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도 그 뭣도 아닌 업식놀음
어느 날 우연히 친척 한 분을 만났다.
가까운 촌수인데도 한동안 교류가 없던 친척분인데,
대화 도중 느닷없이 "예수 믿고 구원 받으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말했다.
"저를 생각해 주는 마음은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는 불교 수행자입니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초대를 받아 그 친척분의 집을 방문할 일이
생겼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종교 얘기가 나왔다. 마침 함께 초대를 받은 친척의 친척이 말을 걸어왔다.
불교 믿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교회 좀 나가 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돌 직구를 날렸다. 요즘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특별 선교
주간으로 새내기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대답했다. "저는 불교를 믿지 않습니다.
불교는 믿는 종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믿는다는 것은 실상을 모를 때만 가능합니다.
믿음은 무지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주시는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불교 수행자입니다."
그분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은 탓인지 내 얘기는 듣는둥 마는둥 했다.
그리고는 머릿속 뿐 아니라 양쪽 어깨에 까지 가득 채워
온 무미건조용 선교용 멘트를 토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얘기가 일단락되자 나는 질문을 허락받고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졌다.
"종교라는 것, 신앙이라는 것은 세상의 그 어떤 일보다도
더 진지하게 영혼을 다 바쳐 걸어가는 길입니다.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후 불교 수행에 전념하는
불교 수행자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기독교에 대한 얘기뿐 아니라.
개종에 대한 뉘앙스까지 풍기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사람은 누구나가 예수님을 믿고 구워을 받아야 하니까요.
제 얘기가 아니고 우리 목사님께서 성경에 나오는 말씀이라고 하셨어요."
"예 목사님 말씀대로 사람의 견해가 아니라 성경에 나오는 얘기라고 해도,
성경의 얘기들이 올바른 소리고 진리라는 얘기는 또 어느 경전에 나옵니까?"
그분이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 잠시 망설였다.
그래서 내가 다시 얘기를 이어갔다.
"사돈께서는 조금 전 남편께서 키도 작고 돈도 잘 못 벌어서
불평불만이 많았는데 예수님 믿고 조금씩 이해하면서
가정이 화평해졌다고 말씀하셨찌요?"
"예, 그랬지요. 틀림없는 사실이니까요?"
"그렇다면 제가 그 남편 분보다 키도 더크고 잘생겼으면서
돈도 잘버는 분을 소개해 드릴테니 만나 보세요. 마침 그분은 상처하시고
혼자서 사시는데 외롭다며 좋은 사람 소개시켜 달라고 하시더군요."
"아니 사돈 무슨 그런 말씀을 다 하세요?
아무리 제가 신랑 흉을 좀 봤기로서니······"
"저는 불교 흉을 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불교에 대한 제 단심(丹心)이
사돈께서 남편을 생각하시는 것보다 못하지 않은데,
어째서 저한테 불교와 헤어지고 새로 기독교를 사겨보라고 하십니까?"
그분께서는 아무 대답이 없으셨다.
그리고 그분도 친척도 그날 이후 더이상 종교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땅 끝까지 선교한다는 것도, 민족 종교들의 포덕도, 불교의 포교도 다 좋다.
다만 타종교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종교가 최고라고 믿는 무지를
용기 삼아서 선교하고 포덕하고 포교하는 것은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가 아니다.
더욱이 자신의 천국행 티켓을 예약하는 데 필요한 머릿수를
채우기위한 선교라면 그것은 이미 종교도 그 뭣도 아니다.
욕심, 욕망의 노예로 전락한 줄도 모른 채 저지르는 업식놀음일 뿐이다.
귀로보고 눈으로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