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가을 끝무렵에 여행한 경주 이야기이다. 경주 순두부 골목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첨성대와 핑크뮬리를 보러 가는 도중에 한적하게 담소를 나누고 커피와 수플레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구릉카페이다. 아래 사진이 구릉카페인데, 창문 옆 벽에 설치된 둥그런 거울 앞이 사진 찍는 명소로 유명하다.
구릉카페 옆으로는 농가가 펼쳐져 있다. 동 카페는 농가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곳이다.
옆으로 난 길로 들어가면 "ㄱㅜㄹㅡㅇ"이라고 써 있는 카페 입구가 보인다. 야외에도 편하게 앉아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주차장도 부족함이 없다. 업무시간은 11시 부터인데 수요일이 휴무이다.
오른쪽이 주문을 하는 입구이고, 왼쪽 문은 테이블이 있는 또 다른 공간이다. 커피를 들고 자유롭게 앉고 싶은 장소를 골라잡으면 된다. 아래 사진 가운데 수플레로 만들어진 네온사인을 보니 빨리 수플레가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카운터에서 크림치즈가 듬뿍 올려진 커피(1잔 6,500원)와 크렘 브륄레 수플레(15,000원)를 주문했다. 살찌는 걱정을 한다면 이곳을 방문하면 안 된다^^
카운터 오른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밖으로 널찍이 낸 창으로 마당과 오두막이 보인다. 주변에 건물이 없어 탁 트여 있어, 한가로운 가을 오후를 만끽할 수 있었다.
골조는 기와 옛집이라 좁은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크고 디자인이 가미된 창문들이 여기저기 인테리어 요소로 기능을 한다.
아래의 왼쪽이 크렘 브륄레 수플레와 오른쪽이 크림치즈가 들어간 커피이다. 수플레 위에 토치로 가열을 하여 캬라멜라이즈가 된 것이 크렘브륄레이다.
점심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인 수플레를 또 시켰다. 동행인이 있었지만, 나 혼자 거의 다 먹었다. 아래 수플레는 버터조각까지 올려져 있어 미각을 더욱 자극한다. 오늘은 먹고 내일 좀 굶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잠깐 했다^^
크림 범벅을 먹고 마시고 나서, 첨성대와 핑크뮬리를 보면서 소화를 시키기로 했다. 아래 보이는 바와 같이 주차장은 널찍하다. 주말이 아니라면 주차에 문제는 전혀 없다.
2000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역사유적지구에 왔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제일 가고 싶어하는 도시가 경주라고 한다. 천년 전에 남겨진 유적지를 돌아보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동일한 마음일 것이다.
경주역사유적지구는 한 곳이 아니라 7~10세기의 통일신라시대의 유적들을 망라한다. 처음 경주를 방문한다면 비단벌레 전기자동차를 타고 돌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는 걷기로 했다.
거리에 있는 감나무의 빨간색과 파란 하늘색이 어우러져 있다.
노란색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나무는 모과나무이다. 그 뒤로 첨성대가 어렴풋이 보인다.
국보 제31호인 첨성대(통일신라 선덕여왕 재위 632~647 중 건립)는 높이가 9.5M이다. 천문관측대로서 4.5M에 입구가 있어, 그 내부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 하늘을 관찰할 수 있도록 구조 설계되어 있다. 1300년이 되었지만 그 동안 보수나 개축이 없었다고 하는데, 그 많은 세월 동안 첨성대는 건드리면 안 된다고 무의식중에 있었나 보다.
셀카 사진도 약간 옆얼굴을 찍어야 더 잘나오듯이, 첨성대로 살짝 옆으로 빗겨 촬영해 보았다. 정면은 본래 부담스럽다^^ 천문학은 농사를 짓는 민족에게는 필수적이고, 또한 점성술과도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고대 역사를 보면 비의 신이 막강하다.
첨성대가 있는 경주시 인왕동 대릉원 주변은 핑크뮬리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9~11월이 적기이다. 원조는 미국 서부와 중부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인데, 요즘은 조경용으로 식재된다. 핑크뮬리가 우리나라 말로는 '쥐꼬리새'인가 보다. 푯말에 그렇게 적혀 있다^^
핑크뮬리의 열매가 핑크색 사이에서 눈에 띄었다. 타원형의 낱알열매이다.
그 옆의 또 다른 공간은 붉은 계열의 버베나 꽃이 만발하고, 그 사이에서 장구를 들고 한복을 입은 분이 주변풍경과 어우러져 있다.
맨 위의 단이 핑크뮬리, 그 아랫단이 버베나, 내가 사진찍은 곳인 그 아랫단은 가을 코스모스가 만발이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유채파종지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과 함께, 초록초록한 들판이 펼쳐져 있다. 화려한 붉은 계열의 색깔보다, 오히려 연두색과 초록색을 보고 있는 것이 더 마음이 평안해 지기도 한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갈대가 휘몰아친다. 가을에 갈색은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냄과 동시에 낭만적이다. 갈색이 차분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을 주는 것은 왠지 초록색 잎이 생명을 다해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 땅으로 떨어지는 색깔과 같아서 일것이다.
갈대숲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걸어나오니, 널찍한 평원이 다시 나타났다. '경주 황남동 대형건물지'이다. 1988년부터 경주고적발굴조사단이 발굴 조사를 하고 있는 곳으로, 2006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추가 조사를 진행하여 15기의 건물지를 확인했다고 하는데, 중국 주나라 칠묘와 닮았다고 한다. 유적의 해석은 그 당시까지 발굴되고 조사된 것에 따른 추정이다. 따라서 항상 열려 있는 이론이다.
'계림길'이다. 경주는 이렇게 걸어도 저렇게 걸어도 된다. 첨성대에서 계림길을 지나 반월성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어보는 길은 한적하다. 경주는 그냥 걸어다니면 된다. 돌고 돌면 다시 그곳으로 온다. 고층 빌딩이 없어 답답하지 않다.
파란색의 맑은 하늘에 구름이 하나둘 뒤덮고 있는 중이다. 그 동안 이 자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겠는가. 후세 인간들이 과거 있었던 일들을 파헤쳐 왜곡 해석하는 일들도 얼마나 많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