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올드보이>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가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황금종려상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기록영화 '화씨 9/11'에 돌아갔다.
이로써 '올드보이'는 2002년 '취화선'(임권택) 이후 칸 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서 수상한 두번째 한국 영화가 됐으며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씨받이'(임권택)와 감독상의 '오아시스'(이창동),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의 '사마리아'(김기덕)를 포함해 3대 영화제 주요 부문에서 상을 탄 다섯 번째 영화가 됐다.
또한 한국 영화계는 올해 열린 두 차례의 3대 영화제 가운데(베니스영화제는 8월) 연거푸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남우 주연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서 열연한 10대소년 유우야 야기라가 차지했으며 여우 주연상은 '클린'에서 열연한 홍콩 여배우 장만옥에게 돌아갔다.
이 밖에 감독상은 이민 2세가 뿌리를 찾아가는 내용을 그린 프랑스 영화 '추방된 사람들'을 감독한 토니 개틀리프가 수상했다.
한편 `올드보이'와 함께 나란히 칸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홍상수)는 수상에 실패했다.
박찬욱 감독은 누구인가?
제57회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 수상자인 박찬욱(41) 감독은 작가영화, 장르영화, B급영화, 컬트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 애정을 표시해온 감독이다.
1963년 8월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천주교 집안에서 성장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어머니의 손길을 받으며 자랐다는 그는 82년 서강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한 뒤 '서강대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처음 영화계에 들어선 것은 25살 때인 88년 유영식 감독의 영화 '깜동'에 연출부 막내로 참여하면서부터. 이후 '비오는 날의 수채화'(감독 곽재용)의 각본을 공동 집필했던 그는 영화사에 취직해 번역 등의 일을 맡다가 92년 직접 시나리오를 쓴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감독 데뷔를 한다.
이승철을 주연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소수의 지지자들만 남겨놓은 채 흥행에는 실패한다. 이후 방송 출연과 함께 오랜 '백수' 생활을 한 그는 97년 김민종, 이경영, 정선경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두 번째 영화 '삼인조'를 완성한다.
영화는 자살하고 싶어하는 두 남자가 무장강도로 나섰다가 자신의 아기를 찾으려는 한 여자를 도와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에 대한 지명도는 높여 놓았지만 '삼인조'도 흥행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자 감독은 세 번째 영화로 제작사 명필름의 기획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연출을 의뢰받는다.
박상연의 소설 'DMZ'를 각색한 이 영화는 탄탄한 연출력을 갖춘 완성도 있는 영화라는 평을 들으며 전국 583만명의 관객을 동원, 그해 최고의 흥행작이 됐으며 대외적으로는 일본 개봉과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의 성과를 이뤄냈다. 영화는 대중에게 박찬욱의 존재를 알린 첫번째 영화였으며 박 감독은 이 영화로 흥행감독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JSA'가 기획영화에 자신의 색깔을 넣은 영화라고 한다면 네 번째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하드보일드와 필름느와르라는 자신의 기호를 유감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누나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유괴를 계획하는 장애인 류(신하균)와 그의 여자친구 영미(배두나), 유괴된 딸의 아버지인 동진(송강호) 사이에 얽힌 복수의 고리를 그려낸 이 영화는 비평가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함께 흥행 참패라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대외적으로는 감독의 이름을 다시 한번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주요 주제는 복수와 구원. 감독은 "복수는 모두들 가슴에 품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쉽지 않은 금기사항이라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감독은 자신의 정치색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하나다. 민주노동당의 강남갑 지구당원인 그는 지난해에는 미군 장갑차 사건에 항의, 영화인을 대표해 삭발을 하기도 했으며 지난달 총선을 앞두고는 다른 영화인 226명과 함께 민노당 공개지지를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민주노동당 명예 홍보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인권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 영화 '여섯 개의 시선' 중 마지막 단편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인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루며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시각을 드러냈다.
'올드보이'까지 다섯 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최근 한ㆍ중ㆍ일 3국의 옴니버스 프로젝트인 '쓰리-몬스터'의 연출에 참여했으며 차기작으로는 '복수는…'과 '올드보이'에 이어지는 복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흡혈귀에 관한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이다.
COMENTARIO:
아쉽게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제목을 "남자는 여자의 과거다"라고 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