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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새벽녘에 울리는 재난 문자에 잠이 깬다. 오늘도 날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아침 식사 후 타비강사님과 오늘 일정을 협의한다. 타비강사가 난감해 한다. 날도 좋지 않은데 우리가 갈 포인트가 없다. 가까운 곳은 다 다녀왔기 때문이다. 타비강사가 3일 간 다녀온 곳 중 마음에 들었던 포인트를 물어 온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씨와이씨 아일랜드(좌측), 씨에떼페스카토 포인트, 타비강사님이 추천해준 캡스 포인트로 가기로 했다.
날이 좋지 않아 포인트 선정이나 보트 섭외가 쉽지 않다고 우리에게 고충을 호소한다. 그리고 제이강사님(현지 강사님)에게 어제의 보트출발 지연 및 웨이트 체크 오류, 아쉬운 다이빙 내용에 대하여 소심한 컴플레인을 했다.
보트승선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모이니 여성 한분이 합류한다. 오늘 체험 다이빙을 한다고 한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세계로의 입문 과정이 되기를 바라며 같이 이동을 한다.
아침 9시에 샵에서 출발하여 보트 승선하는 곳으로 왔다. 오늘 다시 보트가 변경되었다. 보트 형태로 보아 다이빙보다는 호핑투어용 방카보트인 듯하다.
배에 올라오니 선장님이 없다. 한 20분 기다리니 저 멀리 등장하시는 선장님. 오늘 보트를 구하는데 시간이 늦어져 뒤늦게 출항신고를 하고 오는 것이라고 한다. 선한 얼굴에 인상 좋은 아저씨처럼 보이는 선장님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이번 선장님은 다른 보트의 선장들과는 다르게 선원일도 직접 같이 하신다. 보트도 운전하시고 짐도 정리하고, 우리들이 출수하면 장비도 받아주신다.
요즘 한국에서의 다이빙은 수온이 차갑고 시야도 좋지 않아 힘들게 다이빙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여기는 따뜻한 수온에 시야도 한국보다는 나아서 즐겁고 편안하게 다이빙을 한다.
두 번째 포인트인 씨에떼 페스카토
하나의 테이블 산호에서도 한쪽은 죽은 산호(우)와 살아있는 산호(좌) 가 대비된다.
생명체 없는 우측과 살아 움직이는 좌측이 대비된다.
오래전 주인을 잃은 수경
체험다이빙중인 여인
무엇일까요? 맞추어 보세요.
마지막 포인트인 캡스포인트는 모자처럼 생긴 섬으로 섬 주위를 둘러보는 포인트이며, 여기도 산호지대다. 아기자기한 산호들 감상으로 다이빙을 마쳤다.
오늘은 하선하며 선장님에게도 용돈(팁)을 드렸다. 보통의 경우 선장님들은 운전만 하기 때문에 따로 팁을 주지는 않았는데 이 선장님은 다른 스텝들과 똑같이 일하셔서.
숙소로 돌아오니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샤워를 하고 우리 부부와 황강사님 부부가 망고를 사러 시장으로 갔다. 가격은 대략 1Kg에 180페소정도 부른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할머니가 파는 곳(지난번에 망고를 산 곳이다)에서 제이가 흥정을 한다. 할머님과 1KG당 170페소에 흥정을 마쳤다. 제이가 3KG을 500페소에 해달라고 애교를 부려 10페소를 더 깎았다. 시장은 이런 재미가 있지.
저녁 식사시간에 식당으로 갔더니 다른 팀들은 다 떠나고 우리 일행만 있다.
식구가 적으니 식단도 소소하다.
황강사님 방에서 오늘의 다이빙 수다를 떨며 망고와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내일은 난파선이나 듀공을 볼 수 있기를 기도하며 잠을 청한다.
6월1일
오늘도 어김없이 재난문자가 아침을 깨운다. 창문 밖에서는 요란한 비 소리도 들려온다.
오늘도 정상적인 다이빙은 포기를 해야 하겠다.
