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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과 활이 부드럽게 움직이자 마찰음을 내듯 찌잉찌잉 거리던 해금소리에 곡조가 붙기 시작했다.
바람마저 정적속에 잠겨들며 모든 소리가 잦아들었고 은은하면서도
애절한 연주가 이어졌다.
보름에 찬 달의 처연하면서도 흐릿한 월영은 옅게 내리 깔리며 분위기에 맞는 조명이 되었고, 애잔한 소리는 묵묵히 듣고 있던 사람들의 가슴으로 파고들며 전율을 안겨주고 있었다.
뭉실뭉실 두툼한 구름바다에 덮힌 노고단.
이어지던 세곡의 해금연주...
정적에 잠긴 산하로 퍼지는 소리는 깊숙한 한을 안고 있는 지리산을 위로하려는 듯 노고단을 감싸안았고, 소리의 감흥은 지리산에 대한 한편의 연가(戀歌)로 이어졌다.
소리는 마치 묻혀있던 한과 아픔을 끄집어 내는 듯 애절했지만 한편으로 그것을 어르고 달래는 듯 살며시 삭여주는 모양으로 부드럽게 이어져 갔다.
팔의 모양새에 따라 음이 달랐고 미세한 몸짓에도 떨림을 달리하며 은은한 음색으로 슬며시 폐부를 찌르듯 깊숙히 다가서고 있었다.
지리산중의 깊은 가을밤.
환하게 비취는 보름달과 발밑으로 가득한 노고운해 그리고 들여오는
환상의 해금소리...
적막한 산중은 해금 소리에 취한 듯 모든 동작을 멈춘채 조용히 귀기울이며 가락에 담긴 운율을 음미하고 있었다.
참으로, 달빛과 운해의 조화가 기막힌 밤이었다.
'카페 지리산 8차 총정모 - 바람난가을' 5일전 (D-5)
총정모에 대한 문의가 잇따른다.
산장에 예약이 안되있는데 어떻게 하냐?
늦게 도착하는데 자리좀 미리 맡아달라 등등
3일전 (D-3)
대기자로 있다가 산장 예약이 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남는 자리는 다른 분께 돌아가고...
사정이 있어 가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분들이 아쉬움을 전해온다.
7일 오전
혼자 가시는 것 같은 sunny94님께 전화를 한다.
혼자 가실 것 같으면 차에 자리가 하나 있으니 함께 가자고...
망설이는 듯 하던 sunny94님 오후가 되자 적극적으로 매달린다.
"저 꼭 데리고 가세요. 집에가서 부지런히 짐 챙겨 올테니까 꼭 데리고 가 주셔야 되요"
7일 밤 10시.
이수역에서의 sunny94님과의 1차 접선.
잠원역에서의 4B연필, 초보님과 2차 접선.
차에 탄 한떼의 무리가 지리산을 향해 서울을 빠져나간다.
막힘없는 고속도로는 속도감을 더하며 시원스레 뚫려져 있었다.
8일 새벽 1시 30분
지리산방에 도착이다.
머릿결을 노랗게 염색한 노노님은 이미 잠들어 있었고, 흐물~이는 늦은 시각 도착한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주며 따끈한 국화차 한잔을 권한다.
8일 새벽 3시 30분
인기척이 들리는가 싶더니 다시마님을 선두로 울산님들이 도착한다.
온유님과 인사를 나누고 카푸치노좋아님, 파르티잔님과 목례를 나누고...
국화차를 앞에 놓고 나누는 대화는 긴밤 길게 이어진다.
잠자던 nono님이 일어나 인사를 하고 피곤한 님들이 하나둘 자리에 누울 쯤 소담스런 나눔이 이어지던 지리산방도 정적속으로 빠져든다.
8일 오전 9시 30분
"형님 얼릉 일어나시랑게요. 밥 다 되었는디..."
흐물~이의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치산니임~~ " 하면서 나타난 601은 4B연필님이 옆방에 계시다는 소리를 듣고는 재빨리 옆방으로 가버린다.
잠시 뒤척이다 일어나 주방으로 가보니 4B연필 형님과 초보님, 그리고 흐물만이 있다.
나머지는 뱀사골로 가셨단다.
아침을 먹고나서 등구에 잠시 들렸다 오고 실상사에 들어갔다 나오는
사이 시간은 이미 오후 3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성삼재에서 바라본 운해는 비경이었다.
