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곳한 가을 볕아래
둔덕의 풀들이 포르르 떨고 있다
찌르르 찌르르
산새들의 노랫소리도 을씨년스럽게만 들린다
담벼락의 담쟁이 이파리가
선홍빛으로 가을을 물들이며
나무등걸위로
무당벌레 한 마리 쓸쓸히 기어간다
숲속 어디선가
손풍금 소리가 들려온다
낙엽속에 악보를 펼쳐놓고
한 노인이 독주를 하고있다
잿빛음악속에 가을이 흐른다
가을은 不在의 계절이다 가을은 상실의 계절이다
가을은 어딘가로 정처없이 떠나고싶은 방랑의 계절이다.
이 가을이 가고 있다
가을비 소리는 이상하게 마음을 추연하게 하며
아득한 옛추억의 뒤안길을 돌아보게 하는 마력을 지닌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가을에는 하늘을 자주 바라보자
손을 뻗어 만지면 손이 파랗게 묻어날듯이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도 한없이 맑아진다
가을이 저벅 저벅 저만치서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막걸리 한잔이 있어 가을을 견딜만 하다.
오늘같은 날은 가을이라도 날씨가 포근하다. 저녁 트레킹을 하고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막걸리 한병과 마른멸치 한줌하고 책상에 앉는다. 오늘은 낮3시경에나 서울대입구역근처 남원추어탕집에서 추어탕 한그릇을 먹었더니 아직도 저녁생각이 없다. 달포전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의사가 만성위염이 있으니 저녁늦게 식사를 하지말고 막걸리도 하루 한병에서 반병으로 줄이라 했는데 무슨 배짱인지 늦게사 밥도 많이 먹고 막걸리도 마신다.
막걸리 한잔씩 자작을 하면서 일본 원로소설가 나스메 소세끼의 단편중 ‘열흘밤의 꿈’ 이란 단편을 읽는다. 과거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 ‘길위의 생’이란 작품도 읽은적이 있는데 나는 소세끼의 작품들이 좋다. 나의 취향과 어느정도 궁합이 맞는다고 할까 ? 소설도 독자와 궁합이 맞아야 읽고싶어진다. 가을밤이 깊어가는데 소세끼의 작품에 빠져보자. 소세끼의 작품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내용이 많지만 흥미롭다.
책을 읽다보니 아내가 자고있는 침대방이 너무 조용하다. 덜컹 겁이 난다. 오늘 아내가 대항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배가 몹시 아팠다고 하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살그머니 침대방으로 들어가보니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수시로 시시콜콜 다투기도 하지만 막상 아내가 무슨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캄캄한 방에 조심조심 불을 켜니 ‘여보 몇시예요 ?’ 하며 눈을 뜬다. 나는 다시 서재방으로 와서 남아있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소세끼의 ‘꿈’속으로 들어간다.
첫댓글 가을볕 아래 둔덕에 앉아 막걸리 한잔 마셔 보는것도 운치가 있을법합니다.
막걸리를 좋아하시는 선생님, 설탕을 타서 마시는 것도 괜챦더라구요.....
건강하십시오.....
막걸리에 야구르트를 타서 마셔도 그만 ㅎㅎ
설탕막걸리도 기억하시는군요. 고맙습니다.
낙엽이 앞장서서 가을을 질러갑니다
성미 급하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