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월요일 맑다. 왕유의 〈9월 9일에…〉
왕유가 17세 때에 지었다는 시 〈9월 9일에…〉의 뒷부분 “요지형제등고처遙知兄弟登高處, 편삽수유소일인遍揷茱萸少一人”의 번역을 흔히
아득히 알겠구나, 형제들 높은 산에 오른 그 곳에,
모두들 수유가지 꽂고 있건만 오직 한 사람 빠져 있음을
-박삼수 역주 《왕유시전집》 574쪽
하는 식으로, 왕유가 자기 홀로 중구重九 날 고향에서 있을 등고 행사에 빠진 것을 아쉬워하여 한탄하면서 독백하고 있는 것으로 번역을 하고 있고, 나도 늘 강의 시간에 그렇게 해석을 하였다.
그런데 전통문화연구회에서 나온 《당시삼백수》에는 이 두 구절을
멀리서도 알겠지, 형제들 높은 곳에 올랐을 때,
모두들 수유꽃 머리에 꽂는데 한 사람 빠졌음을
-3권 117쪽
이라고 번역하여, 멀리서 아는 것이 왕유 자신이 아니라 멀리 있는 형제들이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왕유가 추측하고 있는 식으로 번역하였다. 이 해석은 이 책 119쪽에에서 인용하고 있는 명나라 당여순唐汝詢의 《당시해唐詩解》의 “자신은 벌써 친속을 그리워하고 친속들 또한 자신은 생각해, 아래서 그 정을 떠올린 것이다. ‘소일인’은 자기가 없다는 말이다. 말뜻이 아름다워 〈척고陟岵〉라도 이 시를 능가할 수 없다.”라고 한 견해를 반영한 것이다.
《시경》의 위풍에 나오는 〈척고-민둥산에 올라〉란 시의 3장 중 마지막 장은 다음과 같다:
척피강혜陟彼岡兮, 저 언덕에 올라
첨망형혜瞻望兄兮. 형님 계신 곳을 멀리서 바라보네.
형왈兄曰 형님께서 말씀하시겠지:
“차여제嗟, 予弟! “슬프구나! 나의 아우여!
행역숙야필해行役夙夜必偕. 종군하여 복무함에 밤낮으로 따라 다니겠지.
상신전재上愼旃哉! 대열에 끼여서는 조심해야만 하느니!
유래무사猶來無死.” 돌아올 수 있으면 오고 죽지나 말았으면“
-원문과 해석은 북경대학출판부, 《모시정의毛詩正義》 431쪽 참고
시인 자신이 멀리 있는 형제들이 이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여 자기가 직접 말한다는 것보다도, 형제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이 더 깊이가 있는 해석으로 생각이 된다. 더구나 이미 《시경》에서 그렇게 쓴 예가 있으니 말이다.
역시 여러 가지 해석을 참고할만하다.
첫댓글 선생님, 잘 배웠습니다. 당시 뿐 아니라 중국시는 잘못 아는 척 하다가는 망신 당하기 꼭 알맞을 것 같습니다.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본전은 하겠네요. 그래도 조금은 아는 척을 해야 공부가 되지 엲올'까 싶습니다. 선생님의 기력이 많이 회복도신 듯하여 반가운 마음입니다.
이제 먹던 항생제 등은 모두 끊었으나, 아직도 한쪽 귀에 진물이 나오고 있으니 짜증스럽습니다. 체중도 정상화되었고 하는 일도 그럭 저럭하겟는데 걸을걸이가 뒤뚱거림니다. 이렇게 이메일로나마 가끔 소식을 나누게 되니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