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갑 계 / 김봉임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청계 거주하는 수다쟁이 아줌마들 돼지띠 열 명이 계모임을 한다. 곗돈은 25.000원씩 매월 걷어 그날 점심은 돌아가면서 부담한다. 총무는 계원들의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도 명부에는 직업이나, 마을, 자녀이름으로 기 바느질, 어물, 복길, 도림, 소열, 양파, 총무, 서점, 등 이런 식으로. 기제를 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매월 모은 곗돈으로 25년 전에는 계원 열 명이 1박 2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제주도 여행, 기억은 중국 전통의 기예 서커스 공연으로 가녀린 소녀들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거와 오토바이 쇼, 원형 투명 유리 안에 환상의 입체적 공연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라는 속담이 있다. 하물며 수다쟁이 여자 열 명이 모였으니 수다를 떨 때는 식당이 날아갈 뻔 했다. 계를 시작할 때만 해도 40대 후반이었다. 만나면 유년 시절 이야기꽃을 피우고, 젊은 시절 시집살이 설음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도림은 막걸리 한 사발 마시면 삶이 연결되는 현 싯점에서 남편 흉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고 보면 곗돈이 효자 노릇을 한다. 15년 전에는 모인 곗돈으로 부담 없이 2박 3일 일본 여행도 왕복 비행기로 다녀왔다. 처음 가보는 외국 여행이여서 인천 공항으로 가는 동안 마음이 들떴는데, 가는 날부터 오는 날까지 날씨가 흐려서 일본 여행은 별로 기억이 없다.
어느 해 겨울이었다. 저녁 여덟시 반 티부이(TV) 연속극을 보고 있는데, 누가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들겼다. “누구에요?” 라고 했더니 "서점아 나 도림이야, 추워죽것다. 문 좀 열어주라" 라고해서 문을 열어주었다. "도림아 어쩐 일이야?"라고 했더니 대답대신 울어버리기에 그녀를 부축이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차 거운 손을 이불속에 넣어 주면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한참을 울기만 하더니 이불속에 나란히 누워서 잠들 무렵에야 얘기를 꺼냈다. 내예상이 맞았다. 그녀는 남편 몰래 주식 투자를 했는데, 주식이 폭락해서 망했다고 한다. 그거를 남편이 알고, 그 추운 겨울에 현관문을 쾅, 열어젖히고 집안에서 입던 옷차림 그대로 내쫓았다고했다.
나는 주식(株式)의 뜻은 알고 있지만 이론은 전혀 모른다. 그냥 귀 동냥으로 계원들 주변사람들이 주식 투자로 망한 사람도보고, 돈을 많이 번 사람도 보았다. 동네 계원 중에 ㅊ 남편은 청계 살면서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어 남악 신도시에 아파트(A.P.T) 38평도 사고, 그곳에 논도 샀다고 들었다. 동네 신협에도 몇 억을 예치했다고 들었다. 본인들은 내색을 안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불로소득 이라며 곱게 보지 않는 눈치다.
6년 전 성남에 사는 딸 이름이 손전화에 찍혔다. "엄마야,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었다. "응 엄마, 아파트 옆 동으로 이사하는데, 전세금 2억이 모자라,” 라고 한다. “모자라면, 나보고 어쩌라고?”했더니 “엄마, 1억 원 있어?” 라고 한다. 그러면서 1억 원은 시부모가 주시기로 했다며, 나더러 1억만 빌려달라고 한다. 그때는 손주 둘이 초등학생이라 학교 등굣길이 좋아서 전세 9억이 넘는 지역 에서 거주해야 한다기에 나는 못 이긴 듯, 1억을 빌려 주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주식으로 1억 3천을 잃고도 사는데 자식이 갚겠다며 달라는데, 나중에라도 받게 되면 노후자금이 되지 않겠나, 싶어 1억을 보내고 나니 마음의 여유로움으로 속이 편했다.
이제는 자식들 자랑으로 수다 떨던 계원들이 나이가 들어 몸이 아프다며, 국내 여행조차 망설인다. 곗날 모임도 빠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노후 대책이 절실해진다.
지난 월 말에도 손전화에 “엄마 백만 원 보냈어요.” 라고 문자가 떴다. 딸은 1억을 빌려간 후, 월말에 백만 원씩 꼬박꼬박 보내준다. 나는 교사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이젠 그만 보내라고 해도 계속 보낸다. 딸은 엄연이 빌린 돈이라며 나중에 세금 문제가 될까봐 1억 차용증과 전부를 갚는 날 까지 매월 보내겠다는 메시지도 보내왔다. "우리 딸이 열심히 사니 대견 스럽다."라고 칭찬을 해 주었다. 투자 치고는 괜찮은 노후 대책이리라 생각해본다.
첫댓글 장부에 적힌 계원들의 명부 이름이 재밌어요.
선생님은 '서점'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선생님은 글향기 이시군요, 예쁘십니다.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재밌게 사시네요. 그 우정 변치않길 바랍니다.
서정님의 딸이 아주 야무지네요. 좋으시겠어요.
조미숙 선생님, 허숙희 선생님, 매번 좋은 댓글 달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나중에 글 잘 쓰게되면 좋은 댓글 달아 드릴게요, 많이 고맙습니다.
명부의 이름이 참 정겹습니다. 글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