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大戰 /김준한
정찰병에 의하면
오전에 추위로 무장한 수많은 눈의 원정 대군이
들판에 집결한 풀을 쓰러트리고 쳐들어올 것이라 했다
기상캐스터의 보고에 의하면 해의 지원 병력은
오후쯤 되어야 합류할 것이라 했다
적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지원군에게
전공을 뺏길까 하는 욕심에 새벽 일찍 출정 준비를 했다
바람에 날을 세운 적들 때문에
다른 때 보다 더 두툼하게 챙겨 입었다
수년간 치렀던 전투의 흔적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작업복,
추위와 싸우기 위해 겹겹이 입어야 했던 하루의 무게
때론 비참한 패잔병이 되어 부끄러운 상처로
울부짖기도 했지만 그동안 무수한 하루를 죽여,
나는 아직 살아남았다
담배 한 개비와 커피 한잔의 전투식량
잠깐의 농담으로 전투 작전을 세웠다
“김 씨는 철근 저쪽부터 하시고 이 씨는 이쪽에 먼저 철근 옮겨 주세요”
두려움을 모르고 달려드는 눈의 맹공이 날카롭다
여름 내내 방심한 아군의 허점을 틈타 바람의 칼날을 세웠나 보다
뜨거웠던 여름에 익숙해져 버린 몸, 아직은 낯선 추위
목덜미 옆구리 가랑이 사이로 시린 혈흔이 낭자했다
수적 열세에 밀려 퇴각한 아군은 불 가에 서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오후가 되자 기다렸던 햇살 군이 당도했다
선봉대장의 힘찬 마지막 진격 명령,
"이제 오후 한 타임만 하면 따뜻한 집으로 퇴근할 수 있습니다!"
“자자 후딱 남은 철근 옮기세요”
거대한 함성과 함께 아군의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
첫댓글 인생은 전투이기도 하지요ㅡ
어제는 전투였어도
오늘은 따뜻합시다
무엇을 짓는 싸움일까요 ᆢ
생존은 거미줄에 얽힌 뼈 같은 것
소통 감사합니다^^
노가다의 일상을 빌려 닥쳐오는 겨울과 전투 준비 중이군요.
힘듭니다 치열해요♡♡♡
하루의 일상을 수 놓으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