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을 일찍해서인지 남들보다 이른나이에 사위를 보게 되었다.
인생살이 중에서 가장 큰 행사라 일컫는 말처럼 결혼이란 인륜지대사가 맞는 말인것 같다.
자식을 출가 시키는 일이란 보통 힘든일이 아닌듯 하다. 그만큼 어렵고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예식장에 하객으로만 다녔지 자식을 결혼시키는 일은 처음이기도 하며 모르는게 많아서인지 더욱 힘에 겨웠다.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고 막막하기만 했다.
잡아둔 날이라 멀게만 느껴지던 결혼날짜가 점점 코 앞으로 닥치니 내마음도 덩달아 조바심이 일었다.
대부분 남자쪽에서 집을 마련하면 여자쪽에선 살림살이에 필요한 세간을 준비해야 하기때문에 딸을 시집보내는
내 입장에서는 여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시부모예단이며, 이바지며, 폐백이며, 또한 살림살이에 필요한 모든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사야할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보니
시간만되면 늘 발품을 팔아야 했다.
이렇게 딸 자식 혼수장만 하면서 문득 친정엄마 생각이 났다.
내 엄마도 나를 시집보내며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하는......
다시금 부모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우리 5남매를 모두 출가 시켰으니 새삼 엄마의 애절했을 마음을 상기해 보며 자식 일이라 당연하다 생각 하셨겠지만 그 큰일을 어찌다 치뤄 냈을지......
내품안에서 떠나는 자식이어서 일까,아니면 앞으로 겪어야 할 또 다른 인생살이의 고단함이 염려 되서 일까 세간살이를 준비하면서
사도 사도 또 사주고 싶고, 줘도 줘도 또 주고 싶은, 뭔가 알 수 없는 정체모를 이 헛헛함은 자식을 보내야 하는 엄마의 심정일 게다.
무사히 결혼식을 잘 치르고 난 후 며칠이 지난 어느날 작은 딸아이가 날 부르는듯하여 가보았더니 예식날 찍었던 사진을 컴퓨터로
보고 있는 중이었다.
작은 딸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아빠를 좀 봐 보라 했다
"엄마!, 아빠 좀 봐바, 아빠 울고 있는것 같아!!"
무슨 뜨악한 소리인냥
" 에이, 울긴 뭘 울어!, 사진이 그렇게 보이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작은 딸은 좀더 안타까운 목소리로
"아니야, 다시 한번 잘 봐바, 처음꺼하고 그 다음 사진이 좀 다르잖아!"
그러면서 다시 한번 보여 준다.
나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딸 손잡고 신부입장하는 사진 속에서 애써 울음을 참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었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뚝 떨어졌다.더 이상 사진을 볼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나는 나 혼자 딸 자식 결혼 시키는 것 마냥 계속해서 혼자 바쁜척하고 힘들고 고단함을 어필해가며 엄마의 입지를 은근 내세우지 않았던가
딸 자식 결혼의 특성상 혼수 장만은 주로 엄마와 하기 때문에 아빠가 해야 할 일은 크게 없어서였던지
딸 시집 보내는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다.
쭉정이 같은 못난 마음을 가슴 한쪽으로 떨구어 봅니다.
인륜이란 사람으로서의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 인것처럼
앞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딸에게 인륜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살아가길 바라고 대사를 치른 우리가족에게 고맙고 감사함을
전해본다.
첫댓글 사람은 두 번 태어난다 합니다.부모님에게서 태어나고 혼례를 통해 새로운 가정,가족을 만들고 새로운 인생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겠지요.인생살이 중 가장 큰 일을 치루신 영주님 고생하셨습니다.몸과 마음의 감정들이 눈물,땀처럼 어려옵니다.
딸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마음도 영주님과 다를 게 없으리라 생각합니다.속으로 더 많은 감정들이 참아져있겠지요.나도 빨리 애들 시집,장가 보내고 싶습니다.쬐그만 아이들 지나가면 다시 쳐다봐요.예쁘고 귀엽고 꼬옥 안아주고 싶고.나도 늙은이 다 되었답니다.빨리 할머니 소리 듣고 싶거든요..어머나, 근데 아직 젊으신 영주님이 할머니 되겠군요.모든게 부럽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작년 겨울에 큰 딸 결혼시켰지요. 둘째딸이 순번을 탔고, 두아들이 남아있으니 25% 달성한 셈입니다. 동생들이 많고 부모가 건강하지 않아서인지 큰딸 무궁화는 모든 것을 알아서 했답니다. 시부모님께서 간소화하자는 의견이셔서 따라했고, 딸의 의견따라 시어머님과 한패션으로 색깔만 다르게 한복을 맞추어 입었지요. 울음이 나려했는데 시종일관 밝게 웃는 딸덕분에 진정을 하고 차분하게 결혼식을 했답니다. 많이 못해주어 마음이 아프지만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 모습에 대견한 딸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모로서 장성한 자녀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기도와 건강하게 잘 살아주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내 몸 빌리지 않고,내 손 빌리지 않고,내 맘 빌리지 않고,귀히 키워 준 아들.
새로이 내 아들 삼았으니 어찌 쉬 치를 일인가요?
예식장 웨딩마치만 울려도 금새 눈시울이 붉어지는 내 남편, 딸 시집 어찌 보낼지...
kim youngju님, 여린 몸,맘으로 대사 치르시느라 애쓰셨습니다.
글쎄, 어떤 심정일까? 남의 딸 훔처온 일은 있었어도 아직 시집 장가 안 보내봐서...
난 아직 반틈 어른밖에 아니다.
군대보낼 때보다, 세상에 내보낼 때 보다, 결혼시킬 때는 기도를 3번 하라는 말은 들어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