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록-천칠봉 (단칠) 作
천칠봉은 세밀한 붓터치로 대상을 묘사력 있게 표현하는 작가이다.
그는 동양적인 관조를 바탕으로 대상을 차분하고 섬세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도봉산의 모습이 지극히 아카데믹한
기법으로 재현되었는데 전경에는 계곡과 오솔길,
중경에는 나무 숲이 원경에는 뾰족한 도봉산 봉우리들이 중첩되어 있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산 풍경을 사진처럼 정확하고 정교한 기법으로
그린 전형적인 아카데미풍의 그림이다
공방의노장들-김형근 作
김형근이 즐겨 다루는 소재는 토속적인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흔히 이러한 토속적인 소재에 그의 화면은 가장 도시적인
감성의 맑은 기운이 점철되고 있다. 이는 土俗的인 소재를
토속이라는 관념 속에 들어가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라는
감성의 눈으로서 추구하기 때문이다. 북을 만드는 공방에서
두 노인이 마주 앉아 있는 이 작품에는 화면 여기 저기에 잊어져 가는
유물이 흩어져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한복 입은 노인과
북이라는 토속적인 소재뿐 아니라 희미하고 채도가 낮은 색채는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또 다른 요소이다.
畵室-김인승 作
1937년 제작한 이 작품은 대상 인물을 스케치하는 자신과 모델로 보이는
여인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그가 그린 스케치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그렸다. 추측컨대 동경미술학교 재학시절에 착상한 것으로
당시 화가 김인승을 알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작품이다.
두 사람의 자세는 대각선으로 처리되어 화면의 깊이를 조성하며,
여인 뒤쪽에 그려진 핑크색의 담요와 화가가 등에 대고 있는
빨간색 쿠션이 시선을 끌어 모은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점은
화가가 갖고 있는 스케치북의 윤곽선을 백색으로
단번에 그려내듯이 정확하고 빠른 데생력이다.
법앞의평등(理想鄕)-김형근 作
이상세계에서는 누구나 평등할 거라고 생각하는
작가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주제로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다.
즉 그가 꿈꾸는 세계, 이상향이란
다름 아닌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한 세상이다.
그의 화면에는 천사들이 빨간색 말을 타기도 하고,
새처럼 생긴 동물을 타고 날아다니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초현실세계,
혹은 비현실적인 이러한 세상에 그는 벌거벗은 어린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그려넣어 그가 꿈꾸는,
즉 법 앞에서 평등한 세상이란 아이들과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상향을 다룬 다른 작품들이 파스텔톤으로 이루어졌던 데 비해
이 작품은 보다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
원색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유관순-김흥수 作
김흥수의 회화는 강렬한 원색을 바탕으로 화면을 추상과 구상으로
병렬시키면서 에로스와 나부 등을 등장시키는 조형 요소를 특징으로 한다.
프랑스와 미국 등지에서 얻은 체험과 한국적 감수성을 토대로 이루어 낸
그의 ^하모니즘(hamonism)^ 회화는 탁월한 색채감각과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통해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전형적인 특징이 나타나기
이전 시기의 것으로 한복 입은 인물의 목가적인 표현방식이나 원초적
감수성을 드러내는 색감을 통해 민중의 힘을 재현하고 있다.
서울시가-최덕휴 作
최덕휴는 1970-80년대 서울 풍경을 집중적으로 그리며 서울이라는
도시에 남다른 애착심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대작 위주의 연작을 통해
그는 일종의 서울 변천 기록자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대상을 생동적인 붓놀림과 풍부한 색채로 표현한
최덕휴의 <서울시가>는 오늘날 국제적인 거대 도시로
발전한 서울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도시의 바쁜 일상을 단순하고 회화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에는
무수히 들어선 온갖 형태의
고층 빌딩 숲의 시각적 감흥이 유감없이 강조되어 있으며
도시의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바다-오지호 作
오지호(1905-1982)는 우리나라 근대 화단에서 인상주의 경향의 작품을
주도했던 화가이다. 한때는 좌익에 연루되어 심한 고초를 겪고
광주 무등산 기슭에 머물면서 인간사에 대한 자신의 황량한 심정을
청회색과 회갈색조의 풍경화 속에 담기도 했다. 짙푸른 남색을 사용한
이 작품은 형태가 불분명하여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대담한 붓터치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본대학전경-양인옥 作
바다를 끼고 있는 대학의 전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출
범을 앞두고 벌어지는 행사의 한 장면을 그린 듯 깃발을 든 다섯 명의
제복 입은 남자들과 그 뒤로 또 다른 제복을 입은 무리가 보인다.
