개는 만천만지(滿天滿地). 어스름한 산길을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의 사치스런 한 장면이다.
“걷는다는 것은 꿈꾸는 자에게 더욱 관대하다. 심사숙고할 때와는 달리 몽상은 일단 끊겼다
가도 별 어려움 없이 다시 그 맥을 이어나갈 수 있다. (…) 그리고 길을 가며 생각에 골똘했다
가 공상에 빠져드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다. 나는 종종 어떤 친구나 사랑했던 여인과 아주 흡
족한 대화를 나누게 될 때가 있다. 그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 스스로 질문과 대답을 조절해나
갈 수 있었기에 모든 것이 쉽게 느껴졌던 것 같다.”
2. 산사면
3. 산행 중 휴식
4. 도자 님과 자연 님(오른쪽), 도자 님은 독한 감기에도 투혼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5. 한석산 가는 길
6. 한석산 가는 길
그러다가 김지하의 ‘흰 그늘의 길’을 생각하면 심각해진다.
“그 무엇도 남김없는 세월이여
끝없는 끝들이여
밑 없는, 모습도 없는
수렁 깊이 두 발을 묻고 하늘이여”
△984.6m봉을 암릉인 능선을 피해 오르는 사면도 아주 가파르다. 길이 있을 성 싶지 않은 협
곡으로 오른다. 앞사람의 발자국에 내 발자국 맞춘다. 정상은 평평한 너른 터다. △984.6m봉
정상에 오른 줄을 모르고 우선 평평한 길 따라 직진(동쪽)하였다가 이내 급히 떨어지기에 되
돈다. 삼각점을 찾지 못했지만 △984.6m봉이 맞다. 왼쪽(북쪽)으로 꺾는다. 안개 속 약간 떨
어졌다가 도드라진 능선으로 이어진다.
때가 점심이다. 바람 피할 사면으로 비켜 자리 잡고 싸온 도시락 편다. 안개비 축축하니 내리
지만 ‘엄동이었지. 설악산 감투봉 비탈에서 쪼그리고 앉아 언 밥 먹다가 이가 우두둑 나간 적
도 있지 않느냐’ 흰소리 하며 이만하면 대단한 호사라고 자위케 한다. 식후 이 쑤신 시간까지
포함한 식사시간은 21분.
평원이 나온다. 좌우 사면을 막 누빈다. 등로 주변의 숱한 구덩이는 6.25 전쟁 전사자의 유해
발굴지이다. 시산(屍山)을 짐작케 한다. 고개 숙여 지난다.
뒤로 자꾸 무르던 공제선을 마침내 붙잡는다. 한석산 정상. 너른 공터 가장자리에 ‘寒石山 점
령 제50주년 기념비’가 있다. 2001.5.10. 세웠다. 그 뒤 둔덕에 있는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설악 25, 1987 재설.
오늘로 한석산이 세 번째인데 날씨가 좋았던 기억이 없다. 한석산 내리는 길은 너른 임도다.
보는 사람 없지만 오지산행인 우리가 임도로 갈 수는 없다 하고 스틱 높이 치켜들며 마루금
잡목을 헤쳤지만 몇 발자국 못 가 임도로 떨어진다. 임도로 간다. 산모롱이 돌고 돈다. 건너편
산골 넘나드는 안개의 유희를 감상한다.
7. 낙엽송 숲
8. 추색
9. 한석산 가는 길
11. 대간거사 님
12. 자연 님
13. 한석산 정상, 왼쪽부터 버들, 자연, 김전무, 솔방울, 화은, 대간거사, 도자(존칭 생략)
▶ 817m봉, 하추리
잣종실 채취허가 지역이라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있다. 잣나무가 워낙 크고 높아 허가받
지 말고 맘대로 채취하라고 해도 선뜻 응할 이가 나올 것 같지 않다. 안개비는 이슬비로 변했
다. 오락가락한다. 임도 좌우로 돌아가는 안부에 이르고 얕은 절개지 직등하여 872m봉을 오
른다. 사면은 간벌하였으되 등로 주변의 나뭇가지는 치워놓아 걷기 편하다.
낙엽송 숲을 지난다. 낙엽송의 노란 잎이 중추(中秋)로 곱다. 876m봉은 군 시설이 있었는지
주위 빙 둘러 가시철조망을 쳤다. 쭈욱 내려 임도 안부. 오늘(산행)은 특별히 17시로 퇴근을
앞당기겠다는 대장님의 감언으로 여러 일행 독려하여 858m봉을 오른다. 내내 곁눈질 했지만
가리봉 연릉 연봉은 짙은 안개에 가려 끝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수가 이번 산행을
무효로 하자는 사유다.
서운한 발길 남쪽으로 방향 꺾어 돌린다. 살짝 내렸다가 올라 야트막한 봉우리 2개 넘으면 Y
자 능선으로 분기하는 817m봉이다. 퇴근시간 맞추려 오른쪽으로 간다. 길이 사납다. 우리의
길이기도 하다. 직등하는 것이 오히려 나았을 암릉을 어렵게 돌아내리고 가파른 능선의 잡목
숲 헤친다.
‘산마루’ 팻말 붙은 정체모를 양옥 입구로 떨어진다. 성견 두 마리를 풀어놓았다. 백구인 돌돌
이는 우리가 떼로 나오자 산으로 피한다.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산골짝 골골이 펜션이 들어찼
다. 야생화 펜션, 배나무 펜션 …. 산행이 미진하다며 건너 603m봉을 오르려는 화은 님을 가
까스로 달래 차에 오른다.
원통. 우리의 지정식당인 태능갈비로 간다. 이천우 사장님이 우리 자리에 합석했다. ‘뿌린 대
로 거두리라’는 성경 말씀은 조금 부족하다. ‘뿌린 것보다 더 거두리라’가 정확하다. 생더덕주
의 불콰한 취기 때문일까? 오미자 엑기스 내오고 빈 반찬 그릇 보고는 어서 채우라 재촉하더
니 본인이 운영하는 놀기 좋다는 대암산 기슭 농장도 소개한다. 내년 오지산행의 하계휴양지
로 예약하다시피 하였다. 혹시 술이라도 깨면 다른 말씀 하실까봐 미리 명토 박아두는 터이
다.
14. 김전무 님, 한석산 정상에서
15. 한석산 내리는 길에서 조망
16. 한석산 내리는 길에서 조망
17. 한석산 내리는 길에서 조망
19. 임도 옆 소나무
20. 낙엽송 숲
21. 단풍나무
첫댓글 야생화의 끝물이라는 바위솔이 참 보기 좋습니다.
가리봉의 온전한 자태를 한 번만 보았어도 아쉼은 없었을 터인데0..
마지막 단풍사진이 가을의 뒷자락을 붙잡습니다 낙엽송 숲도 역시~~ 멋 집니다 임도옆 소나무도 그대로 있네요 오래도록 그자리에 지키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오지야영 산행지는 결정이 된듯? 맞나요? 사전답사 라도 가야 되겠네요 ㅎㅎ 상대장 내년에는 걱정거리 하나 줄었네~
조그만 더 조망이 트였으면 좋았으련만, 아쉽게 되었습니다...다음 기회를 노려봐야죠
이제 상처는 다 나으신듯
오지 산행은 너무너무 신비한 팀같아여.. ㅎㅎㅎ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