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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대전시립미술관 2014 신소장품 I
전시쟝르 : 대전 전시회
전시기간 : 2015.02.17~03.29
전시장소 : 대전시립미술관 5전시실
관람시간 : 11월~2월 : 10:00~18:00(수요일 20:00 까지)
3월~10월 : 10:00~19:00(수요일 21:00 까지)
입장시간 : 관람시간 종료 30분전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관 람 료 : 성인 500원(단체 400원) / 어린이, 청소년 및 군인 300원(단체 200원)
문 의 처 : 042-602-3218
대전시립미술관,『2014신소장품Ⅰ』개최
대전시립미술관(관장 이상봉)은 2014년 한 해 동안 수집한 소장품을 일반에 선보이는 <2014 신소장품>전을 2월 17일부터 3월 29일까지 제5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돈희, 김선태, 정장직, 이재호, 정연민, 노순택, 장지아, 임영선, 가국현, 강영민, 박불똥, 천경우, 신건이 등의 국내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반영하는 엄선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컬렉션은 대한민국 중부권의 거점도시인 대전의 공공미술관이 지난 16년 동안 유지해온 컬렉션 정책의 과정과 결과를 오롯이 증명하는 물질형식이자 시대정신이다. 미술관 컬렉션들은 대전의 특수한 국면과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양상을 동시에 보여준다.
매년 수집되는 엄선된 소장품들은 수집 당시의 미적·문화적 시각을 잘 보여주며, 이는 동시대 미술계의 동향을 파악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전시립미술관은 세 가지 컬렉션 정책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방향은 대전미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수집, 보존하는 일이다. 그것은 두 번째 컬렉션 정책인 한국미술의 보편사와 짝을 이뤄 특수와 보편, 지방과 전국의 상호관계를 가늠하게 한다. 20세기 초에 태동하여 비약적인 성장과 변화를 겪어온 대전미술은 생성과 변화발전의 모든 과정이 대한민국 전체의 양상과 유사하지만, 그 속에 담긴 특수한 구조들은 미술문화로 읽어내는 대전의 미술사를 보여준다. 과학예술/뉴미디어아트는 세 번째 컬렉션 정책이다. 이 방향은 과학기술의 도시 대전을 예술적 소통과 연계하려는 특성화 전략으로서 뉴미디어아트전시와 과학예술융복합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조사연구와 프로모션, 전시 역량 등을 작품소장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의 공공미술관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컬렉션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왔는데, 이에 따른 일반화의 오류를 불식하고 차별화 부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반성의 논의와 혁신의 실천이 일어나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의 컬렉션 정책은 기존에 추진해온 대전미술과 한국미술 두 갈래의 방향을 상호보완적 관점에서 완성해나가면서, 대전의 도시특성을 반영하여 차별화전략을 개발하려는 변화와 혁신의 태도를 담고 있다.
□ 전시개요
❍ 전 시 명 : 2014신소장품Ⅰ
❍ 개최일시 : 2015. 2. 17(화) ~2015. 3. 29(일)/41일간
❍ 장 소 : 미술관 5전시실
❍ 부 문 : 회화, 서예, 사진
❍ 전시작품 : 20작가 총25점
❍ 담 당 : 김태형 학예연구사(042-602-3212)
□ 전시소개
대전시립미술관은 2014년도 한 해 동안 수집한 작품은 2차에 거쳐 총 34점의 작품을 구입하였으며, 수집대상은 지역미술의 초석이 되었던 근․현대기의 작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하였고,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반영하는 예술적,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구입하였다.
대전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은 우리 지역은 물론 한국 근․현대 미술의 역사를 정리하는 공공의 자산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2015년 현재 대전시립미술관은 1,162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 새로 수집한 작품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국내외 주요 미술관의 전시에 대여되거나 미술관이 개최하는 기획전 등을 통해 선보일 것이다. 여기 차별화한 컬렉션 정책을 바탕으로 대전미술문화의 초석을 다져나가는 대전시립미술관 신소장품의 반듯한 컬렉션들이 펼쳐져 있다.
