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입 넘어 온 몸으로 느끼는 여행 감동 ‘낙동강 자전거투어’
산업 발전 교육현장… 국내 최장 출렁다리 개통
몸으로 느끼는 낙동강~새재 2박3일 자전거여행
군위 제2석굴암, 문경새재 여궁폭포 등 명소쉼터
▲ 국내 최장 도보 현수교인 울산 대왕암공원 출렁다리(사진)가 이달 15일 개통됐다. 출렁다리에선 울산 앞 바다와 그 너머로 보이는 울산시 전경까지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 여행길이 막힌 올 여름엔 이색 국내 여행으로 휴가를 떠나보자. 그동안 국내 여행 가이드라 하면 서울을 출발지로 삼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스카이데일리는 좀 더 색다른 접근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출발지는 경상남도 울산이다.
울산 명소들을 감상하는 것이 시작인 이번 여행은 낙동강~새재 자전거길로 이어지는 2박3일 자전거 여행이다. 요즘 같은 무더위엔 어느 때보다 더 힘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땀 흘린 만큼 얻는 벅찬 성취감은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한 사람이 없다는 표현이 딱 적합할 만하다.
아름다운 풍광에 신비한 전설 품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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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우선 이번 여행의 출발지인 울산의 명소들을 둘러보자.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거대한 산업시설이 즐비한 도시를 한바퀴 돌다 보면 ‘한국 산업 수도’, ‘국내 제조업의 심장’이라는 수식어가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온다. 울산만큼 거대한 공장지대가 도심 가까이에 위치한 경우는 거의 드물다. 아이들에게 도시와 산업의 생성과 발전상을 보여줄 살아있는 교육현장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개인·가족 단위 공장 견학이 가능한 곳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면 좋다.
울산 남구 도심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대왕암공원이 나온다. 대왕암공원은 1만5000그루의 울창한 해송 숲과 둘레길 등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최근 일반에 공개된 이곳 출렁다리는 중간 지지대 없는 도보 현수교로 국내에서 가장 긴 303m의 길이를 자랑한다. 산중 구름다리 높이에 비할 바 아니지만 비교적 흔들림이 커 바다 위를 걷는 긴장감은 여느 놀이기구 못지 않다. 지난달 15일 개통해 이달까지 무료로 시범운영한다.
▲ 장생포에 위치한 고래생태체험관. ⓒ스카이데일리
이곳 공원의 주인공은 대왕암이다.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은 후 문무대왕처럼 호국룡(護國龍)이 돼 바위 밑으로 잠겼다는 신화의 장소다. 경주 대왕암(문무대왕릉)을 회상하면서 보면 신라의 삼국통일 역사가 머릿 속에 펼쳐진다. 쪽빛 바다에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모습은 신화마저 믿고 싶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캠핑족’이라면 바다 풍경 바로 옆에서 낭만적인 야영을 즐기고 다음날 힘찬 일출까지 감상할 수 있는 대왕암공원 캠핑장을 놓칠 수 없다. 오토캠핑 36면, 캐라반 17동과 샤워장, 화장실 등 깔끔한 부대시설로 유명하다. 매년 여름 휴가철에는 빠르게 매진된다. 7월 개장 예정이었으나 올해는 개장일이 오늘(1일)부터로 미뤄졌다. 인원 역시 오토캠핑 4명, 캐라반 6명으로 제한된다.
대왕암공원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장생포는 과거 고래잡이의 전진기지로 불렸던 곳이다. 이곳엔 고래 관련 이야기가 지금도 가득하다. 특히 고래생태체험관은 수족관 아래 터널 모양 공간에서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머리 바로 위에서 구경할 수 있어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 모형에 더해 엄청난 크기의 고래 골격과 모형이 압도적이다. 고래 골격을 직접 만져보며 고래와 공룡 크기를 비교·짐작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은 순천만 국가정원에 이은 두 번째 국가정원이다. 총 면적 83만5452㎡로 서울 여의도 공원보다 2.3배 크다. 여러 국가의 전통 정원을 함께 담은 순천만 국가정원과 달리 생태·대나무·계절·수생·참여·무궁화 등 총 6개 주제로 조성돼 좀 더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목줄만 챙기면 반려동물과의 동반 산책도 가능하다.
▲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의 십리대숲은 우뚝 솟은 대나무들이 하늘을 덮을 정도로 빽빽하다. 밤에는 낭만적인 은하수길로 변신해 인기가 높다. 사진은 태화강국가정원의 낮(왼쪽)과 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키 큰 대나무가 빼곡히 하늘까지 덮은 십리대숲은 태화강국가정원의 명소다. 숲은 아늑한 기운으로 충만하다. 정돈된 흙길이니 맨발도 괜찮다. 온갖 상념을 떨쳐내고 온전히 자기 내면에 귀 기울일 기회다. 자연 치유가 따로 없다. 적당한 간격으로 휴게시설이 마련 돼 있어 산책길이 어렵지 않다.