심원마을부터 빗줄기가 가늘어 지는가 싶더니 더이상 자동차의 앞창으로 물기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고, 성삼재가 가까워오면서 흐릿한 하늘은 조금 맑아져 있었다.
그리고, 비가 그친 성삼재에서 바라본 구름의 바다...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올 만큼 거대한 운해에 뒤덮혀 그사이로 솟은 봉우리들만이 보이는 세상은 장관이었고 빼어난 한편의 동양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거 못보고 죽은 사람들은 정말 억울하겠다' 는 4B연필님 말처럼 구름바다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게 해
주며 멋진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었다.
지리10경의 하나라는 노고운해... 그런데, 초보님이 카메라를 안가져왔단다.ㅠ.ㅠ 이런이런...
이 멋진 풍경을 담지 못한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초보님. 순간 오늘 구박좀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ㅋㅋㅋ
성삼재를 지나 쉬엄쉬어 오른 노고단.
비 그친 하늘이 안겨다 주는 상큼함 속에 물기 머금은 식물들의 파릇한 모습이 예쁘게 들어왔고 탁 트인 산하의 모습에 마음이 시원해진다.
비가 와서 사람이 많지 않은듯 노고단산장은 조용하면서도 한가로웠고 그 모습에 일로 복잡했던 마음이 편안해 졌다.
노고단산장까지 오르는 내내 전화들이 이어진다.
"반선에 도착했습니다. 곧 노고단으로 올라갑니다." (지리산총무)
"하동 지났어요. 화엄사 입구에서 차 바꿔타고 올라갑니다."(달맞이꽃71)
"대전에서 기차 탔습니다. 9시 넘어 도착할 것 같네요"(러셀)
"지금 막 기차탔어요. 늦게 도착할 듯 싶네요." (바브)
시나브로 날이 어둑해 지더니 짙은 어둠이 내리 깔리고 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울산분들의 모습이 쉽사리 나타나지 않는다.
밤새 잠도 제대로 못잔데다 우중산행을 해서 많이 힘든 산행이었을텐데...
오전내 빗줄기가 세찼던 데다 잠도 제대로 못잔 분들이라 산행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일찍 도착한 산장에서 도착할 사람들을 기다리며 누룽지를 끓이고 있자니 옆자리에서 취사를 하고 계신 여자분 두분이 눈에 띈다. 단촐하게 오신 듯 싶어 뺏지라도 전해드리려 말을 붙여 본다.
"이거 저희가 만든 뺏지인데 하나 드릴테니 달고 다니세요"
그저 가볍게 산장에서 만난 사람과 인사나 하려했던 것읹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빠른 반응이 나타난다.
"사실 이거 받으려고 왔는데..."
"지리산 카페 회원이세요?" 물었더니 그렇단다
광주에서 오신 산늬님과 친구분이라 했다. 오프라인 모임에 나오고 싶었는데, 여건이 안맞아 못나오다가 이번에 한번 나와보신거란다.
4B연필과 초보님을 소개시켜 드리고, 누룽지와 산늬님이 해 놓은 밥을 오가며 저녁을 먹고있을 즈음 헤드랜턴 불빛이 보이며 울산님들이 취사장 안으로 들어선다.
뱀사골 올랐던 인원외에 뱀사골 산장에서 만났다는 가제트박님과 카페 유령회원이라는 여자분 2분이 포함돼 있었다.
우중산행이지만 멋진 운해도 보며 나름대로 재미있었나보다.
함께산행한 탓인지 새벽 다소 어색하게 만나던 울산님들과 nono, sunny94님은 이미 자연스런 일행이 되어 있었다.
이 때문인지 취사장에서 밤새 옆에 바짝 붙어 앉아 길게 이야기를 나누시던 다시마님과 sunny94님의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게 보인다.
잠시 숨을 돌린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부식들이 쏟아져 나오며 취사준비로 돌입한다.
7시가 넘어가며 산장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부산의 손도끼님이 들어서고 뒤이어 장금이님도 도착하고, 지리산총무님과 무지개님이 다정한 모습으로 들어오셔서 인사를 건네신다. 안원이 열 댓명으로 늘어난다.
북적이는 취사장을 나와 바깥에서 밝은 보름달빛을 바라보며 밤풍경을 감상하고 있던 온유님과 짤막한 대화를 나눈다.
