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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예사롭지 않은 만남들.
연회장에 도착하니 먼저 온 사람들로 이미 꽉 찼다,
“ 여- 장 원장! ”
목소리가 우렁우렁한 서울에서 온 외과 교수 우 경훈이 소리쳤다,
“ 어머 ! 장 선생님 오셨군요, 늦어 셨네요.”
“ 안녕하세요. 장 선생님! ”
“ 사모님도 안녕하세요?”
“ 아이쿠 이런 ! 공주님도 행차 하였네.”
“ 어머, 예뻐라!”
“ 어쩜 , 이렇게 예뻐요?”
“ 아이고 참, 고거 귀엽게도 생겼다,.”
“?..”
“!..”
아이 온 것을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게중에는 물론 의외라는 듯 놀라는 사람도 있었고 입을 삐죽거리는
여자도 있었지만 거의 모두 어진 미소를 흘리며 반겼다, 속마음은 아닐지 모르지만 ...
명희는 게의치 않았다, 회심의 미소를 짓고 한쪽의, 비교적 조용한 자리에다 아이를 앉혔다,
그리고는 음식 시중을 드는 웨이터에게 아이를 부탁했다,
“ 주현아 여기 앉아서 쥬스랑 먹고 싶은 거 달래서 먹고 있어? 아빠랑 엄마는 손님들과 얘기를 해야
하니까. 졸리면 여기 이 오빠에게 말해 알았지?”
“응 알았어, 내가 갖다 먹을게 엄마 가봐,”
아이는 가라고 손짓 까지 했다, 낮 가림을 하지 않는 아이를 흘겨 주듯 웃고 나서.
명희는 사람들에게로 갔다, 모일 사람은 다 모인 듯 했고 연회의 성격이나 환영사는 이미 끝난 듯 ,
초청된 사람들의 소개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쪽에 마련된 뷔페를 가져다 먹으며, 혹은 술과 음료를
들며, 소개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환영의 제스쳐를 해 보였다,
“서울에서 오신 내과계의 권위자, 의과 대학 교수이신 이 민 박사 내외십니다, ”
내외가 일어나 부드러운 웃음을 띠고 꾸벅 인사를 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세레를 받았다,
인사만 하고 그냥 앉으려는데
“그런데 이 박사 !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거 부인의 입을 그렇게 물어뜯어 놓으면 어쩌나 흉하게 스리.”
그의 앞자리에서 이민박사 보다 연장자인 듯한 게스트 한 분이 농을 던졌다,
그러자 시선들이 모두 부인의 얼굴로 향했고 , 어깨단에 주름을 넣어 봉긋하게 솟아 오른 연갈색의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진주 목걸이를 한, 키기 작고 다소 살찐 부인의 얼굴이 벌게져서 입을 가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키들거리며 웃었다, 이민 박사는 아직 오십 전 후였는데
머리가 하얗게 변해 버리긴 했어나 젠틀맨이였다, 그도 조금 당황 한 듯 했으나 곧 마이크를 받아 쥐고
환영 소감을 말했다,
“ 감사 합니다, 여러분을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좋은 시간 되시구요. ..짓궂은 강 박사님을 만나서
오늘 또 제가 무사하지 않을 듯 합니다, 실은 집 사람의 입술 언저리에 점이 있었는데 엊그제 그걸
병원에서..”
“ 어허- 거 왠 변명인가 이박 사 답지 않게, 이 박사 힘 좋다는 거 다 알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부인의 입술을 그렇게 망가뜨러 놓다니 ..”
연장자는 계속 물고 늘어졌다, 사람들이 웃어 제쳤고, 이 박사는 할 수 없이 먼저 앉아 버린 부인
옆에 앉고 말았다, 웃고 있던 사회자가 잠시 더 그쪽을 지켜보고 난 뒤,
“조금 전에 도착한 < 두 명, 크리닉 > 장명우 원장님 내외십니다.”
명우 내외가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장 선생님!”
여자들이 반겼고
“그런데 ‘두명’이란 무슨 뜻인가요?”
“ 네 그것은...” 사회자가 말했다, “ 장명우, 이명희부부의 가운데 명자를 따신 걸로 압니다, ”
“ 네 맞습니다, 저희 명자 두 개를 뜻합니다, 고명하신 선배님들과 휼륭한 후배님들, 그리고 멋진 자리.
멋진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
“역시 장선생 멋있어. 응. ‘ 두 명 크리닉’ 이라..”
“야호!”
“휘익!.”
휘바람까지 불어 제꼈다,
“누굽니까, 휘바람은 왜 불었습니까, ”
사회자가 짓굳게 따져든다,
“장선생 부인과 나중에 춤추고 싶다는 표현이라네 .”