해가 떨어진 십리대숲은 은하수길로 변신한다. 색색의 레이저 조명을 받은 대나무가 점점이 빛나는데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눈으로는 은하수 조명이 잘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둡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려면 고정대를 활용해야 한다. 사실 밤하늘에 고정된 은하수보다는 움직이는 반딧불이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2박 3일 자전거여행 시작…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대신 몸으로 느끼는 여행의 묘미
울산 여행이 끝났다면 지금부터 이번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홀로 또는 단 둘이 떠나는 자전거 여행이다. 낙동강 자전거길은 국내 최장 코스로 오르막도 길고 많은 축에 속한다. 상행을 택해야 비교적 지치지 않았을 때 어려운 구간을 지날 수 있다. 이번 여행의 출발지를 울산으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낙동강 자전거길(사진)은 인천부터 부산까지 국토 종주에 도전하는 라이더들에게 최대 난코스로 꼽힌다. 굳이 택하라면 하행보다 좀 더 수월한 상행을 권한다. ⓒ스카이데일리
자전거 라이더들은 낙동강 자전거길에 있는 영아지고개, 박진고개, 무심사, 다람재 등을 이른바 ‘4대 업힐’이라 부른다. 낙동강 하구둑부터 이어진 평지는 창녕군 영아지마을 고개부터 경사도가 올라간다. 의령군 박진나루 고개는 업힐만 약 1.3km에 달한다. 이곳 지명 ‘낙서면’을 따라 나있는 길 옆 옹벽에는 가득한 라이더들의 낙서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창녕 무심사 고개는 반갑게도 바람이 많이 불어 더운 몸에 힘을 불어넣는다. 다람재는 오르지 않고 터널을 통과해도 무방하다.
죽곡산 앞에서 방향을 틀면 대구 도심을 지나는 금호강 자전거길로 들어설 수 있다. 여기서부터 자동차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자리한 팔공산에는 군위 제2석굴암(국보 제109호)이 자리하고 있다. 경주 석굴암보다 100~200여년 앞서 만들어졌는데도 비교적 후세에 보수한 흔적을 찾기 힘들만큼 정교하다. 예전에는 계단을 올라 석굴 안 삼존석굴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문화재 보존을 위해 멀리서 보게끔 해놨다.
대구 다람재로 돌아가 강정고령보로 이어지는 달성 부근 자전거길은 낙동강 절벽을 따라 데크를 설치해 물 위를 달리는 기분이 난다. 여기부터 상주보까지는 코스가 비교적 무난한 편이다. 상주 상풍교에서 시작되는 새재길은 노면 상태가 괜찮고 무엇보다 풍광이 아름답다. 만약 낙동강길 종주 인증을 얻고자 한다면 상풍교에서 틀어 안동댐 코스를 달려야 한다.
▲ 군위 ‘제2 석굴암’과 문경새재 ‘여궁폭포’ ⓒ스카이데일리
새재길은 일반도로 갓길 구간이 많아 달리는 차량에 신경써야 한다. 강변 둔치에 익숙한 초보자라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강변을 벗어나 마을길과 논길, 들길을 달리기도 한다. 사실 새재길은 문경새재가 아닌 충북 괴산의 이화령을 넘는다. 가파른 오르막만 5km 정도 올라야 하므로 상당한 체력과 인내력을 요구한다. 정상에 오른 벅찬 기분에 내리막을 빠르게 달리다가는 반대편에서 오르는 차를 피하기 어려우니 주의해야 한다.
이번 자전거 여행코스는 매일 100km 안팎을 달려 2박3일이 걸리는 일정이다. 각자 상황에 맞게 자전거길 코스와 울산, 군위, 문경 등을 취사선택 해 나만의 일정을 만들어도 좋다. 예컨대 울산 대왕암공원 캠핑장에서 먼저 1박 후 출발하는 식이다.
자전거 여행 시 더운 날씨에는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많은 짐은 금물이다. 물 보충은 필수고 체력 보충식(간식)부터 타이어 펑크, 부상 등에 따른 비상 계획까지 사전에 꼼꼼히 챙기는 게 좋다. 숙소만큼은 현지에서 찾기보다 미리 예약하기를 권한다. 숙소가 정해지면 웬만큼 힘들지 않고서야 목표까지 달리게 된다. 안장에 앉기까지가 어렵지 일단 출발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지금 당장 자전거 여행을 계획해 보자.
출처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박선옥 팀장, 한원석·김학형·배태용 기자]
첫댓글 좋은 코스를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