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대구아동문학 66집에서 뽑은
할아버지와 동네 한 바퀴 (이민정 선생님 동화)
기: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다니러 온 세정이와 할아버지가 마을 구경을 나선다.
범어 대성당이 동화 속 성 같다고 놀라고,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긴 모노레일 지상철이 놀이동산 청룡 열차처럼 하늘로 다니는 모습.
‘저기 어린이 공원에 애비 어릴 때 갔다’는 이야기 첨부(지금은 어린이 세상)’
놀라운 것들을 보는 손녀의 표정- 출발할 때와 달리 사탕을 입에 문 듯, 달달한 표정을 지었다.(뛰어난 묘사력이 돋보임)
승: 빙수 가게에서 빙수를 마시고 동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려준다.
“옛날에는, 이 동네가 버려진 돌투성이 땅이었단다.”
“네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동네가요?”(아이다운 질문이 빛난다)
“이 땅을 살기 좋게 만든 사람은 어떤 사람일 것 같노?”
하면서 그 당시 상황 설명을 대화체가 아닌 설명체로 가져왔다.
-의병대장 모당 선생. 임진왜란 때 대구에서 일어난 전쟁 이야기 자료 수집((대구 지명의 유래와 전설. 씽크 존 같은 데서? 모당은 조선 중기 학자 손처눌(孫處訥 ; 1553∼1634)로 임진왜란 당시 전경창과 함께 400명을 모아 자신이 살고 있는 고을 남쪽 팔조 현에 의병을 잠복시켜 왜적을 공격할 방략을 열거, ‘안민을 위해 돈신(敦信)·후생(厚生)·박부(薄賦)·흥학(興學)·용현(用賢) 다섯 가지를 시행하면 백성이 편안하고 부국이 되면 군사가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자료 수집에 쏟았을 열정과 작가의 묘사력 + 시대 상황 상상력이 창의적인 묘사로 작품을 졸깃졸깃하게 승화시키고 있다.
‘흠, 비록 거친 땅이지만 흙은 황토로구나. 어디 보자. 물이 흐르지 않아 아쉽지만 또 어찌 방도가 있을 게야.’(모당 선생의 심지와 인격을 일러주는 표현이 맛깔스럽다)
전: 집에 돌아온 모당 선생-사람들을 불러 모으자 ‘죽 한 사발이라도 나눠줄 줄 알았던 사람들이 실망한다. 화전도 구하기 힘들고 농사지을만한 사람도 별로 없다고 시큰둥할 때 예닐곱살 아이가 “지가 하겠십니더!’(전래동화 속 의인 인물 묘사처럼) 나서 동아줄이 되어 사람들은 잡초를 뽑고 큰 돌을 치우고 못을 판다. 얼었던 땅이 이듬해 봄눈 녹아, 누런 떡고물처럼 부드러운 흙으로 변했다.’는 은유. 비유(메타포)가 상황에 딱 맞는 명문장이다.
결: 가을 누런 황금 들판으로 변해 황금동이 황금빛 사이로 물길 홈이 보인다고 홈골이라고 부르기도 했단다(역사 수집 자료 인용 흔적) 저 아파트는 밤 숲이었고 저 고등학교는 지대가 높아 빗물로만 농사짓던 봉천이고, 그 맞은편은 국립 박물관이다고 설명하며 모당 선생이 우리 6대 처눌 할배라고 인식시킨다.
“헤헤 할아버지, 저 할아버지 댁에 자주 놀러 올래요. 그래도 되죠?”
역사 이야기에 빠져든 손녀의 호기심을 결미 한 줄로 정리해 둔 살아있는 동화였다.
우리 고장 역사 이야기는 이렇게 써내어 보전해야 한다는 본보기글이 되었다.
2024년 11월 19일 박경선 독후감
내가 읽은 대구아동문학 66집에서 뽑은
상화 선생님의 봄 (노영희 선생님 동화)
기: 대화체로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비상한 첫 귀
“별로 안 닮은 것 같은데…….”
사람들이 앞에 서서 수군거렸다.
사람들의 대화로 내가 문학관 안에 있는 상화 선생 밀랍상임을 알고 도슨트 선생의 해설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 기울인다.