"달빛이 너무 좋네요. 방장산이 오면 또 한마디 하겠네요... 영험하니
어쩌니 하면서ㅋㅋㅋ"
"네. 맞아요. 방장산님 오면 분명 그럴 것 같네요ㅎㅎㅎ"
그리고 5분뒤,
울리는 전화소리.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흥분된 목소리.
"형님! 지금 달 보입니까. 비온다더니 달이 멋있게 떴지요. 다 제가 올라가고 있어서 그런 겁니다.."
그는... 방장산이었다. ㅎㅎㅎ
늘 그리운 해금님과 달맞이꽃71님이 모습을 드러내고 조금 있으니,
늘 그리운 해금님의 해금을 철통같이 경호하
며 노고단으로 수송해온 방장산과 전주의 38Kwang0님도 뒤를 이어등장한다.
각양각색의 음식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도 그즈음이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문어가 몇마리씩 등장하며 장금이님의 손을 거치자 멋진 음식으로 돌변하더니 후라이팬에 해물전이 부쳐지고, 삼겹살에 양념 불고기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후각을 자극하고, 다시마님이 준비해온 스티로풀 상자안에서 꺼내지는 이날의 빅이벤트 아나고회는 미각을 절정으로 만들며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산장에서 맛보는 기막힌 음식들
온갖 산해진미들이 넘쳐나는 노고단 취사장안, 먹는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행복하기만 했다.
술잔들이 여기저기 오가면서 처음만난 사람들끼리 자연스레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러셀을 선두로 뜨는해, 지는달과 이들을 따라온 깍뚜기 님이 도착을 알린다.
밤10시 자리를 잠시 정리하고 노고단 중계소 쪽으로 이동할 즈음 화엄사골을 치고 올라온 사자왕이 도착하고...
노고단 중계소 쪽의 아담한 전망대는 운해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장소에 위치했고, 몇개의 계단으로 만들어져 있어 아늑함이 느껴지는
무대또한 제공해 주고 있었다.
"달맞이꽃을 좋아해 닉네임을 쓰려다 쓰시는 분이 있어 뒤에 71을 붙였습니다. 달맞이꽃71입니다."
"로체였는데 지난주 세석에서 (요리를 잘한다고) 장금이로 닉을 바꿨습니다"
"온유하지 못해 온유해 지려고 온유라고 합니다.
"섰다에서 제일 높고 좋은게 38광땡이어서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38kwang0입니다."
"회사 산악회에서 총무일을 맡고 있어 지리산총무입니다. 고향은 군산이고 사는 곳은 대구입니다."
"처음처럼으로 닉네임을 하려고 했는데 쓰는 분이 있어 likefirst로 했다가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마로 바꿨습니다. 다시마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의 줄임말 입니다."
"무풍지대 5호 사자왕입니다"
닉네임과 닉네임에 대한 짧은 소개가 이어지며 정식으로 인사하는 시간.
짧지만 진솔한 마음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들은 조심스러운 한편으로 다른 사람들에 궁금증이 배어 있었다.
돌아가면서 인사할 때 마다 이를 담으려는 8차 총정모 공식 카메라맨
다시마님의 손길이 더욱 바빠진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사람 한사람의 소개를 진지하게 듣는 사이 운해는
한결 짙어졌고 달빛은 더욱 밝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축하공연.
가슴을 절절이 울리던 늘그리운해금님의 해금연주 세곡.
진달래... 서른즈음에... 그리고.. 야망.
두눈을 지그시 감고 바람마저 숨죽인 노고단에서 운해를 배경으로 희미한 달빛 조명을 받으며 듣는 해금소리......
운해 가득한 지리산, 구름위 천상의 노고단에서 해금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애절한 듯 가슴 깊숙이 울리는 소리의 감동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지리산 정상의 무대에서 자연 그대로의 배경과 조명속에 듣는 해금의 선율.
어찌 그 감동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으리요!!!
해금님의 뒤를 이어 펼쳐진 가느다란 음색의 하모니카 연주 '가시나무새'
방장산의 하모니카 솜씨 또한 역시나 빼어났다.
