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7월이 시작되는 날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광주에 내려가기 위해서 강남터미널로 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문득 태어나서 한번도 춘천을 가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어가 참 어렵습니다.
I realized that I'd never been to chun-cheon.
춘천을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가 옳은 표현이겠지요?)
터미날로 가는 길. 청춘열차가 출발한다는 역에서 충동적으로 갑자기 내렸습니다.
전철역 커피숍에서 한시간 정도 기차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청춘열차가 도착하고 춘천으로 떠났습니다.
이십대 무렵 경기도 청평 부근 등경골이란 곳에서 시험공부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부근에 있는 화도에서 춘천으로 가는 열차를 자주 보긴 했으나 그 때도 춘천을 한번도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춘천.
이율님이 춘천으로 옮겼다고 한 말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자 시내에 있는 닭갈비집 골목을 서성거리다가
결국 춘천시청 옆에 있는 설렁탕 집에서 설렁탕을 시켜 먹었습니다.
방송에도 나온 맛집이라고 했는데 설렁탕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서 거의 못먹고 나왔습니다.
다른 어느 지방도시와도 큰 다른점이 없는 춘천.
갑자기 커피숍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대화를 나눈,
춘천을 거쳐 강릉으로 간다는 사람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문득 태어나서 한번도 강원도 땅을 밟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동해바다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가자! 동해바다로!
강릉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었습니다.
버스 창가로 보는 노란 금계국이 만발한 강원도의 풍경은 아름다웠습니다.
말로만 듣던 대관령을 지나 강릉으로 가는 길...
고개를 지나니 저 멀리 산 아래 강릉 시내가 보였습니다.
그 때의 감동이라니...
경포대를 갔다가 정동진으로 가는 기차도 타보고..
내친 김에 원주까지 갔습니다.
기왕 온 김에 대구도 가보자!
동성로를 얼쩡거리다가 기왕 온김에 부산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에 내리자마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부산은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해운대 앞 스타벅스도 9년만에 왔는데 변함없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마천루같은 새 건물들이 들어선 해운대는 마치 외국에 온 것처럼 크게 변해있었고,
그 무엇보다 더 변한 것은 이제는 아무도 전화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부산에서 며칠을 보내고 문득 통영도 가보고 싶었습니다.
통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순천으로 향했습니다.
순천에서 또 하루를 보내고 딱 한시간 거리인 광주에 도착했습니다.
일주일간의 계획에도 없던 여행이었습니다.
첫댓글 저는 이제 31살이 되었어요. 시간이란건 참 . 뒤돌아 보면 느껴지는거 같아요 밴드는 아주 오래전에 그만두었다지요 ㅎ
계획없는 여행은 참 좋은거 같아요 생각해보면 항상 계획하고 그대로만 하려는 성격이 어른이 되면서 만들어졌다는걸 느껴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서른 한살까지의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먼 거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젊은 날 밴드를 해보았다는 것은 행운이고 큰 축복이 아니었을까요?
저도 지기랑 춘천에 가끔 갔었더랬죠 겁도없이 고등학생때
저는 서른살이 되었습니다. 밴드도 몇해전에 그만두었지요
지금도 사랑하지만 먼가 그때도 그립습니다
낯익은 이름들이 반갑습니다
Isolation 님, 서른. ㅠㅜ
서른 살은 참으로 끔찍한 나이였습니다.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