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 4·7 선거 앞두고 “수사 빨리 해 선거 전까지 결과 내놔라”
부장검사 “공정성 오해받고 선거에 영향” 끝까지 반대해 무산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이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1주일여 앞두고 당시 여당이 제기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이른바 ‘생태탕 논란’의 사실 여부 규명을 위해 수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가 담당 부장검사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법조계와 검찰, 정치권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선거가 임박한 지난 3월 말 심 지검장은 선거 사건 전담 부서의 A 부장검사를 불러 “‘생태탕' 논란 관련 수사를 빨리 진행해 선거 전에 결과를 내놓아라. 이는 대검과도 이야기된 것”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A 부장검사는 “지금 그렇게 수사하면 공정성을 의심받을 뿐 아니라 ‘선거 개입’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자리에 있던 차장검사도 A 검사 의견에 동조해 수사는 개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생태탕 논란’은 당시 오 후보가 처가의 내곡동 땅 보상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가운데, KBS가 ’2005년 6월 오 시장이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있었고 생태탕을 먹으러 갔다'는 토지 경작인의 주장을 보도한 게 출발점이었다. 이후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실제 오 후보 일행이 식사를 하러 왔다”는 생태탕집 여주인과 아들을 인터뷰해 그 주장을 뒷받침했다. 당시 여당은 ‘오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는 공세에 집중했지만, 결과적으로 선거에 큰 변수가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인들은 “민감한 선거 사건 때 통상 검찰은 당장 증거인멸이 이뤄지는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며 “섣불리 수사를 전면화하면 해당 의혹이 실체가 있는 듯한 인상을 유권자에게 줄 수 있고 또 정당의 선거전에 활용될 게 뻔하기 때문인데 심 지검장 지시는 그런 불문율을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남부지검이 나서려고 했던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3월 17일 오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국민의힘은 같은 달 28일 KBS 기자 등을 같은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중앙지검에 오 후보 관련 사건이 이미 접수된 상황이었지만, 대검은 국민의힘 고발 건을 남부지검에 배당했다. 심 남부지검장이 수사 착수를 지시한 것은 사건을 배당받은 직후였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과 조율을 거쳐서 야당 고발을 핑계로 수사를 벌여보려 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선거 사건을 담당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친정권 성향으로 알려진 이정현 검사장이 2020년 8월부터 맡고 있다.
심재철 남부지검장도 대표적 친정권 검사로 꼽힌다. 작년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당시 추미애 전 장관의 ‘오른팔’로 불렸던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과정에서 제보자·고소인·검사·징계위원·증인 등 ‘1인 5역’을 담당했다. 지난해 1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을 때는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의 피의자인 조국 전 법무장관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후배 검사에게 “당신이 검사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심 지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부에서 오간 얘기는 확인해 줄 수없다”고 했고, A 부장검사는 “선거기간 중에 수사에 들어가면 의심받을 확률이 크다는 의견을 냈고 심 지검장도 수긍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