옆에 있는 누군가가 대신 농 짓을 한다,
“오늘 특별히 초대 받지 않은 갤러리가 있습니다, 견문 차 와 있으니 여러분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
몇몇 사람들이 주현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접시를 들고 뷔페상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며 웃는 건지.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 관심도 없는 듯 해 보였고,
예쁘게 만들어진 빵 한 조각을 집게로 조심스럽게 집어 접시에 옴겨 담고 있었다,
총무인 사회자가 늬물거리며 계속했다,
“ 지성을 갖춘 화이트칼라도 술을 과하게 먹거나 이성을 놓아 버리면 허깨비나 같습디다. 오늘
여러분 끝까지 이성을 놓치지 마시고 품위를 지켜 가시길 바랍니다,”
“ 총무. 이곳이 어디라고?”
“ 호텔입니다.”
“ 그럼 걱정 마시게. 적어도 길바닥에 눕는 일는 없을 테니까”
사람들이 웃었다,
명우는 김 태일을 만나고 있었다, 그가 와 있음은 의외였다,
" 장 선생 또 만났군요 ,여전 합니다, 그려.“
그는 껄 껄 웃었다, 병원 오픈식 때 와 주어서 보고 또 만난 것이다, 그때 와서 병원 건물을 올려다보며
“내 축의금이 한 몫 했을 테지?”
하고 씨익 웃었다, 명우도 웃으며
“그랬을 거요.” 했다
그는 정연 퇴임을 하고 한 직으로 소녀원을 돌며 교정 교육에 힘 쓰고 있었다,
계속하여 시의원 누구, 변호사 누구, 무슨 박사에 무슨 검사도 와 주었다고 사회자의 떠드는 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명우는 태일에게 술을 따루고 있었다, 태일이
“신문사 사람을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왔다가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소.”
하며 변명처럼 말하고 나서
“ 얼마 전에 서울에서 도휘를 만났어요, 술을 사겠다고 전화를 했더군. 얼굴색이 안 좋길래 왜
그런냐고 했더니 자형하고 싸웠다고 하더군요,”
“...”
“그 문제가 아직 해결이 안 된 모양이에요.”
“...”
그 문제란 재산 분쟁 이였다,
“ 그의 누나도 이제 남편이 하는 일을 어쩌지도 못하고 ..내가 보기엔 누나가 더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 참 인간의 욕심이란 게 ..”
“..”
명우는 아까부터 신경을 건디리는 시선 하나를 받고 있었다, 여자였다,
상의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며 힐끗 한번 보았다, 한복을 맵씨 있게 입은 여자였다, 태일의 얘기를
들으며 기억을 더듬어 보고 있지만 , 기억에 없는 여자다,
“ 도휘가 그러는 거요. 자형으로부터 운영권을 되돌려 받아야겠는데 도통 자형이 내 놓을 생각을
안한다구, 물론 변호사 하고도 상담을 했겠지만 ..자형이 그런다는 군. 비실비실 하던 사업을 자기가
수완을 부려 튼실하게 만들어 놨더니 ,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 한다고 , 오히려 자기 밑에 와서 일을
거들라는 거요 하하하... 참 나,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도휘가 유언장을 들이
대며 따져 들었지만 씨알머리도 안 먹혔던 모양이요, 누나는 못 들은 척 했고.”
“....”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큰 욕심 부리지 말고 건휘 앞으로 되어 있는 거나 잘 관리하라고, 그것만
해도 두 형제가 단단한 기반으로 삼을 수 있지 않냐고 말이요.‘
“....”
“ 피는 어절 수 없는지 건휘가 도휘를 따르는 모양이요, 해마다 방학이 되면 도휘에게 와서 머물다
가는 모양인데, 정선의 유 선생도 그걸 만류 하지 않는걸 보면 참 어지간한 사람이요..”
“...”
“ 여 - 이게 누구야! ”
하는 소리가 있어 명우 돌아보았더니 뜻밖에 박 병린이 들어서고 있었다,
태일도 그 쪽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아내 명희는 이곳 유지들과 발표자들 속에 들러 싸여 미소 짓고
있다가 그녀 역시 박 선생을 보았다, 코트는 벗었고 드레스만 입은 모습이였다,
장식이 없는 심플한 다자인의 드레스였는데 현란한 의상을 한 다른 여자들 보다 더 눈에 띄였다,
여자들의 차림은 다양했다, 정장도 있었고 원피스나 이브닝드레스며 한복을 맵씨 있게 차려 입기도
했는데... 레이스를 달았거나 주름을 잡은 옷이 많고 화려한 색상 이였다, 그런 그네들은 옷차림으로
시선을 끌었지만 명희는 긴 목과 얼굴 이였다, 그녀가 말한 악세사리 무용론이 실감되는 현장 이였다,
현란한 차림새를 한 여자들은 그 의상이나 장신구로 자신의 개성 있는 얼굴을 모두 죽여 놓았던 것이다,
명우는 아내의 절반이나 들어난 등을 보고 씰룩 웃엇다,
“ 어머, 장 선생님 여기 계셨군! 한참 찾았어요,”
교태로운 웃음을 흘리며 다가서는 여자가 있었다,
한달전에 편도선이 부었다며 찾아와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남편이 변호사라던 여자다 .