가국현
김선태
임영선
박불똥
□ 작가소개
정 철은 추계예술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1990년대 후반부터 대전화단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토대장정>(2014)은 아득했던 우리의 어린 시절 또는 기억의 저편에 묻혀 있는 특별한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그가 그려낸 그림들은 어린 시절 놀이에 바쁜 아이들의 웃음소리 황소와 함께 산을 오르는 농부의 한숨 소리, 하늘을 나는 새와 비들기 우리에게 속삭이는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들이다. 그는 ‘산(山)’이라는 주제를 집중 연구하고 자신의 작품에서 풀어내려 한다. 산이라는 존재는 항상 그 자리에 자리 잡고 사람들에게 휴식처로 편안한 대상이며 또한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외의 대상이기도 하다.
정재식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Paris Atelier Contre Point 17. 판화과정을 수학하였다.
작품 <天長地久Ⅰ>(2005), <Domain of intelligenceⅡ>(2006)에 나타난 동심원은 마치 세계의 근본 원소인 모나드(단자)로도 보인다. 모나드들 상호간의 우연한 충돌과 융합에 기인한 운동성으로부터 세계가 생겨난 태초의 풍경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작가의 그림에서 동심원들은 그 자체 고정된 것으로서보다는 보이지 않는 인력으로 인해 잠재적으로는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하튼 이는 그 자체 물리적인 현상으로서보다는 이로부터 작가가 유추해낸 일종의 존재론적이고 심리적인 정황의 한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심리적인 현상은 그 자체 자기 완결적이고 안정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고유의 역동성과 운동성으로 인해 화면 외부로까지 증폭되는 비완결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작가의 그림에서 동심원들은 대개 중첩된 형태로 나타나고 이런 겹 구조로 인해 그 자체 중심성이 강한 일종의 핵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마치 수면에서 일정한 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파문 혹은 파장의 형태를 연상시키고 그 형태가 빛과 소리의 운동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돈희는 중앙대학교 회화과와 충남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그동안 서울과 대전을 중심으로 15회의 개인전과 국내 및 러시아, 중국을 오가며 150여회의 초대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1년 이동훈미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연변대학교 객좌교수, 국립 러시아 극동인문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이돈희는 고추잠자리를 소재로 조형성이 농후한 그림을 그린다. 한국의 가을을 대변하는 고추잠자리를 타고난 감성과 수준 높은 표현력으로 형상화하는, 섬세하면서 재기 있는 예술가이다. 작품 <Dream...Dreaming>(2014)은 분활적인 화면구성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성 짙은 작업으로 각박한 현대 문명에 시달리는 인간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고 치유하기 위해 휴머니즘적인 감수성을 시각적, 조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양한 의미를 허용하는 화면의 밀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색하게끔 한다.
김선태는 홍익대학교와 파리 국립미술학교와 8대학을 졸업했다. 1995년 파리 갤러리 아스날에서2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대전, 파리를 중심으로 12회의 개인전과 국내·외를 오가며 100여회의 초대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1997년 문예진흥원과 2004년 국립고양미술스튜디오 1기 입주작가에 선정 되어 작업을 해왔다. 김선태의 회화적 언어는 형상의 이미지를 넘어선 근원적인 심상의 표현에 그 맥락을 이루고 있다. 먹과 아크릴 오일을 써서 캔버스화지 위에 추상적 이미지 또는 인체를 나타나게 하지만, 형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의 윤곽선이다. 한 획의 검은 선은 화가가 보기에 본질적인 것인 역동의 느낌을 창출해 낸다. 작품 “미인도”는 색의 강렬함에서 전해져 오는 역동성과 내면에 내재된 심상의 분출로 표출된 작가의 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 이데아의 발현이다. 강렬한 색의 움직임을 통해 꿈틀거리는 용암의 활화산을 유추하기도 하고, 피부 아래에서 힘차게 고동치고 있는 심장의 움직임도 느껴진다. 