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베트남의 평가전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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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에는 대한민국 여자대표팀과 베트남 여자대표팀의 평가전이 있었다. 아쉽게도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은 베트남 현지 합류가 결정되어 파주NFC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역대 최고의 맴버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표팀이었다.
이 날 선발에는 WK리그 공동 득점선두(7골)를 달리고 있는 박은선(서울시청) 유영아(인천현대제철)를 투 톱으로 박희영(대전스포츠토토) 권하늘(부산상무) 조소현(인천현대제철) 전가을(인천현대제철)이 미드필드를 송수란(대전스포츠토토) 김도연(인천현대제철) 임선주(인천현대제철) 서현숙(고양대교)이 수비를 지켰으며 골문은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정미(인천현대제철)가 맡았다.
베트남은 피파순위 28위로 18위인 한국보다는 다소 쳐지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여자피파랭킹은 1위~10위, 11위~20위, 그리고 20위권 밖의 팀들간의 전력차가 상당히 존재한다. 즉, 세계여자축구를 상중하로 놓고 볼 때 10위권 안을 상으로, 11~20위권을 중으로 그리고 21위 이후를 하로 놓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번 대표팀이 맞붙게 된 베트남은 한국 입장에서 보면 한 수가 아닌 몇 수 아래의 팀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몇 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 경기를 치룬다해도 대표팀이 추구하는 목표는 분명하다. 우선 선수들의 손발을 맞춰볼 실제적인 연습 파트너 즉, 우리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약속된 패턴을 확인해 볼 실전 경험이 필요한 때인지라 베트남이라면 적당한 연습 상대라 보여진다. 물론 베트남 입장에서도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소득은 있다.
우리의 목표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가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지만 베트남의 경우는 입장이 다르다. 베트남은 아시안컵에서 일본 호주 요르단과 함께 A조에 속해 있다. 일본은 이미 세계 정상급 팀이고 호주 역시 피파 11위에 해당하는 강팀으로 분류되어 있다. 즉 54위의 요르단을 제외하면 베트남 역시 강팀과의 경기를 치러야 하고 이들 사이에서 최소 조 3위를 차지해야 그나마 월드컵 본선 무대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본과 호주가 요르단에 각각 승리한다고 가정하면 결국 남은 건 베트남과 요르단의 맞대결이다. 하지만 요르단은 1차예선 동안 3경기에서 30득점 무실점을 기록한 팀인지라 베트남 입장에서도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님을 감안하면 경기 결과에 따라 득실차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베트남의 경우 적게 실점하고 역습에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전술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테스트 해 볼 상대로 한국은 적절한 연습 파트너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 팀의 뚜렷한 목표는 경기 내용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전후반 내내 한국의 공세를 막아내느라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한 베트남은 수비에 대한 문제점과 보완점을 확실하게 배웠을 것이고 한국 입장에서는 공격 카드와 루트의 다양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했다고 보여진다.
골은 예상보다 조금 더 일찍 터졌다. 전반 1분 만에 박은선의 첫 골을 시작으로 박희영, 조소현 선수가 릴레이 골을 터트리면서 전반을 3대0으로 마무리 한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여러 선수들을 교체하면서 선수 조합의 다양성을 실험하였다. 그리고 임선주와 여민지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경기는 5대0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 경기에서 비록 약팀이지만 우리가 얻은 수확은 분명하다.
우선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박은선 선수의 골이 터졌다는 사실이다. 한 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으나 다시 이겨내고 대표팀에 복귀하면서 적응기 없이 바로 득점에 성공했다는 것은 대표팀의 확실한 주포로 설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또한 득점 선수들이 고르게 분포되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모두 5골이 터졌으나 득점자가 모두 다르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의 공격 루트가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격수가 3골 미드필드가 1골 그리고 수비에서 1골을 터트렸는데 특히 돌파에 의한 득점과 패스에 의한 득점, 그리고 세트피스를 통한 득점 등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대표팀은 지소연 선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소연 선수의 존재 자체가 한국 여자축구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는 하지만 지소연의 부재를 대비한 차선책도 필요했다. 즉, 이번 베트남과의 평가전을 통해 지소연이 없는 대표팀, 지소연 없이도 대표팀이 충분한 능력을 발휘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이번 평가전은 경기 외적으로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 경기는 피파에서 A매치로 인정한 경기 즉, 여자대표팀 입장에서는 이 경기가 단순한 연습경기가 아니라 대표팀간의 말 그대로 A매치인 셈이다. 그런데 경기 시간이 평일 낮 3시였고 경기에 대한 홍보도 거의 없었다. 즉, 축구팬들이 이 경기를 알 수 있는 통로란 거의 전무했고, 알고 있다해도 평일 낮 3시에 경기장을 찾기란 매우 힘들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에 남자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최종명단 발표가 파주NFC에서 있었기에 그나마 기자들이 몰릴 수 있었지 만약 날짜가 달랐거나 혹은 장소가 파주스타디움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면 양 팀 관계자만이 경기장을 채우지 않았을까?
이 날 관중석의 관중보다 경기장에 몰린 기자들의 숫자가 훨씬 많았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여러모로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이 날 저녁 7시 30분에 펼쳐진 일본여자대표팀과 뉴질랜드여자대표팀의 평가전이 입장료 약 4,500엔과 양 국가 모두 전국채널로 생중계가 된 점을 비교하자면 여러모로 씁쓸한 생각이 남는다.
소수이지만 일부 여자축구팬들이 이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을 펼쳤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기에는 아직 여자축구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크고 높음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