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형 잇몸치료제
동화약품 ‘잇치’/동화약품 제공
과거에는 ‘잇몸 약’하면 주로 먹는 약을 떠올렸다. 이후 다양한 약이 개발되면서 여러 가지 제형이 등장했고, 환자의 복용 편의성 또한 한층 높아졌다. ‘잇치’와 같은 치약형 치료제도 그 중 하나다. 동화약품 잇치는 먹거나 바를 필요 없이 치약처럼 짜서 양치만 해도 잇몸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실제로 일반 치약 대신 잇치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잇몸 염증에 의한 출혈, 고름 등과 같은 증상이 완화될 수 있을까?
◇생약 성분 ‘잇치’, 잇몸병 초기 증상 완화
‘잇치 페이스트’는 동화약품이 2011년 출시한 치약형 잇몸치료제로, 잇몸병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언뜻 보기에 일반 치약 같지만, 잇치에는 다른 치약에 없는 ‘카모밀레’, ‘라타니아’, ‘몰약’과 같은 생약성분이 들어있다. 3가지 성분 모두 살균, 항염증 작용을 통해 치은염, 치주염 등에 의한 부기, 출혈, 고름 등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잇치의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다. 먹거나 바를 필요 없이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 치약처럼 칫솔에 짜서 양치하면 된다. 일반 치약에 사용되는 연마제, 기포제(계면활성제)가 들어있기 때문에, 평소 양치질할 때와 마찬가지로 치아 표면 치태, 음식물찌꺼기 제거 효과를 볼 수 있다. 제약사 역시 잇치를 사용한 후 따로 양치할 필요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평소 양치질할 때와 달리 잇몸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닦아주는 것이 좋다. 수지솔약국 오인석 약사는 “치아를 닦는 것이 아니라, 잇몸을 가볍게 두드리듯 마사지해야 한다”며 “꾸준히 사용하면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염증에 의해 발생했던 고름, 부기 등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소 성분은 없어… 잇몸 치료용으로만 써야
다른 치약에 없는 생약 성분이 잇치에만 들어있는 반면, 다른 치약엔 있지만 잇치에만 없는 성분도 있다. 바로 ‘불소’다. 충치 예방 물질로 알려진 불소는 치아 법랑질에 결합해 이가 산(酸)에 녹아 충치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치아를 단단하게 해준다. 자체적으로 충치 유발 세균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잇치에도 연마제, 기포제(계면활성제)가 들어있어 치약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불소가 함유된 치약 수준의 충치 예방과 양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오인석 약사는 “잇치는 일반 치약과 달리 잇몸에 특화된 약”이라며 “잇몸 염증이 잦은 사람에게 권장된다”고 말했다.
잇몸병 완화가 아닌 충치 예방이 목적이거나 충치 발생 초기인 사람에게는 1000ppm 이상 불소가 함유된 치약이 추천된다. 치아가 불소를 흡수하면 치아가 충치 세균에 잘 저항할 수 있다. 치아에 불소 함유량이 늘어날 경우 충치가 발생해도 초기에 스스로 회복할 수 능력을 갖춰 충치가 악화되는 것 또한 막을 수 있다.
◇보조적으로 사용… 잇몸 사이 치석 제거가 중요
잇치와 같은 치약형 치료제는 가급적 잇몸병 초기에만 사용해야 한다. 이미 잇몸이 심하게 붓고 피가 많이 나거나 치약형 치료제를 몇 주씩 사용했음에도 효과가 없다면 치과 검사·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잇몸병은 치아와 잇몸 사이에 깊숙이 쌓인 치석·치태가 주요 원인으로, 치약형 치료제를 사용해 양치질하는 것만으로 치석·치태, 즉 치주염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긴 어렵다.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염증이 1~2주 사이에 발생했다면 치약형 치료제 사용 효과를 볼 수 있겠으나, 오래되고 심한 염증은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염증이 심한 상태에서 잇몸에 치약형 치료제만 사용한다고 해서 증상이 완화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치약형 치료제는 잇몸 염증 증상을 보조적으로 완화하는 정도”라며 “근본적 원인인 잇몸 사이 치석·치태를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
전종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