해금 연주에 버금가는 멋진 연주였고,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비싼 공연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환상적인 공연이 마쳐지고 한잔 두잔 술잔이 돌려질 즈음 지리산총무님이 무지개님께 청혼할 때 불렀던(그래서 한달만에 결혼했단다) 노래를 부르시겠단다. 무지개님을 앞에 세워 놓고 야시시한 동작과 함께 펼쳐진 즉석 공연에 분위기가 달아 오른다.
보드라운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듯 애뜻한 눈빛으로 지긋이 서로를 응시보며 귓가에 나직이 들려주는 사랑의 세레나데는 보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었다.
뛰어난 개인기들을 묵묵히 지켜보며 참고 있던 4B연필님. 더이상은
가만히 못있겠나 보다.
방장산의 하모니카를 빌리더니만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하모니카에
입을 대신다.
소란스런 분위기가 조용해지고, 다시금 정적속에 잠길 때 미려한 빛깔의 음색이 지리산의 밤풍경과 어우러진다.
처연한 달빛, 짙은 구름빛, 그리고 흐드러진 풀빛 사이로 조용히 감상하는 4B연필님의 멋진 하모니카 연주...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입동에 별다른 예고 없이 펼쳐진 노고단에서의 산상 음악회는 그렇게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었다.
늦게늦게 홀로 외로이 올라온 바브님이 산장에 당도한 것은 모든 공식행사가 마무리된 밤 12시 즈음이었다.
서울에서 오후 5시즈음 출발해 구례구에 내려 혼자 택시를 잡아타고
노고단까지 오신 바브님.
사람들은 물을 것이다. 그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서 왜 노고단까지 올라왔냐고, 그것도 서울에서...
바브님의 대답은 간단했다. 목적은 단 하나 "지리산의 휴지를 줍기 위해서..."
사실이었다. 바브님이 늦게라도 오신 목적은 그것 하나였다. 쓰레기가 널려있는 지리산을 조금이나마 깨끗하게 해보겠다는 작은 마음이 주말의 늦은 오후 기차를 타게 만들었고, 야심한 밤시간 혼자 택시를 타고 성삼재에 올라 달빛에 의지해 노고단 산장까지 오게 만들었던 것이다.
방장산과 사자왕의 안내속에 노고단의 운해바다를 둘러보고는 취사장에 들어와 허기진 듯 배를 채우며 지리산 사람들 속에 섞이는 바브님.
그러나, 그녀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는 다만 지리산을 좋아하는 마음을 작게나마 줍자산행을 통해 표현해 보고 싶은 순수의 여인일 뿐이었다.
그런 바브님과 사진한장 찰칵!!!^^
그냥 잠자리에 들기 아쉬운 듯 취사장으로 돌아온 이들이 뒷풀이를
이어간다.
처음 봤을 때의 서먹함은 더이상 간데 없었고, 모두들 오랜 지기처럼
편안한 표정들이었다.
sunny94님의 이름 뒤에 붙는 숫자가 학번같은 느낌이 든 듯 94학번인 사자왕이 궁금했었나보다.
94학번이냐는 물음에 sunny94님은 그렇다고 하신다.
그런데, 사자왕이 아직도 학생이라는 말에 이어지는 sunny94님의 한마디.
"공부 되게 안하셨나 보네요. 아직도 학생인 걸 보면..." ㅋㅋㅋ
새벽 2시가 넘어서며 취사장의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에 누웠고, 빈자리에는 을씨년스런 바람만이 감돌 뿐이었다.
이른 아침 사람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시작하며 취사장이 분주해졌다.
장금이님의 손놀림이 바빠지더니 이내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북어국이 끓여지며 숟가락들을 유혹한다.
혀끝을 지나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느껴지는 그 구수한 맛. 그 맛이
일품이다!^^
장금이님의 북어국 솜씨에 밥을 두그릇이나 비운뒤 배낭을 꾸렸다.
화엄사로 가는 분들, 성삼재로 가는 분들, 피아골로 가는 분들, 뱀사골로 가는 분들 등등
온길도 다르고 가는길도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에 따라 하나둘 인사를 나누더니 띄엄띄엄 노고단을 출발한다.
가다가 쉬었다가 하면서 뒤따라 오던 분들을 만나고 하면서 삼도봉에서 합류한 산늬님 일행과 함께 뱀사골산장에 도착하니 12시가 되어갈 무렵이었고, 식사를 마칠 즈음 뒤따라 도착한 지리산총무&무지개님과 캔맥주를 나눠 마신후 뱀사골로의 하산을 시작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줍자산행이다.
