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미풀
2023년 3월 31일(금) 맑음, 광덕계곡
야생화 찾는 심춘순례의 한 코스로 광덕계곡을 추가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사창리 가는
시외버스를 타면 그 입구까지 1시간 45분 정도 걸린다. 천문대 가는 임도 따라 가다보면
계곡 쪽으로 선답의 인적이 안내한다. 특히 이곳에는 모데미풀이 자생한다. 비록 개체수는
적지만 수도권에서는 이 꽃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소백산에서는 산정에서
보던 모데미풀을 여기서는 계곡 물가에서 본다.
모데미풀 이외에도 얼레지(흰얼레지도 있다고 한다), 노루귀, 현호색, 큰괭이밥, 금괭이눈,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중의무릇, 복수초 등등이 산재해 있다. 이들을 들여다보노라면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이 봄날에 어울릴 한시 몇 수를 골라 함께 올린다.
2. 광덕고개 오르는 길 차창 밖으로 바라본 가리산(오른쪽)
3. 모데미풀
규원(閨怨)
백호 임제(白湖 林悌, 1549~1587)
열다섯 살 어여뿐 소녀
남 보기 부끄러워 말없이 헤어지고
돌아와 덧문 닫고는
배꽃 위의 달을 보며 눈물짓네
十五越溪女
羞人無語別
歸來掩重門
泣向梨花月
사과꽃 지다(來禽花落)
어촌 심언광(漁村 沈彦光, 1490~1568)
붉고 흰 꽃은 봄을 붙잡아 늙은 가지에 오르고
누구를 위해 단장하는가, 시골 집 위를
한밤중 비바람에 놀랠까 두렵더니
다닥다닥 핀 사과꽃 모조리 다 떨어졌구나
朱白扶春上老柯
爲誰粧點野人家
三更風雨驚僝僽
落盡來禽滿樹花
미인도(美人圖)
낭선 어무적(浪仙 魚無迹, 조선시대 시인, 생몰년 미상)
잠 깨어 일어나니 중문은 어스름 차가운데
흩날리는 삼단 머리에 명주 홑적삼 걸쳤네
권태로워 다만 봄이 다 지나갈봐
꽃가지 꺾어 들고 저 혼자 바라보네
睡起重門淰淰寒
鬢雲繚繞練衫單
閒情只恐春將晩
折得花枝獨自看
양주 객관에서 정인과 이별하며(梁洲客館別情人)
설곡 정포(雪谷 鄭誧, 1309~1347)
새벽 등불은 얼룩진 화장 비추는데
떠난다고 말하려니 마음이 너무 아파
달그림자 반쯤 드리운 뜰에 나서니
살구꽃 그림자만 옷자락에 가득
五更燈燭照殘粧
欲話別離先斷腸
落月半庭推戶出
杏花疎影滿衣裳
그대에게 가는 길(尋胡陰君)
청구자 고계(靑丘子 高啓, 중국 명초 시인, 1336~1374)
물을 건너고 또 물을 건너
꽃을 보고 다시 또 꽃을 보며
봄바람 부는 강둑길 가다 보니
어느새 그대 집에 다 왔네
渡水復渡水
看花還看花
春風江上路
不覺到君家
20. 꿩의바람꽃
미인의 원망(美人怨)
백운거사 이규보(白雲居士 李奎報, 1168~1241)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네
붉은 꽃 떨어져 온 땅을 덮었는데
향기로운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하여
고운 뺨에 흐르는 두 줄기 눈물
腸斷啼鶯春
落花紅簇地
香衾曉枕孤
玉臉雙流淚
사랑하는 사람에게(贈情人)
채소염(蔡小琰, 조선시대 기생, 생몰년 미상)
봄바람에 날씨 화창하더니
산 너머로 해는 또 지고
못 오실 님인 줄 알면서도
그래도 아쉬워 사립문을 못 닫네
春風忽駘蕩
山日又黃昏
亦知終不芝
猶自惜關門
산행(山行)
반고 김시진(盤皐 金始振, 1618~1667)
꽃이 지는 가지 사이 새눈 우짖고
그늘진 산길에는 맑은 시냇물
졸며 걸으며 읊으니 시 절로 되어도
산중이라 붓이 없어 적을 수 없네
開花自落好禽啼
一徑淸陰轉碧溪
坐睡行吟詩得句
山中無筆不須題
사월초일일(四月初一日)
삼봉 정도전(三峰 鄭道傳, 1342~1398)
산새 울음 그치고 꽃은 날리는데
나그네는 가지 못하고 봄만 돌아가네
홀연히 부는 남풍은 정이 남아 있는지
무성히 뜰의 풀을 쌓이게 하네
山禽啼盡落花飛
客子未歸春已歸
忽有南風情思在
解吹庭草也依依
35. 광덕계곡을 내려오면서 바라본 번암산
첫댓글 모데미풀도 이쁘네요.
형님 덕분에 꽃에 대해 (특히, 야생화) 공부를 많이 하게 됩니다.
길가의 풀을 보면, 꽃집의 꽃을 보면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더라고요.
발로 몸으로 뛰신 사진 항상 고맙게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데미풀 자료를 찾아보니 일제시대 일본 식물학자 오오이 지사부로(大井次三郞)가 1935년 조선에 와서 모데미풀을 채집하고, 신종임을 밝혀 학명을 붙였다고 하네요.
모데미풀의 학명은 Megaleranthis saniculifolia Ohwi로 등록되어 있는데, Ohwi가 오오이 지사부로의 성이랍니다.
지리산 운봉 근처의 모데미(모데기)마을(지금은 덕치리 회덕마을) 인근에서 본 꽃이라 해서 모데미풀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모데미풀의 일본이름도 モデミソウ(모데미소오)라고 합니다.
당시의 기록에 "모데미"는 조선어로서 '산이 합하는 곳(山の合さる所)'의 의미라고 되어 있다네요.
모데미풀은 운봉의 모데미골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하더군요.
대개 신종은 최초 발견한 지역의 이름을 따서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강할미꽃도 그렇고, 광릉요강꽃, 백운산원추리 등등.
적기에 잘 잡으셨네요
소백 모데미도 보고싶읏데 발길이 잘 안가네요
해마다 꽃 피는 시기가 약간씩 다르니
알맞은 때를 만나는 것은 운발인 경우가 많더군요.
소백산 모데미와 홀아비바람꽃 개화시기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