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 수정마을에서 고동재 오르는 길을 찾지 못한지라
반대쪽인 송광면 장안으로 간다.
고동산 등산로 안내가 지그재그 시멘트 길에 잘 서 있다.
시설물로 가는 임도와 등산로가 나뉘는 마지막 고개에 닿으니 차 두대가 서 있다.
11시가 다 되어 간다.
한 시간 남짓 걸어 보리밥집에서 점심을 먹으면 좋겠다.
계단을 올라 흙길 오르막을 한번 더 오르니 철쭉이 다 져 버린 고동산이다.
산불감시초소에 옷이 줄에 걸려 있고 한남자가 나와 상체운동을 한다.
산으로 둘러사인 사방을 보고 보리밥집까지 얼마나나 걸리냐고 묻는다.
임도와 정맥길 수정마을의 세갈래가 있다고 설명해 주신다.
조금 내려가니 넓은 공터가 있다.
지리산쪽을 보고 송광면에서 세운 내력비를 본다. 글은 읽기 어렵다.
부드러운 봉우리를 넘는다. 지나쳐온 고사리와 취를 뜯는다.
구부러진 봉우리들을 몇개 넘어도 장안치는 나오지 않는다.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지를 모르니 배가 더 고프다.
손에 가득찬 취와 고사리를 배낭에 몇번 넣는다.
1시가 다 되어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는 장안치에 닿는다.
두시간 이상ㅇ 허리를 굽히며 쉬지 않고 걸었다.
큰굴목재까지 800미터를 산 옆으로 돌아간다.
큰굴목재에서 계단을 내려 계곡을 지나 윗집으르ㅗ 가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월요일만 휴업으로 알고 있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가보니 월화 휴업이란다.
아랫집엔 사람이 보인다.
몇 사람이 와상에 앉아 점심 중인데 산객들은 아닌 듯하다.
산악 오토바이 두대가 보이고 두 남자가 전국의 야영지 등을 계속 이야기 한다.
보리밥에 동동주 반되가 12,000원이다.
값은 웃집보다 싸고 반찬도 더 많은 듯한데 어쩐지 맛은 덜한 것 같다.
동동주 반되에 밥을 다 비우니 든든하다.
작은굴목재로 잡고 계곡을 걷는다.
하얀 물줄기를 몇번 찍는다.
사람은 없다. 작은 굴목재에서도 쉬지 않고 장군봉으로 걷는다.
점심에 술까지 먹었으니 힘이 있다.
장군봉엔 아무도 없다.
BAC 인증을 하고 바위쪽까지 가 고개를 빼고 지리산을 보다가
연산봉 넘어 모후 무등을 찾는다.
내려오며 마지막 남은 연철쭉을 보며 배바위에 오른다.
가야 할 능선과 산줄기들을 보며 소주를 병나발 한다.
되돌아오는 길은 능선을 따라 단순하게 걷는다.
큰굴목재에서 왔던 길로 돌지 않고 흐릿한 길을 따라 봉우리로 오른다.
깃대봉이다. 내려오는 길이 희미하다.
희미하나 길을 따라 내려오다보니 나무 사이로 건너편에 고동산 철탑이 보인다.
다른 능선을 험하게 타고 내려왔다.
다시 발길을 돌려 올라가다 짐승의 길을 따라 계곡을 넘는다.
몸을 할키는 나무를 헤치니 땀이 난다.
15분 남짓 헤매다 내리막의 등산로를 만난다.
장안치를 지나 돌아오는 길도 멀다.
오후 조퇴를 하고 조합 일을 인계하고 귀가중이라는 바보의 전화를 받는다.
어제 오늘 연속 바보의 귀가를 기다리지 못하니 미안하다.
6시가 다 되어 고동산에 닿는다.
서쪽으로 기울어진 해가 산그리메를 조금 선명하게 보여준다.
일몰을 보려면 텐트를 쳐야겠다.
내년 봄 철쭉 때를 기약하며 홀로 서 있는 차로 돌아오니 6시 20분이다.
수정마을은 금방이다.
바보에게 선아네를 불러 저녁먹자 하니 마늘과 청양고추와 삼겹살을 사 오라고 한다.
낮에 마신 술이 덜 깬 듯한데 또 마시니 얼른 취한다.
바보가 선물 받아온 연태고량주까지 또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