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김성수, 방응모, 홍진기, 김활란 등을 포함한 `친일인사' 3천95명을 발표하는 날 아침에, KBS2 TV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에 초대 손님으로 출연한 탤런트 강부자씨를 보았다.
프로를 시청하면서도 KBS2 TV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프로 제작진의 눈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는지, 아니면 대한민국을 대표할 어머니는 탤런트가 되어야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 강부자'라는 문구가 계속 카메라에 잡히는 것을 보면서 과연 그가 그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배를 곯아가며 자식들을 교육시켜 21세기 경제대국의 기틀을 다진 훌륭한 어머니들 다 놔두고 하필 강부자씨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어머니라니..어이가 없었다.
군사문화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어 서열을 중요시 하고 선배의 말을 하늘처럼 받들어야 하는 연예계에서 원로 탤런트 강부자씨가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과 나라를 대표하는 어머니와는 별개라는 생각이다. 역사가 실종되고 정의가 땅에 떨어진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 대한민국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KBS TV에서 벌어지다니 방송계에 종사하는 분들의 역사 인식이 의심스러울 뿐이었다.
일본군 장교 출신 박정희의 군사독재에 협조했던 탤런트를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라고 홍보하는 것이나 해방 후 격변기를 잘 넘기고 출세한 친일파를 본받으라는 권유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특정 연예인을 따르는 후배들을 출연시켜 삼선개헌과 유신헌법을 찬양했던 선배 자랑을 늘어놓는 장면은 역겨워 볼 수가 없었다. 혹여 과거를 아는 후배라 해도 눈에서 벗어나면 활동에 지장이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누가 감히 선배의 과거를 끄집어내겠는가.
박정희가 수없이 많은 영화배우, 탤런트, 모델, 여대생 등을 줄줄이 건드렸다는 것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바 있다. 중앙정보부 과장이 박정희의 술좌석에 앉을 여자 연예인을 관리했다는 것도 김재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그러한 박정희의 엽색행각을 두고 박정희를 비호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고로 영웅호걸들은 술과 여자를 좋아했다며 비켜가려고 하는데 자기 여동생이나 어머니를 불러다 농락했다고 해도 그런 말이 나올지 의문이다.
박정희를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고 가요계에서 추방당한 신중현과 전두환의 머리와 얼굴모습이 비슷하다고 출연을 금지당한 탤런트 박용식이 두부장수로 연명할 때 KBS가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라고 하는 강부자씨는 무슨 생각을 했고 뭐라고 말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박정희가 엽색행각을 저지르던 70년대에도 강부자씨가 타의 모범이 되는 길을 걸어왔다면 후배 연예인들이 청와대 술자리에 불려갈 때 어떤 발언을 했는지 한마디쯤은 기록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주장이다.
강부자씨는 신영균, 최은희, 안은숙 등과 함께 삼선개헌을 지지한다며 "강력한 영도력의 지속을"이란 제목으로 69년 10월 조선일보에 글을 기고했던 사람이다. 강부자씨의 과거 행적을 알고 있을 KBS가 대한민국 어머니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사건이 어제 아침에 벌어진 것이다.
국회의원 경력에 연기력이나 인기가 좋은 원로 연예인이면 과거의 행적에 관계없이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가 되는 것인지 KBS제작진에게 묻고 싶다.
국민 대다수의 사랑과 부러움을 사는 연예인은 공인이나 다름없다. 하물며 국민을 대표하는 연예인은 과거 어두웠던 질곡의 시대에 살아온 삶이 후손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어야지 원로거나 연기를 잘한다고 국민을 대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그들의 행동과 한마디 말이 어린이들에서부터 어른들까지의 사고를 바꾸어놓을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강부자씨 개인적으로는 대중의 인기가 좋고 자식들에게는 존경스러운 어머니인지 모르겠으나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KBS제작진은 연예인이 등장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 하나를 제작하더라도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의 눈과 귀를 두렵고 무서워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몇 자 적어보았다.
첫댓글 전 전혀 몰랐는데 이런 과거가 있었군요.
강부자씨의 그런 행적이 있었군요..............
사람 얼굴만 봐선 모르겠네요,허...참,
그런 사람이구만요.
저는 몰라도 되지만 방송국은 너무 무식하네요,하여 종아니님을 대한민국 모든방송국의 대표 심의위원으로 추대합니다,
뭐 국회의원도 국민이 뽑아 줬나요? 비례대표지? (아닌가요? 제가잘못 알았나...) 으멍끼가 무지 많아요. 그러니까 당시 여당 국회의원까지 해먹지.... 대한민국 어머니가 그렇게도 없나?
저도 그런사실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회원님들의 댓글을 보니까 강부자씨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사실인 것을 어떻게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