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날린다
빨래를 하고 나서 연을 날리고 있다.
어릴 때, 연을 만들다가 여동생 검지와 엄지 사이를 칼로 배었다.
연살을 만드는 중, 대나무를 자르다가, 대나무를 쥐고 있던 여동생의 손을 자른 것이다.
연 날리기는 어릴 때, 대부분 아이들의 놀이였다.
연을 날리다가, 연이 떨어져서 나무에 걸리기도 하고, 그래서 나무를 흔들기도 했다.
연날리기 보다 어쩌면 연을 만드는 과정이 더 재밌었다.
연의 몸통인 한지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산에 가서 대나무를 잘라서 잘게 쪼개기도 했다.
그게 귀찮으면, 대나무 빗자루에서 뽑아서 만들다가 엄마에게 혼나기도 하고.
연 날리기는 글쓰기와 비슷하다.
하늘을 하염없이 날으니까. 어디든 갈 수 있고, 볼 수 있으니까.
누구도 의식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누구라도 볼 수 있으니까.
더욱 중요한 것은, 볼 수 있는 선택권은 사람들에게 있으니까.
보기 싫으면 안봐도 되니까.
글쓰기에는 미련이 없어야 한다. 마치 연날리기처럼.
누가 봐도 좋고 안봐도 좋고, 보면 더욱 좋고.
그리고 그 연이 싫으면 내가 언제든지 날려 버릴 수 있고.
내가 오래전에 썼던 소설은 이미 벌써 연줄이 끊어져 사라진지 오래다.
다행이다. 그 연이 아직까지 하늘을 날고 있다면, 나는 거기서 벗어날 수 없었을 거다.
그 연은 나에게서 벗어나 훨훨 날아 우주의 심연 속으로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는 것이다. 연을 날린다.
이 글을 끝내자마자 세탁기에서 짧은 음악이 들려온다.
나도 이제 연을 그만 날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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