아침 식사시간에 어디에선가 아기고양이 울음소리가 들이다, 구석에 있는 식탁 테이블 아래에 아기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여기저기 탐색을 하고 돌아다니다 우리 식탁 아래로 와서 돌아 다닌다. 황강사님 다리사이에서 쉬기도 하며 재롱을 떤다. 제이, 망고, 치즈가 음식을 조금 나누어 주니 잘 먹는다. 참치, 스팸, 빵, 계란 등을 번갈아 먹는다.
타비강사는 오늘 정도는 온천욕도 하며 쉬는 것이 어떤지 물어 온다, 일행과 협의하니 그래도 다이빙이란다. 타비강사에게 전하니 ‘오늘도 나간대요?’라며 놀라워한다.
그래서 원래 우리는 해외에 나오면 다이빙만 하는 팀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타비강사가 포인트를 정하지 못하여 힘들어 한다. 오늘 다이빙은 씨와이씨 아일랜드(좌측), 씨에떼페스카토, 알카트라스로 결정 했다.
보트 타는 곳에 도착하니 어제 승선했던 보트가 우리를 기다린다.
마지막 날이라 더 아쉬운 다이빙이다.
하얀 모래 밭에 고립된 또하난의 세계가 있다.
작은 나무 상자에 가려진 너무나 다른 또다른 세계!
나이가 들어서인지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물에 언제나 시선이 머문다.
오늘은 두 번째 포인트인 씨에떼 페스카토에서 그렇게 고대하던 거북이와 크레이피쉬도 만났다.
우리와 조우한 거북이는 우리에게 눈도장을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도망)하여 숨어 있다가 다시 만나게 된 조금 어린 거북이다. 거북이와 사진도 찍고 그간의 아쉬움을 달랜다.
조금 후에 제이가 탱크를 두드려 신호를 보낸다.
거북이가 있던 곳에서 약 10미터 위쪽으로 다가가 보니 크레이피쉬가 굴속에 숨어 있다. 커다랗고 하얀 더듬이를 굴 밖으로 내놓고 주변을 확인하고 있다. 더듬이 크기가 족히 30cm는 되어 보인다. 우리가 사직 찍는 것이 귀찮은지 다시 굴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침투작전?
50분 정도 다이빙 타임으로 두 번째 다이빙을 마쳤다. 다들 거북이와 크레이피쉬를 만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산호지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평범한 다이빙을 마무리 했다.
나, 제이, 치즈, 망고 (순서대로) 수중 인형.
우리 스킨스쿠버 장비들은 산호다이브샵에서 세척과 건조를 해 준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슈트며 레쉬가드 등 개인 용품들을 세척 및 빨래를 하고 잘 마를 수 있도록 널어 둔다.
일찍 다이빙을 마치고 들어와서인지 시간이 남는다. 비도 오지 않아 제이와 시내구경을 나갔다. 광장 쪽으로 이동하니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어여쁜 아가씨들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그 옆에는 멋지게 차려 입은 신사들이 에스코트를 하며 퍼레이드를 펼친다.
선두에 마리아라는 팻말도 보인다. 필리핀이 카톨릭 국가라서인지 카톨릭과 관련된 행사인 모양이다.
선두에는 사제로 분장한 학생들과 복사들이 있고 그 뒤로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학생들)과 파트너인 신사(학생들)이 따른다. 제일 뒤에는 커다란 아치를 꽃으로 장식한 마차도 따르고 메인 커플이 화려한 드레스와 신사복을 입고 따르는 행렬이 족히 200m는 되어 보인다.
그 행렬에 길이 꽉 막혀있는데도 불평하는 사람도 하나 없이 양 길가에 서서 그 행렬을 지켜본다. 참 낭만적인 풍경이다.
행렬을 다 보고 다운타운가 쪽으로 이동하다보니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첫날과 둘째 날 우리를 가이드해준 필립이 보인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간 다이빙을 같이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필립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니 갑자가 하늘이 어두워지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을 한다. 갔던 길을 서둘러 되돌아오다 비가 너무나 많이 내려 광장 옆 관광안내센터 처마에서 비를 피한다. 30분 정도 기다렸으나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린다. 저녁 시간이 다가와 어쩔 수 없이 빗물 사이로 다른 건물들 처마 아래로 메뚜기처럼 이동하여 숙소로 복귀하였다.
