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기의 협주곡은 바이올린 협주곡이 다른 현악기들에 비해 수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멘델스존, 차이콥스키, 브루흐, 브람스, 드보르자크 외에도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긴 작곡가들은 수없이 많다. 그렇다면 첼로 협주곡은? 중후한 드보르자크의 작품이 먼저 떠오른다. 그 다음으로는 재클린 뒤 프레의 비운의 삶을 상징하는 엘가의 첼로 협주곡과 슈만, 생상스, 보케리니,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비발디 등의 첼로 작품이 떠오른다.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하이든이 남긴 첼로 협주곡 두 곡이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가운데는 원래 2번이 작품성을 더 인정받고 인기를 얻었으나, 최근 광고 등에 등장하며 더욱 많이 연주되고 있는 첼로 협주곡 1번 쪽이 21세기 청중들과 더 가깝게 공명하는 듯하다.
200년 가까운 동면에서 깨어난 작품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은 1765~1767년경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이든이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에 신설된 궁정악단의 책임자로 고용되어 아이젠슈타트에 부임한 것이 1761년, 하이든이 29세 때였다. 궁정악단은 궁정 내 주간 정기 콘서트를 개최하고 축하행사가 있을 때면 음악으로 흥을 돋우는 일을 했다. 하이든은 행사에 맞는 음악을 작곡해 악단을 연습시키고 공연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하이든은 “나는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었다. 내가 갈 길은 분명하며, 나는 충분히 독창적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결국 에스테르하지 궁에서의 생활은 하이든에게 선택과 집중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말이 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하이든은 1760년대 전반기에 연주자들의 뛰어난 연주 실력을 반영하는 작품을 썼다. 협주곡적인 색채를 띤 교향곡이나 몇 곡의 협주곡(바이올린 두 곡, 첼로 한 곡, 호른 한 곡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첼로 협주곡 한 곡, 플루트 협주곡 한 곡, 호른 협주곡 두 곡, 콘트라베이스 협주곡 한 곡의 악보는 안타깝게도 전해져 오고 있지 않다. 당시 에스테르하지 문고가 화재로 인해 소실됐기 때문이었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 C장조는 200년 가까이 귀족의 문서 창고나 도서관에서 동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61년 체코의 음악학자 풀케르트가 프라하 국립박물관에서 하이든 당대의 필사 파트 악보를 발견하고 이를 조사한 결과 진품 필사 악보로 판정됐다. 풀케르트는 하이든이 첼로 협주곡 1번을 작곡한 동기에 대해 첼리스트 요제프 바이글(Joseph Weigl)을 위해 작곡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이글은 1761년부터 1769년까지 에스테르하지 후작 궁정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한 음악가였다. ▶이 작품은 하이든 특유의 경쾌한 악상과 고풍스런 매력이 잘 살아 있는 대표적인 첼로 협주곡이다.
비록 세상에 공개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애호가들에 의해 가장 아름다운 첼로 협주곡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이 작품은 ‘쾌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듣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마치 첼로가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전혀 어렵게 다가오지 않으면서 연주하는 첼리스트의 양 손을 시험에 들게 만드는 난곡이기도 하다. 1962년 5월 19일 ‘프라하의 봄 음악제’에서 밀로슈 사들로의 첼로와 찰스 매커라스가 지휘하는 체코슬로바키아 방송교향악단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이후 이 곡은 수많은 첼리스트들의 대표적인 협주곡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1악장: 모데라토
독주와 총주를 날카롭게 대비시키고 단조로운 반주의 음형이 바로크적인 영향을 느끼게 한다. 전고전파와 바로크를 융합하는 하이든 초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매우 경쾌한 총주로 시작되며 합주와 독주가 되풀이되는 바로크적인 리토르넬로 형식의 영향이 보인다.
2악장: 아다지오
하이든 특유의 우아한 선율미를 느낄 수 있는 악장. 고요하고 편안하며 서정적이다.
3악장: 알레그로 몰토
1악장과 거의 같은 구성으로 날렵하고 경쾌하다. 바로크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총주 부분에서는 간결하게 주제가 연주되고 독주 첼로 부분에서는 첼리스트가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Mischa Maisky/Wiener Symphoniker - Haydn, Cello Concerto No.1
Mischa Maisky, conducting & cello
Wiener Symphoniker
Schloss Hetzendorf, Wien
1987
추천음반
1. 비스펠베이(첼로)/플로릴레기움(Channel)의 연주는 신선하고도 새롭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하고 날렵한 첼로 솔로가 원전 연주 앙상블과 어울려 마치 조미료 없는 음식 같은 맛을 내 준다.
2. 반면 로스트로포비치(첼로)/세인트 마틴 아카데미 합주단(EMI)은 선이 굵고 쌉싸래한 맛이 있다. 생동감 넘치는 반주와도 잘 어우러진다.
3. 마리아 클리겔(첼로)/헬무트 뮐러 브륄(지휘)/쾰른 체임버(Naxos)는 염가반임에도 주목할 만한 연주다. 바로크의 형식과 고전주의의 정신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연주이기 때문이다. 클리겔의 연주는 기교를 과시하려는 과장이 없으면서도 밀도가 촘촘하고 정보량이 풍부하다.
4. 미클로슈 페레니(첼로)/야노스 롤라(지휘)/프란츠 리스트 체임버(Hungarot on)의 연주는 화사하고 건강하다. 헝가리 출신의 첼로 거장 페레니는 오케스트라의 흐름에 원숙하게 올라탄다.
5. 끝으로 장한나(첼로)/시노폴리(지휘)/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EMI)를 빼놓을 수 없다. 재기 넘치는 열여섯 살 장한나와 지금은 세상을 뜬 명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의 풍성하고도 따스한 어우러짐의 기록은 고이 간직할 만하다.
글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현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전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전 <객석> 편집장 역임.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누비길 즐겨 한다.
첫댓글 어? 음악이 들리네.목원님이 그동안 올려주신 음악들은 대부분 '먹통'이었는데...
특별 객원으로 참여하여 꾸준히 카폐를 빛내주시는 목원님의 정성에 항상 謹表謝意!
뒷메 님.. 음악이 들리고 있다 하시니 더욱 반가워요..모든 분 들이 저를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마치 아우 처럼 여겨 주시니 정말 더욱 행복 스럽습니다. 뒷메님이 베풀어 주신 환대를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일일이 거명 하시며 56카페 회원들을 소개한 글 감사하며
우리들이 해야 할 추억어린 사진까지 게재해 주신 목원님 감사합니다.
비도 내리고 바삐 서울역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오게되서 미안 합니다.
대전에서 우중에도 불구하시고 56운영회에 참석하심에 감격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아민현 님과 같은 분이 많이 계시니 경기56카페가 더욱 활성화 될 것입니다.
무사히 대전으로 가시게 되었으니 더 이상 바랄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목원이 계셔 우리 카페가 더욱 빛납니다~~
썬샤인 님.. 통일행진곡을 더욱 잘 부르게 부지런히 연습하여
다음번 뵈올때는 우렁찬 목소리로 선창하겠습니다..
늘 좋은음악 .여러 장르를 올려 주시니
가리지 않고 즐겨 듣습니다.감사드리고....*^^*
경기56회 카페의 핵심은 채송화 님의 아름다운 활약상 이라 보면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부듸 건강을 잘 유지하시어 56회 카페와 함께 영속 되시길 간절히 바라나이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