추상적인 이미지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강렬한 개성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송산 박승배는 한국 서예계의 새로운 장을 연 깨어있는 선비이자 대 서예가인 강암 송성용선생에게 사사를 받았다. 일찍이 한학에 입문하여 서법에 취미를 가져왔다. 대한민국 서예대전 운영·심사위원을 역임하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등 국내외 초대전에 150여회 출품했다. 2008년 칠순 회고전에서 박승배는 먹향기를 맡을 수 없다고 말한다. 매일 먹을 갈고 글씨를 쓰다보니 먹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에서 먹을 놓은 적이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박승배는 예서와 행초서에 특히 능하다. 강암체를 중개념으로 하여 서로 다른 품격으로 상호 융합을 통한 자가해석을 끊임없이 시도하여 특유의 “유정형 무기교의 서예미학”을 구현해 내고 있다. 작품 이백도리원서는 초서체로 호방하게 쓴 작품으로 글씨의 기본결구인 점·선·획의 비례, 균형, 조화 등을 통해 독특한 조형미·율동미·공간미에 있어 서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현강 박홍준은 충남대학교를 졸업했다. 70년대 대전지역 고등학생들의 서예 모임인 ‘청묵회’ 창립멤버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지역에서 서예의 길을 걸으며 서예 대중화와 후진양성에 힘써오며,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대전미술협회 지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고구려 광개토대왕비를 재해석한 그의 글씨는 고구려인의 활달하고 강직한 기상이 느껴진다. 박홍준은 서예를 단순한 손끝의 재주가 아닌 인격 수양의 도구로 사용되던 서예 본연의 모습을 생각하며 ‘글을 잘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무엇이 잘 쓰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왔다. 작품 “다산선생시”는 예서체와 한글서체로 필획 사이로 배어 나오는 기운과 서체와 서체 간의 공간 운용으로 구조적인 힘을 갖게 한다. 한자를 모르는 젊은 세대를 위해 한글 주석을 병기하며 서예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선인들의 지혜를 통해 형식을 깨고 자신만의 서법을 구축하며, 묵향의 진한 기운을 보여주고 있다.
정장직은 1970년대 후반 ‘선긋기’ 방식의 드로잉을 통해 원시성을 찾고자 했던 모노톤 회화와 추상회화부터 행위미술, 인위를 최소화하고 무위를 표방한 자연미술과 같이 변화무쌍한 창작 영역의 세계를 판화, 회화, 오브제, LED까지 다양한 매체로 구현한다. <행운을 부르는 픽토그램 2012-10-64>(2014)는 작가를 대표하는 ‘행운을 부르는 픽토그램(pictogram)’ 시리즈로 주역의 8괘를 모티브로 도안한 얼굴형상 64개로 구성된다. 작가의 ‘주술감각’으로 그려진 행운을 기원하는 상징적 조형성으로서의 얼굴드로잉은 인상이나 마음의 형태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압축하고 있는 누군가의 얼굴이다. 추상성과 구체성을 중첩한 이미지는 삶을 압축한 얼굴과 자연의 이치를 함께 담아 단순하지만 집약적으로. 단일하지만 총체적으로 담아 결국 삶의 보편적 의미를 함축한다.
이재호는 실경산수를 고집하며 자연과 공감하는 작업에 집중하는 남강(藍岡)은 광대하고 장엄한 풍경으로 때로는 소소한 풍경 묘사하여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낯선듯하면서도 익숙한 감성을 담아낸다. 작가는 자연의 모습 좇기에 집중했던 90년대 이전시기를 거쳐 그 이후 자연과의 공존관계를 담아냈고, 2000년대 이후에는 자연을 자신 안으로 끌어와 작업해왔다. 특히 2000년 중반 이후, 10여 년간 작가는 자연을 변주, 변형해왔으며, <소도(小島)60>(2014)은 자연에 대한 작가의 변화된 관계를 극명하게 보인다. 예리한 관찰을 절제한 자신감으로 과감하게 그려낸 <소도(小島)60>은 수묵의 정통화법을 고수하면서도 그 틀에 억매이지 않음으로써 자연과 자연의 아름다운 본질을 관통하는 있다는 데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정연민은 퍼포먼스 활동을 기반으로 자연미술, 환경미술 등 외부 세계와의 관계성을 표출하는 일련의 작업을 진행해왔다. 활용매체의 다양성으로 작가의 창작세계를 하나의 장르나 매체로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Saw Line I>(1999)와 <Knif Line>(2000)의 경우는 나무판 표면을 날카로운 칼이나 톱을 활용하여 수직과 수평으로 교차하며 수천 번 반복한 선긋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반복적 손길로 생산된 미세한 네모형태 조각들은 접착제가 발라진 천으로 일부가 뜯겨지고 또 일부는 표면 위에 남아 결을 형성한다. 의도적이지만 우연성에 기댄 행위의 결과는 외부세계에 의해 드러나는 작가 자신을 표출한다. ‘선(線)’을 인생이자 온전한 하나의 세계로 간주한 작가의 선긋기는 외부세계와 수없이 조우하며 형성하는 개인의 삶이며 또한 그 삶이 꾸려놓은 역사로 존재의 본성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 시간을 이야기한다.