선이 굵은 미인형 이였다, 짙은 화장은 얼굴과 목의 구분을 뚜렷이 했고, 꽉 낀 자주색 이브닝드레스는
가슴 선에 요란한 레이스를 붙였는데 브이라인으로 깊게 파서 대담하게 유방선을 들어내 보이고 있었다,
육감적 이였다,
“ 한잔 줄래요?”
여자가 태일을 힐끔 보고 난 뒤 명우 앞으로 잔을 내 밀었다, 태일은 웃고 명우는 말없이 술병을
잡고 술을 따라 주었다, 긴 손톱의 붉은 색 메니큐어가 섬뜩했다, 보석 반지가 손가락이 무거워 보이
도록 두어 군데나 끼어져 있었고, 목에도 빛을 내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루즈가 이빨에도 묻어 있었다,
조금 튀어 나온 듯한 큰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있다, 치료 중에도 그 눈빛이 심상치 않더니
치료 끝난 후에 몇 번인가 전화를 해 온 일이 있엇다,
“ 장 선생님 , 저녁에 시간 좀 내실 수 있겠어요? 내가 저녁을 살까 하는데 저에게 잘 해 주셨으니
보답을 하고 싶군요,”
“고맙습니다, 좀 바빠서요 ”
점잖게 거절했다, 또 어느 때는
“장 선생님, 오늘밤 저랑 함께 드라이브 안 하실래요? 전 오늘 혼자에요, ”
그러다가는 다시 며칠 후에
“,,요즘 몸이 왜 이렇게 나른하죠? 이것도 병일까요? 어떻게 하면 괜찮을까요? 장 선생님 한테 가서
영양주사라도 한 대 맞아 볼까 하는데 ..그래야 하겠죠? ” 하기도 했다,
“ 운동을 하세요”
“ 운동을요! 어떤 운동 말인가요?”
“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걸 찾아 하세요. 땀이 뻘뻘 나도록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 질것입니다.”
“그런 운동이 뭐가 있죠 장 선생님?”
“ 찾아보면 있을 겁니다, ”
그리고는 통화를 끊었다,
태일이 일어나 다른 자리로 옴기며 그곳 사람들과 악수를 했다, 무슨 검사라고 소개하던 사람 이였다,
태일이 앉았던 자리에 여자가 옴겨 앉았다,
“ 왜 날 그렇게 피하세요? 내가 무서우세요?”
노골적으로 대들다 시피 했다,
“ 이제 보니 와이프를 두려워하는 모양이군요, 흥, 이런 곳에 아이를 데려 오다니. 그런 매너 없는
여자가 어딨어요. ”
“...”
여자는 명희를 힐끗 거리고 나서 이죽거렸다,
“ 양호 교사라면서요? 흥 그 깐 양호교사....뭐 그리 대단하다고..홋호호... 난 이래 뵈도 실력 있는
여자라구여, 서울 세검정에서 전 혜경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에요, 아직 풋내가 풀풀 나는 당신
외이프와는 질적으로 다를 거에요,,”
“...”
명우는 잔잔한 미소로 일관하며 그녀로부터 술을 받고 있었다,
어느듯 마흔 중반으로 들어선 명우, 강하고 정갈해 보이는 눈빛은 여전했으며 스포티한 헤어스타
일이며 수려한 얼굴 이였다, 여자는 그런 명우를 그윽히 바라보았다, 매력적인 입술, 짙은 구레나루
자국이 있는 로맨틱한 남자였다, 그 입술에 키스하고 싶고 자기를 한번 안아 주었으면 하는 열망으로
몸이 달았다,
벌써 배가 나오고 개기름이 흐르는 얼굴에다 비만한 남편하고는 분위기 자체가 다른 클래식한 남자이
기도 했다. 병원에 일주일정도 갔었지만 부인을 볼 수 없었는데 오늘 만나고 보니 그 우아한 자태와
기품에 기가 죽는 듯 했다, 그래서 더욱 심술이 났고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교활한 그녀,
곧 중요한 정보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빛내며
“ 난 소문에 밝아요, 아마 장선생님은 모르고 있을 거에요. 그곳에 있는 치과 의사가 장선생님
와이프를 좋아하고 있다는 거 말이에요, 꽤 심각한 것 같다는데..”
명우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명우 반응이 없었다, 여전했다,
“ 치과의사는 아직 총각이라면서요? 이제 서른을 넘었다던가, 총각과 유부녀가 정분이 나면 지진이
난다고도들 하던데 ...흐흥.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죠? 하하하..”
그녀 낮게 소리 내어 웃었다,
“...”
명우는 시종 말이 없다,
그녀는 교활 하다기 보다 어리석었다, 그런 그녀의 잔을 채워주며 명우는 한복을 입은 여자가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가도 수시로 자기를 보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