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포 수변공원으로
지난 주중 개천절과 재량휴업에 이어 주말까지 연휴를 보내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월요일은 짧은 가을방학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쾌청한 하늘이 아닌 구름이 끼고 비가 살짝 내린 날씨였다, 일과를 마치고 와실로 들어 어디로 산책을 나가볼까 생각하다 무작정 길을 나섰다. 연사정류소로 나가 능포행 11번 버스를 탔다. 연초삼거리를 지나 송정고개를 넘어갔다.
옥포에서 대우해양조선 앞을 지나 두모고개 너머로 갔다. 장승포에서 수협과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난 능포 종점까지 갔다. 내가 거제에 와 일과 후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 보기 예사다. 어떤 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린 새벽에 첫차를 타고 장목을 거쳐 구영 종점까지 다녀와 출근한 적도 있다. 그래도 그날 내가 제일 먼저 출근했더랬다. 능포 종점에도 여러 차례 다녀간 곳이었다.
일과 후 굳이 능포까지 나감은 내가 머무는 연사리 일대는 여기저기 산책을 다녀 신선감이 떨어져서다. 비록 시내버스로 이동한 불편이 따르더라도 능포로 나가면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연초는 산으로 에워싸여 내륙이라 마찬가지라 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주중에 연초에 머물면서 시내버스를 타고 바깥으로라도 나오지 않으면 산중에 고립된 느낌이 들 정도다.
지난여름 옥수동 약수시장에서 대우조선 도크 울타리를 따라 능포 수변공원으로 돌아 나온 적 있다. 그날 옥수시장 뒤 낮은 산자락을 올라가보려던 계획이었는데 산행 들머리를 찾지 못해 대우조선 도크 울타리를 따라 걸었다. 이젠 방향을 거꾸로 능포 수변공원에서 산마루를 넘어 약수시장으로 내려갈 참이다. 해가 점차 짧아져 날이 어두워지기 전 하산하려니 걸음을 서둘러야했다.
날이 저무는 즈음 능포항 서쪽 수변공원으로 나가봤다. 포구에는 조업을 나서지 않은 어선들이 닻을 내리고 있었다. 북쪽 저 멀리 아스라이 가가대교 연륙교 구간이 시야에 들어와야 하는데 날씨가 흐리고 저녁 무렵이라 보이질 않았다. 포구 방파제에는 몇몇 낚시꾼이 어두워오는 줄도 모르고 낚싯대 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포구에는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마주보고 불이 반짝였다.
능포에서 빤히 바라다 보이는 언덕에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조각공원에서 산등선을 따라가면 멀지 않은 곳에 양지암 등대가 나온다. 양지암 등대는 야간에 대한해협에서 옥포로 드나드는 선박의 방향을 잡아주는 길잡이가 된다. 거기는 일 주 전 가덕도 작은형님과 다녀왔더랬다. 능포 수변공원에서 양지암 등대로 가는 길과 반대 방향인 대우조선 도크가 있는 산자락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흐린 하늘이 오후가 되자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우산을 챙겨 나오긴 했어도 빗속에 산행을 함이 조금 무리인 듯했다. 대우조선 도크로 돌아가는 입구에서 양지암 등대로 가는 길 맞은편 산등선으로 오르는 길목을 찾아냈다. 들머리는 언덕은 며칠 전 태풍으로 흙이 흘러 있었다. 비탈길이 비에 젖어 미끄러울 듯했다. 언덕을 오르면 길섶에 풀이 무성해 바짓단이 젖지 싶었다.
다음 지도에서 능포동 뒷산을 검색해 봤을 때 낮은 무명고지였다. 지도에 표시되기로는 150미터 낮은 봉우리였다. 해변에서 정상으로 올라 약수시장으로 내려오면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듯했다. 그럼에도 선뜻 산행을 감행하지 못하고 망설여졌다. 날은 금방 어두워오고 비가 내려 길이 미끄러울 듯했다. 초행이라 사람이 잘 다니질 않은 등산로가 얼마나 묵혀져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하고 발길을 돌렸다. 훗날 날씨가 좋고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오르기로 아껴 놓았다. 발길을 되돌려 다시 능포 수변공원으로 나왔다. 날이 어두워와 멀리 양지암 등대에서 점멸하는 등댓불이 더욱 선명했다. 가까이 포구 바깥에도 방파제에 마주 선 작은 등대가 청홍으로 반짝거렸다.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렸다. 종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연사리로 되돌아왔다. 19.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