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의 국립예술연구소 중앙전시실에서는 지난 1일 타타르스탄 이슬람 사원 사진전이 개막했다. 현지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언론인, 사진작가인 알렉세이 타로노프가 타타르스탄에서 찍은 '이슬람 문화 유적'중 이슬람 사원 사진들만 모아 연 전시회다. 러시아문화재단 후원.
타타르스탄의 정식 행정 명칭은 타타르스탄 공화국이다. 러시아연방을 구성하는 85개 연방 주체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22개 공화국의 하나다. 볼가강 상류에 위치한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수도는 카잔. 우리에게는 매우 친숙한 이름이다.
러시아 축구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독일 대표팀을 2-0으로 꺾은 '카잔의 추억'이 뚜렷하게 남은 곳이고, 현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의 소속팀 '루빈'은 카잔을 프랜차이즈(루빈 카잔)로 하고 있다. 또 러시아에서 한국어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른 카잔연방대도 카잔에 위치한다.
19세기 말 카잔 크렘린(성벽, 위)과 현재의 카잔 근교/사진출처:타타르스탄 공식 인스타그램
하지만, 타타르스탄은 러시아 내에서 특이한 문화적 특성을 지닌 지역이다. 러시아에서 가장 큰 소수민족인 타타르인(3.9%)이 모여사는 타타르'스탄'('스탄'은 땅이라는 뜻, 즉 타타르인들이 모여사는 땅)에는 러시아 정교회가 아닌 이슬람 신앙이 대세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슬람은 러시아에서 러시아 정교회에 이어 2번째로 세력이 강한 종교로, 러시아 전체 인구의 13~20% 정도가 이슬람 교도로 추정된다.
타타르스탄은 16세기 제정 러시아에 편입됐으나 500년 이상 러시아 정교회와 공존하면서 이슬람 사원 등 문화 유적을 잘 보존해 왔다. 러시아 볼쉐비키 혁명으로 공산주의 체제가 들어선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카잔 근교에 아름답고 역사적인 이슬람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이유다.
필자는 작가의 초청으로 고려인 동포들과 함께 사진전 개막 행사장을 찾았다. 여러 시대에 걸쳐 다양하고 독특한 이슬람 사원들을 담은 사진 수십점이 전시됐다.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백년 전 타타르족 이슬람 사원의 아름다운 원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알렉세이 타로노프 작가(오른쪽 2번째)와 함께. 오른쪽 3번째가 필자.
이번 전시는 러시아 정부(러시아 문화재단 후원)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소수민족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포용하는 러시아의 문화 정책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동시에 '카레이스키'(고려인) 문화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날을 머리 속에 그려본 날이기도 했다.
현장에 전시된 타타르 역사속 이슬람 사원을 화보로 소개한다. 은은한 블루 색깔의 다양함은 수백년 세월을 되돌아보게 한다.
글·사진: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