송창만의 작품은 동판과 같은 전통적인 매체에서 디지털 프린트나 회화 물감을 찍는 캔버스로 옮겨가는 경향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판화의 본질이 오로지 잉킹하기 위한 ‘판’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 것처럼, 그의 작품은 삶을 찍어내는 것, 우리 시대의 정신을 찍어내는 새로운 판화의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의 먹빛 판화 시절에서부터 줄기차게 화두로 붙들고 있는 것은 바로 자연과 우주의 본질, 우리 삶의 신비에 대한 물음이다. 아무리 다가가려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무한한 본체, 그렇기에 모든 공허한 것들을 삼키는 우주에 대한 탄복, 생명과 존재에 대한 경이가 그의 작품 안에 내재되어 있다. 무의식에서 떠오른 이미지들은 자연스럽게 그로 하여금 먹을 사용하게 했던 것 같다. 판위에 아쿼틴트로 형성된 먹빛 붓질을 한 것과 같은 그의 작품들은 어둡고 혼란스런 인간의 욕망을 찍어낸 무정형의 마음의 움직임, 불안 혹은 몸부림치는 어떤 생명들을 표현하고 있다.
신진호의 작품은 입체성을 배제한 물체가 주는 느낌으로 박제된 추억에 대한 회상이며, 과거의 한편에서 떠나 온 오래된 물체들은 실존이면서 그림자를 갖지 않는 형태로 화면에 존재한다. 물체의 질감이나 형상은 지극히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면서도 단순형체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대상이 갖는 주제를 강하게 인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또한 화면 안에서 창조되는 조형의 세계는 자연의 세계와는 달리 작가에 의해 창조된 결과로 명암을 갖지 않으며 화면에서 보이는 오브제들은 과거에서 떠나와 장식적 기능으로 놓여있다. 이처럼 그는 과거와 현실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정감 있는 물체들을 마음의 고향을 찾는 한 부분으로 이러한 소재를 통하여 주제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노순택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지나간 한국전쟁이 오늘의 한국사회에 어떻게 내재되어 표출되고 있는지를 탐색한다. 그의 작품은 ‘리얼리스트 저널리즘 포토그래픽’으로서 2000년대 이후 정치리얼리즘 사진이 갖는 특징, 즉 현실을 거르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중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비상국가>는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약 9년에 걸쳐 작업한 것으로, 한 장소의 정치적 상황을 담아내기보다는 우리국토에서 분단으로 빚어지는 현실적 상황을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현장에서 잡아냈다. 이때, 평택 대추리, 안성, 서울 등 그 지역을 한정하지 않았던 것은 이 현장의 모습이 우리 삶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총체적인 위기이며 슬픔으로 결국은 우리 사회에 숨겨진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작가 기증한 작품으로 지난 2013년에 수집된 작품의 연작이다.