오늘은 저녁식사를 3층 카페라운지에서 한다고 한다. 그간 계속 비가 내려 3층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기회가 없었다. 원래의 계획은 제이생일날 제이가 원피스를 입고 카페에서 우아한 저녁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타비강사님이 우리가 계획한 다이빙(난파선다이빙, 듀공다이빙)이 아닌 산호지대에서만 시행한 아쉬운 다이빙에 대한 보상인지 푸짐한 식사와 함께 맥주와 망고쉐이크 등을 마음껏 먹으라고 하신다.
늦은 시간 까지 3층 카페에서 이번 다이빙에 대한 아쉬움과 다음 다이빙을 기약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6월2일
오늘은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이다.
어김없이 새벽 재난문자로 아침을 연다.
어제 밤에 가져다준다던 다이빙 장비들이 아침에야 왔다. 서둘러 짐들을 챙겨야 한다.
마지막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한다. 다들 어제 보았던 고양이를 찾는데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식사를 거의 다 마쳤을 무렵에야 고양이가 나타나서 우리들의 발 아래로 와서 울어댄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아침을 다 먹은 상태라 먹을 게 별로 없다. 식빵이 한조각 남아서 주니 허겁지겁 먹어 치운다. 우리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고양이에게 듀공이라 이름을 붙여주었다.
슈퍼가 문을 여는 아침 8시경 황강사님과 함께 맥주 박스를 반납하러 갔다. 박스를 반납하고 환불받으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가져간 박스를 입구에 두고 들어갔다, 우리가 가져온 박스는 직원이 확인하고 가져갔다, 이후 카운터에서 환불될 금액만큼 맥주를 달라고 하는데 이야기가 진행이 되지 않는다,
카운터 아가씨가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계산을 한다, 현지언어인 따갈로그어를 못하니 나의 어설픈 영어로 아무리 설명해도 서로 소통이 안 된다. 서로 이해를 못해서 20분 정도의 시간만 허비했다. 그러다 회계담당자(?)-매니저(물건을 구입하면 최종적으로 이 사람이 확인한다)에게 설명하니 매니저는 금방 알아듣는다. 그리고 구입 영수증을 가져오라고 한다. 숙소로 달려가서 영수증을 가져오니 바로 보증금을 환불해 준다. 이리 쉬운 일을 말이 통하지 않는 카운터 직원과 20분 정도 실랑이를 펼친 것이다.
우리가 타야할 국내선 비행기가 11시 20분에 출발을 한다. 9시 정도에는 출발해야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다. 서둘러 짐들을 챙겨 출발 준비를 마쳤다.
그간 우리를 챙겨준 산호다이브 및 산호리조트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팁을 전해주고 타비강사님과 제이(타비강사님 부군)강사님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2층 식당에 있는 하얀색 듀공 잘 보살펴 달라고 하니 어리둥절 하신다. 제이가 제이강사에게 설명해 준다 2층에서 만난 고양이 이름을 우리가 듀공이라고 지었다고 다음에 올 때까지 듀공 잘 보살펴 달라고 했다.
제이(타비강사님 부군)강사님이 이번에는 날씨 때문에 좋은 포인트 안내를 못했으나 다음에 다시 방문하면 꼭 좋은 다이빙이 될 수 있도록 안내를 해 주시겠다고 하신다.
숙소에서 출발하는 시간부터 공항까지 가는 내내 비가 내린다. 공항에 도착하여 수화물들의 무게를 확인해보니 치즈 가방 무게가 오버가 된다. 짐을 분산하여 나누고 한계중량인 20kg에 맞추었다. 탑승 수속을 하는데 e-cord를 보여 달라고 한다. 입국 할 때 확인하지 않았던 사항을 출국할 때 확인한다고? 의아한 마음에 준비된 e-cord를 보여주니 다른 코드를 보여 라라고 한다. 한국입국용 Q-cord를 보여주니 여러 번 확인하다 탑승수속을 진행 해 준다. 우리 탁송 짐들은 목적지가 인천으로 표기되어 스티커가 붙었다.
