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부터 시작된 집사람과의 주말 산행이나 여행 약속이 생각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다. 기록을 보니 8월에 2번, 9월에 2번, 10월에 3번을 다녀와 도합 7번을 실천했다. 7번중 6번은 집 가까운 수목원이 고작이고 1번이 집을 멀리 떠나 여행을 한 것이 어제였고 그곳이 바로 문경새재 사과축제였다.
단풍철이라 팔공산을 갈까? 문경새재를 갈까?? 하다가 후자를 택했다. 팔공산은 단풍이 절경이고 문경새재는 사과축제겸 여태 내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 그곳으로 택했다. 사과 축제를 하루 남긴 주말이라 많이 붐빌 것을 생각하고 아침 일찍 출발한다고 했는데 도착하니 오전 11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어느 지역에서 출발하던 주말인 경우 네비로 그곳까지 1시간 정도가 나오면 축제 장소의 주차장까지는 플러스 1시간이 더 소요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 역시도 대구에서 1시간 반이면 갈 것을 아침 8시 50분에 출발하여 11시 30분에 도착했으니 2시간 40분이 걸린 것이다. 날씨도 좋고 단풍이 절정이라 각지의 모든 사람들이 몰려 온 느낌이였다.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따라 가는데 잠시 정신줄을 놓은 탓에 내차가 쿵하길래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앞차를 박은 것이였다. 내려서 보니 앞차 범퍼가 몇군데 스크래치가 났었는데 좋은 분을 만나 괜찮다고 했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를 드린다. 주차장도 초만원 상태라 간신히 자리를 확보하고 행사장에 도착하니 사과축제 아치가 반기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정오 12시였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줄이 길지 않는 식당에서 잠시 대기했다가 점심을 해결했다. 이곳의 식당들은 대체로 토속음식들이 맛집들인데 버섯전골, 산채나물, 더덕구이, 간고등어, 도토리묵, 파전 등이 주류였다. 배를 거나하게 채우고 본격적인 사과축제를 즐겼다.
이곳을 오기전까지 사과의 종류가 이렇게 많고 특히 이지역의 특산물인 감홍 사과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감홍 사과는 문경에서 최초로 재배하여 성공한 사과로써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고 했다. 사과축제라고 해서 별도의 장소를 확보하여 사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문경새제 입구에서 도립공원 들어가기 전까지 도로옆에서 사과를 판매한다.
때문에 사과를 사려면 도립공원을 다 보고나서 구입하는 것이 고생을 줄이는 것이다. 사과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하기 위해 사과가 달린 나무를 배경으로 포토존이 있고 축제행사 무대, 사과 전시장 등이 있었다. 사과 축제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도립공원을 둘어 봤다.
문경새재가 관광지로 부각한 것은 옛날 선비들이 장원급제를 꿈꾸며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넘나들던 길이였기 때문이라 했다. 새재의 뜻은 여러개가 있지만 고갯길이 워낙 높아 새들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데서 유래되었고 과거 급제가 그만큼 힘든 것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새재는 총 3관문으로 되어 있는데 1관문에서 2관문까지가 2.2km이고 2관문에서 3관문까지가 3.5km정도이다. 총 5.7km이지만 왕복 11.4km이기에 도보로는 약 3시간이상 걸린다고 했다. 1관문과 2관문 사이에 오픈 세트장이 있고 우리는 거기까지 구경만 하고 내려왔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다시한번 와서 전동차로 구경을 해볼까 한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전동차를 운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변에 사계절 썰매장도 있고 석탄 박물관, 에코타운 놀이기구 및 맛집 등이 많아 가족여행으로 적격인것 같다. 오늘(10/30)까지 사과축제가 끝나고 11월 초(11/4~11/6)에 다시 한우축제가 이어진다고 했다.
여행은 언제나 눈과 입을 즐겁게 하고 생각케 하는 것이기에 이곳은 그러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것 같았다. 여행 기념차 특산물인 감홍 및 부사 사과 각각 1박스와 생강 젤리 등을 구입하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반이 되었다. 귀가 도중 집사람이 오늘 너무 즐거웠고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결혼 후 단둘이 함께한 여행중 가장 먼 코스였다고 했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얼마나 못난 서방을 만났으면 그런 말을 할까? 이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변명의 여지없이 쏘리~ 쏘리~~였다. 쏘리가 말로만 하는 소리로 그칠것이 아니라 8월 이후 약속한 산행과 여행이 계획대로 투진 될 수 있도록 이번 사과축제를 계기로 전국 축제 투어를 꿈꾸며 자기성찰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