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국가기강 바로 세우기
신상필벌의 역사적 교훈은 정의의 구현과 공정성을 위해 긴요한 덕목이다. 국가가 수여하는 훈장이 권위나 명예의 측면에서 도전을 받거나 무시된다면 그 국가의 통치권자에게 필요한 정당성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 이효재, 황순원 두 사람의 수상 거부사건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표면적 거부 이유에서부터 실질적 거부의 내면 사유를 파악하여 시정하는 노력에 정부 당국자는 인색해서 안 된다. ‘건방진 자의 반항’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반성해야 할 중요한 이유’를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일이지만 여기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 있다. 김영삼 정부 당시 교육부장관인 김숙희가 국방대학원 특강에서 6.25 한국전쟁을 ‘동족간의 명분 없는 전쟁’으로, 월남전 한국군 참전을 ‘용병으로의 부끄러운 참전’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아 국군 장병은 물론 많은 국민이 분노하자 김영삼 대통령은 즉각 그를 파직했다. 그리하여 그 망언 파동은 점차 잊혀져 갔다. 그런데 얼마 후 그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공직자 최고의 명예인 1등급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였다. 이를 알게 된 국군 장병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은 그 훈장의 의미에 대해서 혼돈하기 시작하였다. 김영삼의 표리부동한 모습을 비로소 발견한 것이다. 그 사안으로 미루어 그보다 훨씬 하급훈장을 타게 된 이효재 교수가 ‘그런 훈장이라면 나는 받지 않겠다.’고 할 만한 이유가 성립되지 않겠는가. 작가 황순원의 2등급 은관문화훈장 거부에 대해서 혹시 문화인 최고의 명예인 1등급 금관문화훈장을 받게 된 조병화 시인의 행적에 대하여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수상을 거부하지 않았나 생각해 봄직하다. 조병화 시인은 1981년 초 전두환 정권 수립과 함께 그를 찬양하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청와대 전두환 대통령에게 상납했다.
국운이여, 영원하여라
조병화
새시대 새역사의 통치자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새 대통령 온 국민과 더불어 경축하는 이 새출발 국운이여! 영원하여라. 청렴결백한 통치자 참신과감한 통치자 이념투철한 통치자 정의부동한 통치자 두뇌명석한 통치자 인품온후한 통치자 애국애족, 사랑의 통치자. 온 국민의 이러한 신뢰 그 여론의 물결을 타고 새시대 새나라 새역사를 전개하시는 새 통치자 온 국민의 소망이 온 나라에 가득하여라. 보다 새로이 보다 강력히 보다 철저히 보다 공정히 보다 신속히 보다 밝게, 따뜻이 보다 공평히, 골고루 온 국민과 더불어 함께 다시 시작하는 새 질서 새 이상 새 건설 오, 대한민국이여, 사천만 국민이여 그 평화, 그 번영 그 약속, 더욱 부동하여라. 썩은 재물 씩은 치부 썩은 권세 썩은 허세 썩은 양심 썩은 위선 썩은 권위 썩은 언어 냄새나는 온갖 거래 다시는 있을 수 없는 부정 부패 말끔히 씻어 버리고. 한가족, 혹은 두서너 가족, 모여 사는 섬에서부터 8백만이 운집하고 있는 대서울까지 골고루 온 겨레가 나라 혜택 받을 수 있는 복지국가 부강한 나라, 만들려는 이 새로운 영도. 오, 통치자 여! 그 힘 막강하여라. 실로 역사는 인간이 만드는 거 이끄는 힘이 만드는 거 아, 이 새로운 영도 이 출발 신념이여, 부동 불굴하여라 영광이여, 길이 있어라 축복이여, 무궁하여라.
**1980년 8월 28일자. 경향신문 및 1981년 3월 3일 발행 兵學社의 시집 『그대 왜 거기 가 섰나』 pp.25~29 인용
위의 시는 시로서 미흡한 점이 많다. 구성과 어휘 선택에 있어서도 평소 그의 실력에 훨씬 못 미친다. 특히 전두환 개인에 대한 지나친 찬사는 벌써 시(詩) 정신에서 일탈하고 있다. 북한 시인들이 지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찬미를 무색케 할 정도로 전두환을 추앙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인 가운데 행운을 타고 유명해져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이 더러 있는데, 거의 모두가 작품의 우수성에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고 권력자에 영합하여 얻어낸 보상이었다. 일부 보도매체에서 더욱 부추겨 그 유명도를 높여 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는 문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지성 세계의 치부이다. 훈장별로 매겨져 있는 최고 1등급 훈장, 예를 들면 무공훈장에 있어서 태극무공훈장, 문화훈장에 있어서 금관문화훈장, 근정훈장에 있어서 청조근정훈장 등은 그 분야 정상의 권위를 상징하는 데 하나도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또 그 공적이 훈장의 성격과 부합되어야 한다. 예를 든다면 전두환이 스스로의 권력을 작용하여 수상한 태극무공훈장은 누가 보아도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정권 찬탈의 살인행위가 어떻게 국가 최고의 무공 수훈이란 말인가.
조병화는 이 시 한 편으로 전두환에게 예뻐? 보여 문화계 최고훈장인 금관문화훈장에다 문화계 최고 명예직인 예술원 회장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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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 장군님!
국가기강 바로 세우기애 주신 글
몇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
정의의 공정성!
중요한 부분이지요 현실의 정치
論하지 않으시는 장군님이기에
저 또한 하지 않음이죠!
但 뭔가의 흐름은 민생이란 표현
잘들 하시는 정치인 하나 허구한날
뭐 그게 그것으로 일관이니
그러려니로 그럼이지요!
오늘 주신 글을 다시 읽으며
건안을 기원드립니다.
항상 '박경석 서재'에서 정독하는 전우 있기에
그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 나 또한 부지런히 자료를 선택
이어 나르기 위해 보람의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노후, 건강을 위해 이 작업이 좋을 뿐더러 후진들의 자료로서
필요한 역할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첨언 할 것은 현실 정지 관련에는 철저한 중립을 지킵니다.
교훈 정립의 효과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