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고전 1:28).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29).
금요일 저녁 허영숙집사(대조동 동네에서는 거지목사라 불림)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함께 기도하면서 노숙자 생활을 벗어나려면 일을 해야 한다고 권하면서 함께 일자리를 놓고 기도하였다.
이 추운 날씨에 길에서 자면 얼마나 춥겠어요? 라고 말을 꺼내자, 목요일 새벽에 중학생이 자고 있는 자기 얼굴에 소변을 보고 갔다고 하였다.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처음에는 정신병자로, 귀신든 자로, 현실에서 낙오된 자로 그렇게 보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예전에 처음 주안교회에 왔을 때보다 훨씬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귀신들린 것처럼 그렇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신자도 흉내낼 수 없는 참신자다움이 전해진다.
돌려보내는 길에 호주머니에 돈이 없어 아래층 위드치킨에서 2만원을 빌려서 찜질방에서 자라고 보냈다.
바깥보다는 따뜻한 주안교회! 재워달라고 하면 망설이겠지만 결국 수락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지만 나에게 교회에서 자면 안돼요? 라는 그런 말은 단, 한번도 나에게 한적이 없다. 교회에 해가 될까봐 그렇다 한다. 나 같으면 어땠을까? 얼마나 간절히 하고 싶은 말이었을까?
그런데도 허집사는 요 몇달간 말없이 지하로, 길로, 그렇게 교회문을 나섰다. 오로지 주님만을 의지하며 자신의 몸을 자연에 맡긴체...아픈 가슴을 안고 떠난다. 우리 둘 중 누가 참 신자인가? 누가 참 그리스도인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정말 깨끗한 영혼이다. 그 흐트러진 정신 속에서도 가끔씩 튕겨져 나오는 맑은 영혼의 음성. 영혼이 너무 깨끗하기에 같은 그리스도인이면서도 나는 못듣는 천사의 음성을 듣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마치 점을 치는 것처럼...
"그러나 다 예언을 하면 믿지 아니하는 자들이나 알지 못하는 자들이 들어와서 모든 사람에게 책망을 들으며 모든 사람에게 판단을 받고"(고전 14:24). "그 마음의 숨은 일들이 드러나게 되므로 엎드리어 하나님께 경배하며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 가운데 계신다 전파하리라"(25).
토요일(26일) 오후 설교 준비를 하는데 허집사가 왔다. 성경을 읽히면서 최은화집사님을 불러 함께 기도했다.어제 기도의 응답인지 최집사님이 허영숙집사에게 일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가끔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벽에 스티커 붙이는 일이었다. 하루 잘하면 1만~3만원 벌이다.
최집사님이 데리고 나가 일을 시켜보았는데 허집사가 몸이 허약해(밥을 제대로 못먹으니...) 1~2시간 밖에 일을 못할 것 같다고 해서 천천히 가르쳐 드리라고 하였다.
주일(27일)설교 준비 중에 저녁에 나갔던 허집사가 늦은 밤 갑자기 교회로 왔는데, 고구마 한봉지와 테이프, 쓰레기봉투, 감사헌금 천원, 십일조 이천원을 하고 기도하고 찜질방으로 갔다.
최은화집사님께 일한 수고비로 2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잠시 한시간 정도 했을텐데 최집사님이 넉넉하고도 풍성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인심을 쓰신 것같다.
오늘 최집사, 허집사, 이렇게 셋이 모여서 나눈 대화 중에 허집사는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과 가게와 겪는 모든 것들을 하나님께 기도로 마치 아이처럼 다~ 일러 준다고 했다.
나는 어떻게 하나님께 꼬질렀을까?
그리고 나도 아무런 욕심 없이 내 당장 필요한 것만 가지고, 전 재산 2만원 중, 2천원은 십일조하고 또, 하나님께 감사하여 고구마 한봉지 사고, 교회가 남한테 욕먹을까봐 쓰레기 봉투 사고, 우리 이웃을 그리스도인으로 묶어 달라고 테이프 사고, 그러고도 감사가 넘쳐서 감사헌금 천원!
헌금함 앞에서 이렇게 읖조렸다. "최은화집사에게 받은 2만원 중에 찜질방 7500원! 음료수 1000원! 나는 이것만 있으면 돼!" 하며, 나머지는 교회를 위해 자신의 가진 것을 다 내 놓았다. 당황스러웠다. 한편으로는 하나님을 향한 그 전부의 신앙이 부러웠다.
누가 이 허영숙이라는 영혼을 가엽게 여기는가? 과연 천국에서 누구의 상급이 클 것인가? 진정 하나님 앞에 두려움을 느낀다.
2013, 10, 27 -주안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