부수앙카 공항에서 마닐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는데 기내에서 매연 냄새가 난다. 기내는 여유석이 있으며, 여성승무원도 3명이나 있다. 비행기가 출발하기 위하여 엔진을 가동하니 기내로 매연 냄새가 더 들어 온다. 기내 에어컨은 잘 작동하지 않아 더운 느낌마저 드는 상황이다. 제이가 멀미를 한다. 속이 울렁거리는 상태에서 1시간 25분의 비행을 참아야 했다. 다행히 안전하게 마닐라공항 4터미널에 도착해서야 기름 냄새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마닐라 공항 터미널 4에서 터미널 3으로 이동 할 때 탁송 화물이 자동으로 연계 안 될지 몰라 화물 찾는 곳에서 기다려 보니 우리 짐들은 나오지 않는다. 자동으로 국제선으로 연계가 된 모양이다. 이제 3터미널로 이동하기 위해서 환승센터를 찾아갔다. 환승센터에 우리 말고 여러 명이 대기하고 있다. 직원의 안내로 공항 밖으로 나오니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다. 승합차를 타고 3터미널로 이동 한다. 탁송 수화물이 국제선과 연동이 되니 이동하는데 매우 편리하다. 승합차 운전하신 분에게 작으나마 팁을 주고 3터미널로 들어선다. 마닐라 3터미널은 제일 큰 터미널이라고 한다. 다른 터미널 보다 사람들도 많고 상점들도 많다. 점심 먹을 곳을 찾아 여기저기 둘러보다 2층 패스트푸드점에 자리를 잡았다. 코너 자리를 정하고 앉으니 너무 덥다. 중앙 쪽으로 자리를 이동한다. 음식은 가격대비 별로다.
식사를 마치고 공항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아직 입점하지 않은 곳도 여러 곳 있으며 새로 단장하는 곳도 여러 곳이다. 아직은 인천 공항과 비교하기에는 차이가 너무 난다.
출국수속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줄을 서서 이동하는데 구불구불한 줄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30분 이상을 걸려 출국수속을 할 수가 있었다.
시간이 2시간 정도 남아 각자 흩어져 면세점도 둘러보고 탑승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면세점에 품목도 별로 없고 가격도 비싼 편이다. 돌아다니다 치즈와 망고를 만났다. 물을 샀다고 한병 전해준다(기내에서 무료로 물을 주지 않는다). 발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 탑승 1시간을 남기고 자리를 잡았다. 가져온 태블릿에서 다이빙하며 찍었던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다보니 어느덧 탑승 시간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탑승 수속을 하지 않는다. 안내방송도 없이 그냥 대기 상태다. 활주로를 보니 우리가 탈 비행기에 연료 주입차량이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주위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40분 정도 지나 안내방송이 나온다. 탑승이 지연되니 대기해달라는 내용이다. 15분~20분 간격으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방송만 하고 탑승을 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앞에 있던 현지인(?)인으로 보이는 중년 부인이 방송하는 내용이 무슨 내용인지, 한국 가는 비행기 탑승을 아직 하지 않는지 우리에게 물어 온다. 제이가 친절하게 기다리면 된다고 설명해주고 우리도 한국으로 간다고 하니 조금 안도하는 표정이다.
탑승 예정시간 보다 2시간을 훌쩍 넘겨서 탑승 수속을 한다. 비행기에 올라보니 여유좌석이 많다.
좌석에 앉으니 1인당 비스켓 2개와 물을 한병씩 준다(이것이 2시간 지연에 대한 보상이다). 참 너무한다!
이륙 후 사전 주문한 기내식(소고기 장조림? 밥)을 먹고 내 자리는 제이에게 양보하고 재빨리 3좌석이 비어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누워 버렸다. 그 덕에 편안한 귀국길이 되었다.
한국에 도착하니 1시가 넘었다, 원래는 12시 20분에 도착해야 했었다.
망고는 남자친구가 마중 나와서 공항에서 헤어지고, 남은 5명은 우리차를 타고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달려 집으로 향한다.
5월 26일 부터 6월 3일 까지 7박 9일의 일정이 마무리 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