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2천원에 짜장을, 3천원에 짬뽕을 파는 중국집이 있다.
박 선생님은 동네에 있는 중국집을 다녀오실 때면 종종 책방을 찾아주셨다.
이번에는 짬뽕을 드시고 오셨다고 했다.
움직이면 더운 날씨였다.
자리를 안내하고 시원한 차를 내어드렸다.
남들이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시세를 이야기 할 때, 박 선생님과 나는 근처 고물상 파지 시세를 이야기 했다.
수년을 폐지와 함께 생활하며 활자에 물들어간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주인공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
박 선생님은 당신 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셨다.
나는 얼마 전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했다고, 책방이 조용한 때에 무엇이든 배워보고자 한다며 근황을 전했다.
나에게 할당된 이야기가 끝나자 어떤 말을 더 이어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박 선생님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도움을 받기만 하고, 나눌 수 없음에 안타까워 하셨다.
조용히 박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였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표정을 가려주는 마스크가 고맙게도 느껴졌다.
다음날, 박 선생님께서 다시 책방에 찾아오셨다.
이번에는 중국집을 다녀오시지 않았다.
고물상에서 알게 된 할머니 소개로 어느 집 청소를 하고 일당을 받으셨다고 했다.
청소하며 나온 거울이 책방에 필요한지 물어보셨다.
쓰임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받아두었다.
잘 닦아서 적당한 곳에 걸어두고자 한다.
박 선생님이 전해주신 거울에 돕고자 하는 선한 마음들이 비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