장지아는 사회적 계율과 금기에 예술로 도전한다. 금기에 대한 그의 도발은 작가 자신과 연관된 세계를 넘어 인식의 측면으로 확대된다. 이러한 맥락의 중심에 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서서 오줌 누는 여자>(2006)다. 장지아는 영상과 사진으로 제작한 이 작품으로 ‘여자는 서서 오줌 누면 안된다’는 사회적으로 묵인된 금기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오줌이라는 소재로 인해 논란이 된 이 작품은 사실 사진 자체의 시각성보다 여성이 남성 위주의 규율로 가득한 세상에 적응하려 할 때 발생하는 여러 불편함을 환기시킨다는데 핵심이 있다. 이 작품은 남성과 여성의 신체는 다르다는 일반적 경계에 대한 항거이며 동시에 신체적 차이로부터 비롯되는 불합리한 사회적 체계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의 구조를 고찰한다. 이 작품은 지난 2013년 미술관에 수집된 시리즈 일부분으로 작가가 기증함에 따라 <서서 오줌누는 여자>(2006)가 전체를 갖추게 되었다.
임영선은 변방의 아이들을 통해서 지구의 미래를 본다. 동아시아 여러나라의 주변부 소수자에 주목해서 그곳 어린이들의 현실을 바라보는 임영선의 시각은 전지구화 이면에서 떠오르는 지역화로서의 동아시아 담론이나 중화패권주의의 급부상과 같은 정치적, 경제적 거대담론의 틀에 묶여있는 동시에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게 해준다. 동아시아를 두루 꿰는 작가의 행보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서겠다’는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예술가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그는 몽골이나, 티벳 등과 같이 소수자성을 가지고 있는 지역의 변방 마을을 방문해서 예술적 실천을 하고 있는데, 방문현장의 어린이들과 벽화나 미술프로그램을 가지는 한편, 한없이 맑고 깊은 미소를 보내는 어린이들을 현지의 풍경과 오버랩해서 담아내는 회화작품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관찰자 시점의 방문객으로서만이 아니라 현지의 상황과 함께 호흡하는 일련의 관정을 거친 후 그 체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생산한다.
가국현의 회화는 간결한 선과 화려한 색채로 단순함과 명료함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본다’라는 회화의 기본적인 원리는 ‘일루션’을 얻는 일이며 선과 색은 대상을 향해 전달되는 순간을 결정하게 된다. 작가는 이점에 주목하고 일상적이고도 회화의 오랜 주제인 인체와 꽃, 집, 정물, 동물, 나무 등을 외부세계나 주관적인 감정을 벗어나 색과 선 그 자체를 독립된 대상으로 간주하는 회화를 추구하여 색이 주는 풍부한 감각의 차원으로 시각을 유도하고 있다. 세부적인 묘사가 제거된 화면위로 감각을 자극하는 색채만을 남기고 선명한 색의 대비로 미적유희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듯하다. 어쩌면 작가는 대상의 재현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것과 그래서 극도의 단순함으로 회화의 기본요소에 도달함과 동시에 형과 색의 미적구성과 대비를 통해 감각의 자극을 불러일으키고 더불어 시각적 일루전에 도달하는 이중성을 하나의 화면에서 추구하고 있는 듯하다.
강영민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도상을 회화적으로 변용하여 그것을 이미지의 정치학으로 활용하는 팝아티스트이다. 그의 그림들은 만화캐릭터를 이용한 작업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박정희 캐릭터를 이용한 페인틱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팝아티스트 계보를 만들고 이어온 예술가다. 그의 대표적인 캐릭터는 '조는 하트'(Sleeping Heart)다. 하트라는 심볼에 다양한 표정을 집어넣어 관객으로 하여금 친숙한 이미지를 개인의 감성에 기반하여 새롭게 읽어내도록 만들었다. 이 작품 <내셔널 프래그 시리즈>은 조는 하트 연작의 하트이미지를 태극기의 태극 문양에 대입한 작품으로서 애국심 코드를 집약한 국기에 대한 고정된 관념을 깨고, 개인의 사적인 감정이나 욕망을 대입하여 재해석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대형 캔버스에 그려진 하트문양의 태극기를 통해 1:1의 단선적인 의미해석에 머무는 이미지를 다양한 의미의 세계로 확장함으로써 국가, 공동체, 경건함 등의 딱딱한 가치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박불똥은 1980년대 리얼리즘미술운동의 대표적인 작가 가운데서 비판적 리얼리즘 계열의 콜라주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현실과 발언 멤버로 활동하면서 사회현실에 대해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의식을 담아왔다. 이 작품 <길 1>과 <길>2는 망치와 빠루를 못으로 꽁꽁 묶어두고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그것을 카메라에 담아 2미터가 넘는 사진 프린트로 보여주고 있다. 못을 박거나 그 곳을 뽑아내는 망치와 빠루가 못에 의해 속박당해 있는 역설적인 상황을 통하여 예술가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고 있으며, 나아가 인간 사회의 모순과 욕망, 억압적인 구조 등을 담아내고 있다. 인간과 사회의 형상이나 사건을 담아내는 방식으로부터, 사물의 뜻을 은유적으로 해석하고 확장하는 방식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박불똥의 예술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것은 개체로부터 군집을, 개인으로부터 사회를 유추해내는 예술적 소통의 확장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상징의 힘이다.
