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가워질수록 바다 속의 해산물은 맛과 영양이 무르익어간다. 가을하면 여러 가지 제철 음식이 떠오르지만, 그중 하나가 게 눈 감추듯 먹게 되는 ‘가을 꽃게’이다.
가을에는 암꽃게 보단 수게가 인기만점!
봄에는 암꽃게가 제철이고 가을에는 수게가 제철을 맞는다.
대개 봄에는 알을 배고 있는 암꽃게가 인기다. 하지만 산란기를 지난 가을에는 살이 없는 ‘뻥게’라고 하여 선호되지 않는다. 대신에 금어기인 여름동안 잘 먹어 살이 꽉 찬 수게가 제철을 맞는다. 맛과 영양이 무르익은 가을 꽃게를 넣고 끓인 꽃게탕은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속이 풀리는 깊은 맛이 난다.
꽃게는 시기마다 조리법도 다른 점 알고 계셨나요?
가을 수게는 찜이나 탕으로 먹는 것이 좋다.
꽃게는 잡히는 시기에 따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리법이 다르다. 살이 꽉 찬 가을 수게는 찜이나 탕으로 먹는 것이 좋다. 이때의 꽃게는 작은 놈 여러 마리보다 큰 놈 하나가 더 낫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살이 꽉 찬 수게에는 맛과 영양이 진하게 농축되어 있다.
강한 꽃게 향을 즐기려면 증기로 찌는 통찜만한 것이 없다. 이런 저런 재료나 솜씨가 없다면 꽃게 한 마리 풍덩 넣고 국이나 찌개를 끓여보자. 맑은 국에는 시원함을 더해주고, 매운 국에는 진한 맛을 보답해준다. 가을 꽃게 하나면 그 어떤 인공 조미료로도 대체 못하는 감칠맛이 더해진다.
그러나 봄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산란기를 앞두고 있는 봄에는 게딱지 속에 알과 내장을 가득 품고 있는 암게가 선호된다. 작은 암놈 꽃게로 간장 게장을 담그면 진한 주황색의 알과 내장에 그 색깔만큼이나 진한 맛과 향이 우러나온다. 뜨거운 쌀밥 위에 흐물흐물한 게살을 얹어 한 입 먹으면 입 안에서 녹진하게 녹아내리는 맛이 일품이다. 봄 한철에만 잡히는 알이 꽉 찬 꽃게가 아쉽다면 제철에 대량으로 구매하여 냉동실에 얼린 후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는 것도 방법이다.
꽃게에게 있는 가장 대표적인 성분, 타우린!
꽃게에 있는 대표적인 성분이 타우린인데 망막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
꽃게에는 다양한 영양성분이 함유되어 있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타우린’이다. 눈 건강에 좋은 타우린 성분은 망막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어 40대 이후에 겪는 노안 개선에 도움을 준다. 타우린 성분은 수용성 아미노산이므로 조리 방법에 따라 섭취율이 달라진다. 찜으로 조리하면 꽃게 살에 함유된 타우린을 가장 많이 섭취할 수 있다. 탕으로 조리하면 타우린 성분이 국물에 용출되므로 간을 비교적 싱겁게 하여 국물까지 다 먹는 것이 좋다.
꽃게를 고르는 방법 : 직접 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아요!
꽃게를 살 꽉차게 먹으려면 톳밥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싱싱한 꽃게를 고르기 위해서는 직접 들어보는 것이 좋다. 크기는 비슷하더라도 살이 꽉 찬 묵직함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게가 무겁고, 몸 전체가 크고, 긴 다리를 갖고 있는 것을 고르자. 배 부분이 하얀색을 띠고 있는 것이 싱싱한 상태이며, 노랗거나 검으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꽃게는 잡힌 지 하루만 지나도 재고로 분류된다. 따라서 가격이 있더라도 당일 날 아침에 잡힌 것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싱싱하다. 보통 마트에서 꽃게를 톳밥에 보관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는 움직일 때마다 에너지를 소모하여 살이 빠진다. 따라서 꽃게가 겨울잠을 자듯이 움직임을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톳밥에 보관하는 것이다.
꽃게가 가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꽃게에 대한 이름은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곳인 곶과 등딱지 모양이 비슷하여 꽃게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꽃게를 먹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 몇 가지가 떠오른다. 먼저 꽃게의 이름에 대한 유래이다. 꽃게의 등딱지를 잘 살펴보면 양쪽 끄트머리가 비쭉하게 나와 있다.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비쭉하게 나온 곳을 ‘곶’이라고 부른다. 꽃게의 등딱지 모양이 이 곶과 비슷하여 ‘곶게’라고 불리다가 어느 순간에 ‘꽃게’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 다음은 바로 꽃게의 둥글납작한 다섯 번째 다리이다. 대체 이 다리는 모양이 왜 이렇게 생겼나 했더니 헤엄을 치는 용도라고 한다. 바다 위를 기어 다니는 게만 떠올리다가 물살에 따라 유유히 헤엄치는 꽃게를 떠올리니 어쩐지 웃음이 난다. 꽃게의 영어 이름 중 하나가 ‘스위밍 크랩(Swimmimg crab)’ 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가을은 여름이나 겨울에 비해 그 기간이 넉넉하지 않아 더욱 아쉽다. 그만큼 제철 음식을 찾아 먹는 것도 더 부지런해야 한다. 그럼에도 차가운 바다 속에서 맛과 영양이 무르익은 꽃게가 식탁 위에서 가을의 맛으로 보답해주는 이 계절이 참으로 반갑다.
요리연구가, 식품영양칼럼니스트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