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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포지셔닝 전략으로 승부수 띄운 독일 호텔 ‘프리체오텔’
별 2개 짜리 호텔은 숙박료가 저렴한 대신 허름하고 불편하다? 이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린 곳이 있으니 바로 독일의 2성급 호텔 ‘프리체오텔(Prizeotel)’이다. 2009년 2월 문을 연 이후 각종 호텔 리뷰 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호텔의 하룻밤 숙박료는 불과 59유로(9만원) 수준. 여타 2성급 호텔처럼 저렴한데 분위기는 웬만한 4성급 호텔보다 더 세련되다. 이 때문에 투숙객의 추천도는 무려 97%에 달하고, 재방문율 또한 높아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디자인 호텔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어떻게 이 멋진 호텔은 ‘뛰어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모순된 두 요소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었을까? 해법은 바로 불필요한 서비스를 과감히 없애는 데 있었다. 그 대신 절감한 비용을 고객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디자인 강화에 쏟아 부어 고객들에게 뜻밖의 기쁨을 준 것이다.
우선, 프리체오텔은 ‘호텔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것들’에 의문을 갖고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거해 나갔다. ‘객실마다 비치돼 있는 유선전화, 미니바, TV 유료채널, 옷장은 고객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일까?’ 먼저 객실 유선전화부터 없앴다. 요즘은 누구나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단말기 비용과 인프라 설치 비용이 빠졌다. 대신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해 급증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환심을 샀다.
다음으로는 미니바나 유료 TV채널도 없앴다. 2성급 호텔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단기 투숙객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이들 서비스에 대한 이용률이 낮기 때문이다. 덕분에 손님들은 체크아웃 시 추가비용을 계산하기 위해 안내데스크 앞에서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됐으며 호텔은 인건비 절감 효과를 봤다.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다.
마지막으로 없앤 건 옷장. 저렴한 호텔을 찾는 알뜰한 투숙객들은 대개 짐이 적으니 이도 필요없었다. 대신 짐을 놓을 수 있는 의자와 옷걸이로 대체해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 했다. 이같이 군살을 빼낸 프리체오텔은 대신 디자인에 주력했다. 전등에 내장된 아이팟 플레이어, 객실에 어울리는 디자인 액자와 평면 TV, 주문 제작된 컬러풀한 조명장식 등은 하룻밤 59유로라는 여느 2성급 호텔에선 기대하기 힘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프리체오텔은 2성급 호텔이지만 디자인 만큼은 세계 최상위 수준 못지 않다. 프리체오텔의 디자인을 담당한 사람은 다름아닌 세계적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Karim Rashid). 그는 세계 400여 개 기업의 인테리어, 제품 등의 디자인을 담당해 왔을 만큼 명성이 자자한 일류 디자이너다. LG전자, 현대카드, 한화그룹 등도 그와 작업한 적이 있다. 그는 프리체오텔의 로비와 객실의 레이아웃에서부터 가구, 벽지, 카펫, 조명, 심지어 직원 유니폼과 로고 등 소품 하나하나까지 직접 디자인했다. 2010년 프리체오텔이 건축과 실내 디자인 부문에서 세계적 디자인 상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것만 봐도 이 호텔의 디자인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경쟁이 심한 업종일수록 제품이나 서비스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이럴 땐 경쟁자와 거꾸로 가는 전략을 써 보자. 지금껏 당연하게 제공했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불필요한 서비스는 과감히 줄여보자. 그 대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역 포지셔닝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워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