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4일 부활 제6주일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실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15-21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5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16 그리고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17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 그분께서 너희와 함께 머무르시고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 18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 19 이제 조금만 있으면, 세상은 나를 보지 못하겠지만 너희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살아 있고 너희도 살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 그날,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또 너희가 내 안에 있으며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21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할머니의 자장가
어려서 몸이 약한 나를 어머니랑 할머니는 번갈아 업어주시며 재워주셨습니다. 잠을 못 들어 하는 어린 증손자를 업어주시며 두툼한 포대기로 꼭꼭 사매 업어주시던 할머니의 포근한 등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포대기 위로 손을 연신 치켜 올리시며 자장가를 불러주시던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할머니나 어머니가 즐겨 불러주시던 자장가를 나는 자주 각색을 하기도 합니다. 충청도의 전래 자장가는 아주 아름답게 들려옵니다.
1. 자장 자장 우리아기 자장 자장 우리 아기 꼬꼬닭아 울지 마라 우리 아기 잠을 깰라 멍멍개야 짖지 마라 우리 아기 잠을 깰라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우리 아기
2. 금자 동아 은자 동아 우리 아기 잘도 잔다. 금을 주면 너를 사며 은을 주면 너를 사랴 나라에는 충신동아 부모에겐 효자동아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우리 아기
자장가는 그냥 잠을 재우는 노래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기를 사랑하여 충신이 되고, 효자가 되며,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큰 인물이 되기 위해서 세상의 쓸데없는 소리는 아예 듣지도 말고, 세상의 헛된 욕심은 모두 버리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서 아기를 토닥거리며 재우는 것입니다. 불청객이 오면, 큰 소리로 짖어대는 멍멍개도 짖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제발 귀한 우리 아기 자는 때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상을 살 때 느닷없이 덤벼드는 그런 재앙이나 괴롭힘이나 어려움도 찾아오지 말라는 것입니다. 꼬꼬닭이 울지 말라는 것은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아야 하는 것도, 공부하느라고 밤잠을 설치는 것도, 잔소리와 꾸지람도, 시끄러운 세상의 모든 것도 귀한 우리 아기 잠 들 때만큼은 소리를 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그 자장가 소리는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세상에 무슨 일이 있어도 착하고 귀여운 아기가 깊이 잠들도록 일하느라고 정신이 없어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도 바짝 마른 젖꼭지를 내밀어도 귀한 아기만큼은 새록새록 잠들기를 바라시는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이제 사랑하는 손자랑 손녀를 그렇게 업어주고, 그렇게 재우며, 그 자장가를 부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랑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기가 동작을 따라할 때가 되면, ‘곤지곤지’라고 일러주며 오른쪽 집게 손가락으로 왼쪽 손바닥을 찧는 동작을 가르칩니다. ‘곤지곤지 짝짝꿍’은 언제나 따라 붙어 다니는 노래였습니다. ‘곤지곤지’(坤地坤地)는 <젖먹이에게 왼손 손바닥에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댔다 뗐다 하라는 뜻으로 내는 소리.>이고 동작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뜻은 아이에게 손바닥은 땅을 나타내는 것이고 땅을 디디고 서야하는 존재인 것을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굳건하게 땅에 홀로서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건지건지’(乾地乾地)였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의 이치를 깨달으면 사람과 만물이 서식하는 땅의 이치도 깨닫게 되어 천지간의 무궁무진한 조화를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우리를 고아로 외롭게 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의 등에 포대기로 우리를 싸 주시고, 토닥거려 주시며 자장가를 불러주시고, 세상의 온갖 시끄러운 소리와 모든 유혹과 악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시고, 포근하게 잠재워주시겠다고 약속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 안에 있으면 우리 안에 계시겠다고 약속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늘의 이치를 알면 땅의 이치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랑 안에 서로 머물고, 그 사랑으로 우리를 포근하며 따뜻하게 감싸주실 주님의 품이 그립습니다. 그 안에서 곤히 자고 싶습니다. 당신의 손바닥에 발을 구르며 곤지곤지를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