천경우는 ‘시간과 공간, 존재와 부재, 믿음과 시각, 인식과 교감’ 등과 관계된 근원적 사유범주에 대한 보편적 이해에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러한 사유 속에서 불거진 <One_Hour Potrait #7, 8, 9, 11>(2001~2002)은 장시간 노출기법으로 촬영한 사진 연작이다. 그 결과 기존의 사진보다는 회화에 가깝고, 초상이지만 그 대상을 또렷하게 바라볼 수 없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피사체와 작가는 카메라 노출이 지속되는 시간 동안 공통감을 형성하고, 대상에 대한 이해와 감각적 경험을 응축한다. 경험의 기록은 결국 순간의 기록이 아니라 각 순간이 이룬 과정의 기록으로 피사체가 작가와 보낸 역사의 기억이다. 이 연작은 ‘지금 이 순간’을 잡아낸다는 사진의 미학적 범주를 벗어난 작품으로 ‘보는 것’과 ‘아는 것’의 범주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신건이는 ‘대전·충남 사진작가 1호’로 우리지역 사진계의 선구자로 불리 운다. 8·15해방 혼란기와 6·25 전쟁의 참상에 대한 기록과 그리고 60년간 사진에 담았던 대전・충청의 생활 풍경은 역사로, 시대의 생생한 증언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진관을 운영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일찍이 사진기를 접했던 그는 초기에는 여러 사진술을 습득하며 살롱사진의 경향을 보이기도 했지만, 사진은 진실을 담아야 한다는 그의 지론에 따라 리얼리즘 사진의 중심에 서게 된다. 1960년대부터는 계룡산, 금강, 공주, 대전, 연기, 서산 등 우리지역의 전통문화유산과 사람들, 변모하는 도시풍경을 기록하는 일에 평생 매진했다. <대전풍경>(1964~1968)은 1960년대 공주에서 대전으로 거주지를 옮기며 대전의 여러 풍광을 담고 있는데 있는 그대로를 가감없이 기록하는 사진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비롯한 대전의 명암과 세밀한 풍경을 견고하게 이뤄내고 있다.
유병호는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라는 예술적 근원을 탐닉하기 위해 회화, 설치, 행위, 판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사유와 감성을 해체하고 확장해 간다. 외적대상을 심의적이고 내면적인 풍경으로 옮기려는 일련의 이러한 행위들은 판화를 통해 그 미학적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 ‘내 작업은 일상과 자연을 통해서 발견된 것들 중에서 나에게 의미하는 것들만을 골라내고, 나는 무질서 속의 질서를 찾기 위해 생각을 다시하면서 새로운 생각의 탄생을 위해 화면에서의 짓거리들은 합성하고 있다’라는 유병호의 신념은 단순 명료하며 순수한 색의 구성 즉, 색면구상의 기하학적 추상공간을 이끌어낸다. <Decomposition>(1993) 과 <Work2014 Blue&jazz 20/02/21>(2014)은 모노톤의 청, 적, 백, 흑의 단순한 색면이 펼쳐지지만 그 위에 중첩되는 꼴라주, 실크스크린, 에칭 등의 혼용은 다층적 의미를 융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