승: 도슨트 선생의 역사적 설명을 직설적으로 옮겨왔다.(자료 공부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다)
작가의 빼어난 상상력, 창의적 발상이 죽은 밀랍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살려내고 있다.
‘빼앗긴 봄’ 시. 태어나 죽는 것이 덧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 보는 내 모습은 상화 선생(에게 풍기는 빛이 없었다.)과 달랐다.
“이 아저씨한테 너 자신을 알라고. 상화 샘과 하나도 안 닮았다고.”
소동을 피우는 학생의 유머 있는 익살이 글을 재미있게 읽게 하는 동력을 준다.
전: 상화 선생님과 이름이 같은 상화가 책을 읽으러 올 때마다 밀랍상인 내게 찾아와 말을 건네 친해지자 나도 봄을 즐기러 나가고 싶어진다.
결: 밀랍상이 있는 문학관에 불이 나 소방관이 불길을 잡는데 나를 바라보는 상화 선생님의 눈빛이 무척 깊어 보였다.(이때 상화선생은 사진 속 인물인가? 꿈속 상상 속 인물인가?)
‘사람들 눈에 띄기 전에 어서 제자리로 돌아갑시다.’ 그 후 상화 선생은 사라졌다. 밀랍상인 나는 달팽이 엽서 책상 위에 올려진 편지지에 편지를 쓴다.
“제가 명에의 전당에 앉아 있은 지도 십 년이 다 되어갑니다. 선생님을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선생님과 온몸에 햇살을 받으며 푸른 들이 맞붙은 가르마 같은 봄 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여기서 작가가 내세운 제목 <상화 선생님의 봄> 의 감성이 좔좔 흘러내리는 서정동화의 맛을 살렸다.
2024년 11월 19일 박경선 독후감
내가 읽은 대구아동문학 66집에서 뽑은
깜눈이 (한은희 선생님 동화)
기: “여깄네.”
호기심에 이끌리게 하는 대화체로 시작하는 서두로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다.
-현서는 반려견 깜눈이가 교통사고로 떠나고 남긴 용품 일체가 든 비닐봉지로 그리움에 젖어든다.
승: 현서가 불타는 주황색 노을을 보며 깜눈이 생각에 젖자 옆집 깜눈이 친구 콩이가 찾아와 “저 노을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면서 앞서 현서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간다.
-동화 구성 요소 중에서 제한적 시간의 한계성은 독자들로 하여금 긴박한 상황에 몰입하게 한다.
전: 거기서 어항에 넣어 키웠던 반려게 돌이와 순이를 만나고 깜눈이도 만난다.
여기서 주인공은 금방 이별한 깜눈이 뿐 아니라 한참 전에 이별했던 반려게 돌아와 순이도 만난다는 설정으로, 그리움의 벨브가 한꺼번에 열려버린 자신의 외로움을 투영시키는 설정인 듯하다.
“나 봤으니까 이제는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잘 살아. 돌이와 순이처럼 나도 널 기다리고 있을게.”
깜눈이가 현서에게 하는 말은, 현서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로 들린다. 죽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음악, 레퀴엠처럼 진혼곡속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이 연습할 것은 서로를 놓아주는 것이다.’는 깨달음에 익숙해져 가야 하는 걸까?
결: 돌이와 순이, 깜눈이를 만나고 돌아서서 다리를 지나 작은 문에 들어서자 앞장섰던 콩이가 사라지고 현서 혼자 발코니에 서 있는 현실을 본다. 잠에 빠진 할머니를 뒤로 하고, 현서는 공부하러 방에 들어간다. 그리운 대상을 쫓아다니다 혼자 현실을 직시하며 공부방으로 돌아오는 주인공의 쓸쓸한 상황과 애잔함과 그리움에 독자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위로해주고픈 친구가 된다. 여기서 우리 인생은 왜 힘들지 않고 행복해야 하나? 생각해보게 된다. 힘든 시간을 사랑할 줄 아는 방법, 힘 들더라도 “괜찮아!” 자기를 다독이며 밝고 젊게 걸어 나가야 하겠지?
2024년 11월 19일 박경선 독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