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되면 잎겨드랑이에 보통 차풀은 1개, 자귀풀은 3개의 꽃 피어요
차풀과 자귀풀
같은 시기에 꽃이 피고, 잎이 비슷하게 생겨 이름을 바꿔 부르는 일이 흔한 식물로 ‘차풀’과 ‘자귀풀’이 있어요. 차풀은 식물 전체를 차(茶) 대신 사용했다고 해서, 자귀풀은 자귀나무와 같이 마주보는 작은 잎이 밤에 포개지고 낮에는 펴지는 수면운동을 하는 풀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해요.
차풀에 콩꼬투리처럼 납작하고 긴 모양의 열매가 달린 모습(위). 아래 사진은 자귀풀 열매예요. 자귀풀 열매의 표면은 처음엔 밋밋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개 마디가 뚜렷해져요. /국립생물자원관
두 식물은 콩과(科)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에요. 잎만 보면 두 식물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사는 곳과 꽃·열매의 특징을 알면 그나마 쉽게 구별할 수 있어요.
우선 차풀은 전국의 길가 또는 풀밭에서 30㎝ 정도로 키가 나지막하게 자라요. 자귀풀은 전국의 하천가나 습지에서 높이 50㎝ 이상으로 더 높게 자라요. 우리 주변의 물 빠짐이 좋은 모래밭에서 자라면 대부분 차풀이라고 보면 됩니다.
두 식물의 잎은 모두 줄기에 가지런히 붙어 있는데요. 아무리 비슷하게 생겼어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차풀의 잎은 길이 1㎝ 미만이며, 가는 피침 모양으로 끝이 뾰족해요. 자귀풀의 잎은 1.5㎝로 차풀보다 조금 더 길어요. 좁은 타원 모양이며 끝이 둥글지요.
두 식물은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잎겨드랑이에 꽃이 달려요. 차풀은 보통 노란색 꽃이 1개씩 피며, 꽃잎 5장이 서로 길이가 비슷해요. 하지만 자귀풀은 연한 노란색 꽃이 2~3개씩 달려요. 특히 자귀풀 꽃은 나비 모양으로, 위쪽 꽃잎이 가장 크고 길며 중앙에 주황색 무늬가 있어 눈에 띄죠.
가을이 되어 열매가 달리면 두 식물은 확실하게 차이가 납니다. 차풀 열매는 콩꼬투리처럼 납작하고 긴 모양이며 털이 있지만, 자귀풀 열매는 털이 없어요. 또 자귀풀 열매의 표면은 처음엔 밋밋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개 마디가 뚜렷해지고, 씨앗이 들어 있는 부분은 볼록해지면서 표면에 주름이 많아져요. 열매가 다 익으면 콩처럼 껍질이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디마디가 끊어져 땅에 떨어져요. 떨어진 열매 조각은 마치 절편처럼 보여 재미있어요. 잎이 다 떨어진 겨울엔 차풀 열매는 까맣게 변해 있고, 자귀풀 열매는 한두 마디만 앙상한 줄기에 붙어 있답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은 얼핏 보면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각자 이름도 있고 생김새도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모든 사물을 잘 알기 위해서는 대충 보지 말고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것 같아요. 장마가 끝나면 주변에서 차풀과 자귀풀을 구별해보며 알아가는 재미를 즐겨 보세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