뒤따라 오던 피아골, 뱀사골 방향 줍자산행 팀의 무용담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통해 이미 전달되어지고 있었다.
집게까지 준비해 오신 지리산총무님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시는 것 같다.
수북히 담겨진 쓰레기 봉투에 지리산총무님의 전과(戰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뱀사골 산장을 벗어나기 무섭게 작은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초보님 바브님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등산로에 버려진 쓰레기들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누군가 몰래 숨겨놓은 쓰레기 봉투들이 초보님의 정밀수색작업에 포획되고, 길옆으로 숨어있던 쓰레기 잔당들 또한 바브님의 예리한 눈길에 여지없이 생포되고 만다.
수색정찰이 아주 정교히 이뤄지다보니 하산시간이 늦어졌지만 겁없이 길한가운데 덩그라니 버려진 쓰레기들을 봉투에 담을때마다 흐린날이 개이듯 마음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뒤따라오던 지리산총무&무지개님이 우리 일행을 따라잡을 즈음 쓰레기 색출작업은 활기를 더했다.
오랜시간 묵고묵어 썩어진 쓰레기들이 다섯사람의 손길에 의해 청소되어지고, 누군가 야영을 하면서 버려놨던 뭉치들 또한 비닐봉투에 담겨진다.
그렇게 내려가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오르시던 한분이 뒤돌아서며
한마디를 던지셨다.
"수고들이 많네요. 그래서 우리의 미래는 희망이 있는 거예요"
흐뭇한듯 뒤를 한번 더 돌아다 보고는 올라가시는 어른신네의 얼굴에 미소가 엿보였다.
작은 모습일진대 그분은 희망을 느끼셨나보다.
하긴 그분의 말은 맞는말이기도 했다.
잠시 뒤를 한번 더 돌아본 순간,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쓰레기 가득담긴 봉투를 든 채 구석구석을 살피며 내려오는 초보님과 바브님 모습.
그 모습에 미래의 희망을 보지 못한다면 과연 무엇을 볼 수 있으랴!!
뱀사골.
계곡의 아름다움에 곁들여 내려올 수록 깨끗해져 있는 등산로는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모습으로 기분좋게 빛나고 있었다.
해!방!전!사! 빨!치!산!^^*
첫댓글 그곳에 있지 않았어도 있었던 것 같이 느껴지는 각양각색의 후기들에서 그리움은 진해지고 아쉬움은 켜져갑니다. 산에 오면 저절로 산을 닮아가나봐요. 모두 보기좋은 지리산의 색깔들을 하나둘 입으신듯 합니다. 좋은 일 하셨습니다. 다음엔 꼭 참여하도록 할께요. 수고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빨치산'이란 별칭에서 서러움, 슬픔, 울분을 먼저 떠올렸는데... 후기가 참 따듯하네요...취사장에 있는 두 분의 사진이 참 선하게 느껴집니다.
글구, 런이님, 안녕~~! ^^* 지리산 다녀오신 사진 봤어요. 비로왕자님과 부릉도... 모두들 건강하세요.
바브님 옆에 서신 치산님 너무 순수해 보이세요........ 양의 탈을 쓴.............ㅋㅋㅋ
바브님은 정말 같이 찍기 싫은 표정인데요...
이렇게 계속 행복하게 만들어도 되는 겁니까?ㅋㅋ 저는 아직까지도 그날 밤 그자리! 결코 길지 않았지만 달빛속에 여러사람들과 웃으며 보냈던 그 시간속에 계속 있습니다. 언제 깨어날려나....
치산님..노래 듣기 좋습디다..
잘보고...수고많으셨습니다...^^
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요 고맙습니다 와이프도 요즘 카페 들어가는 재미로 삽니다
깜장콩님 오랜만입니다 오실줄 알고 안자고 기다렸는데 안오셔서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꼭오세요
역시 빨치산님이네요...함부로 흘려듣지않고 차곡 차곡 귀담아들으니 이런 이야기 꺼리도 풀죠..암튼 .하하.. 멀지않았던 추억 다시한번 되새기게 해두시니 감사.........
아쉬운 만남이었습니다. 벌써 다음 정모가 무척 기다려집니다.
치산님 저 안버리구 데불구가 주셔서 넘 감사해여^^덕분에 좋은추억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