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뒷집 강아지 때문에 여간 신경쓰인 게 아니었다. 대체 댕댕이 집사와 그 식솔들은 아무리 공터에 출퇴근을 한다지만 댕댕이 방치를 어떻게 했기에 댕댕이는 하루가 다르게 몰골이 야위고 말이 아니었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신경쓰여 가보면 그 삼복더위에 댕댕이 목줄이 트럭 바퀴에 칭칭 감겨서 운신도 제대로 못하고 헐떡거리고 있지 않나 뚜껑도 안 딴 물병은 지나다니는 너그들이 알아서 따 먹이라는 듯 뜨근뜨근 하게 뒹굴고 있고 사료도 너그들이 알아서 먹이라는 듯 눈에 띄는 한켠에 있고.. 좋다..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으나 대체 틈만나면 저놈의 각종 장비들 바퀴에 칭칭 감겨 있는 댕댕이는 하루이틀도 아니고 저러다 댕댕이 곧 죽겠네 싶어 주저 없이 간판에 찍혀 있는 집사 번호로 문자를 넣었다.
혹시 강아지 파실 생각 없으십니까? 강아지가 너무 예뻐서요 (^.^) <--------- 활짝 웃어야지 ..아 시바..
어쭈, 당장 답변이 오길.. 낼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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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은 옆방에 사는 나보다 두 살 많은 철근쟁이와 생맥을 먹다가 뒷집 댕댕이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도 봤는데 좋은 개 같다며 과거 자신이 키웠던 개야기도 들려주는데,
마을에서 고약하기로 쉬쉬하는 할망구가 당신의 텃밭을 망치는 개들를 작심하고 약을 놓아 여럿 사망케 했는데 자기 개도 그중 한 마리였다며, 가끔 풀어 놓으면 마을 댕댕이들과 신나게 어울려 다니는 당시의 마을 풍경을 떠올리며 개는 역시 함부러 풀어 놓으면 안 되는데 그 당시는 동네에 발발이들 어디 한 두마리 돌아댕겼냐며,
그 유별스럽게 고약한 할망구도 몇해 전에 돌아가셨다며 씁쓸한 듯 회상을 했다.
나는 속으로 무릎을 치면서 슬쩍, 뒷집 댕댕이 집사가 댕댕이 키우기가 버거운지 요즘 보니 개꼴이 말이 아닙디다 혹 그 강아지 판다면 사실래요? 했더니 ..
그런 개라면 삼십만 원이라도 사지요.. 시골에 홀어머니가 사시는데 개를 엄청 좋아하고 한 마리 정도는 충분히 키우실 수 있고 자신도 곧 시골로 내려갈까 생각중이고 등등 생맥은 홀짝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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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집사로부터 강아지 데려 가실래요 하는 문자가 와서 조건을 말씀해주십시요 하는 문자를 줬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혹시 강아지 앉아 일어서 시키고 가끔 산책도 시키고 했던 분 아니냐고 묻기에.. 예..그건 그렇고 얼마에 파시겠습니까 물으니 ..팔기는요..그저 잘만 키워주십시요 그게 조건이라면 조건입니다..
예방접종할 건 다했고요..사료도 개집도 필요하시면 다 가져가십시오..전, 보셨다 싶이 출퇴근을 하느라 도저히 못 키우겠습디다.목욕도 지금것 다섯 번 시켰는데 그때뿐이고..아무쪼록 잘만 키워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예..사장님의 용단 고맙구요 ..그럼 저가 당장 데려가도 괜찮겠습니까? 했더니 바로 승락이 떨어졌다..저번 주 토욜날이다.
프라스틱 큰개집 들고 오느라 땀좀났구먼 ㅎㅎ
댕댕이야 나만보면 겅중겅중이니 지옥을 가는지 천국을 가는지 속도 없는 놈..에혀~ 내 팔자야~~
시골에 내려가 있는 철근쟁이에게 전화로 소식을 줬더니 역시 좋아 겅중겅중. 둘이 꼭 닮았다.
그렇게 철근쟁이는 월요일 날 내려와서 강아지를 보고는 또 겅중겅중 둘이 어찌나 죽이 잘 맞는지 난 생맥이나 얻어 먹고 잽싸게 댕댕이에게 이별을 고했다..아마 다음 주쯤에는 강아진 옮겨질 거고 강아지 사진은 가끔 내게 날라올 거고 난 공터 사장에게 다시 날려줄 거고..인생 뭐 이써..
첫댓글 아.. 좋다~ : )
아.. 좋다~ : ) 2
우몽님 고맙습니다.
얼마 전 걸음도 불편한 노견의 걸음에 맞춰 산책하는 갓 서른도 안되어 보이는 보기 드문 미인을 산책길에서 만나, 노견도
특이한 품종 같아서 물었더니 16살이며 품종은 뭐라카던데 잊어먹었네요.. 아무리 봐도 분명 선녀급이었다능 얼굴에 쓰여 있던데요...왠만하믄 강쥐들 키우지 마시라능 ㅜ
저도 닥스훈트 키우는데..상전입니다.
닥스훈스를 이미지로 찾아봤더니 ..아!! 우몽이 어느 댓글에 도인견으로 묘사했던 그놈이네요..ㅎㅎ 근데 위 선녀급 여인의 초노견은 닥스훈스보다 더 새카맣고 덩치는 닥스훈스 삼분의일도 안돼보였어요..종 이름도 좀 특이했는데요. 기억이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