그리고 이를 기록이라도 하듯 화면 앞에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꼼꼼한 터치가 엿보인다.
풍경화-오지호 作
오지호는 인상파 화가로 출발하여 평생동안 일관된 화풍을 유지했다.
이러한 작가의 태도가 잘 드러나는 이 작품은 화면의 반은 노란색으로,
나머지 반은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하게 구사된 노란색들과 초록색 산이 두터운 터치에 의해
효과적으로 구사되었다.
돌아온 그 날-하동균 作
하동균은 한국적인 돌을 그리는 작가다. 그 돌들은 수동인채로
정지되어 있는 듯 싶으나 역동성을 예비해 두고 있다.
그가 그린 세계는 쓸쓸함과 고요함이 베어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듯한 바위의 모습이 대각선으로 놓여있는
이 작품은 마치 돌(바위)이 사람처럼 의인화되어 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제목 돌아온 그 날은
이 바위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궁금증을 유한다.
정물-손순영 作
1960, 70년대 국전에서 주류를 이루었던 여인좌상이나
정밀한 묘사력에 주력한 정물을 그리던 손순영의
이 작품은 국전을 무대로 활동한 작가답게 아카데믹한
화풍을 엿볼 수 있다. 전통적인 목가구와 그 위에 놓인 청자 등
한국 고유의 전통적인 소재를 매우 치밀하고도 조심스럽게
배열해 놓은 이 작품은 부드러운 터치와 꼼꼼하고
성실한 태도로 대상을 묘사해 놓았다.
초추-천칠봉 (단칠) 作
전형적인 아카데미풍의 이 작품은 전경부터 중경까지 맑은 계곡이 흐르고
그 옆으로는 오솔길이 펼쳐지고 있다. 깎아지른 듯 높은 산을
푸른색으로 칠해 아득히 멀리 있는 듯한 공간감이 느껴지며,
그 아래로 연두, 초록, 갈색 등으로 뒤섞인 나무들이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할 무렵의 가을산의 정취를 전해준다.
푸른 하늘과 얼음조각 같이 날카롭고 높은 산봉우리,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나무 등이 지극히 아카데믹한
기법으로 재현되었다. 풀잎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정교한 기법으로 사진처럼 정확하고 객관적인 화면을 창조했다.
한라산의봄-오승우 作
오승우는 자연주의에서 출발하면서도 자연대상에 충실하기보다는
자연에서 오는 감동을 기조로 한 일종의 야수파적인 방법을 추구해온 화가이다.
밝고 화사한 빛과 색채에 의한
표현을 통해 자연에로 향한 열망을 나타내었다.
인상파가 추구한 분할적인 묘법과 순도 높은 색채의 감각을 한국의
자연에 적응시켜 이른바 인상파적 방법에 의한 한국 자연에 대한 독자적이고
심층적인 해석을 전해주고 있다.
회귀-김창열 作
김창열은 물방울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
그는 1970년대부터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물방울을 그려 화단에 충격을 주었다.
그의 그림 속에 나타나는 물방울은 때로 ^진짜 물방울 같다^ 고 감탄하게 하나,
사실은 하나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 물방울은 관객들에게
일루젼(illusion)과 리얼리티(reality)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를 묻는 한편,
관람자가 그것에 빨려 들어가 그와 더불어 투명하게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김창렬 작업의 핵심이며, 동양의 무아(無我),
혹은 ^자아소멸(自我消滅)^의 경험이라고 할수 있는 것이다.
제헌국회및제헌헌법공포-조덕현 作
조덕현(1957- )의 이 작품은
<20세기 추억>이라 명명된 연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오래된 다큐멘터리 사진처럼 흑백의 화면
속엔 대한민국의 헌법을 제정하고 이를 공포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망점과 오버랩되어 작가의 주제의식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하나 하나 무수한 점들이 모여 한 장의 사진을 만들어내듯
헌법의 제정으로 한 나라의 역사가 새롭게 엮어져 나가고,
무수한 개개인의 인권이 헌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음을
이 작품은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항아리-도상봉 作
도상봉은 우리나라 근대 서양화가 중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이다.
도상봉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정물이며,
정물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백자와 백자가 곁들여진 정물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정물화가 갖는 다소곳하게 정지해 있는 상태,
바로 정태적인 특성을 지닌다. 정태적 요소와 함께 정확한 형태감각,
아카데미즘에 기초한 엄격한 조형미가 이 작품의 바탕이다.
형식적인 새로움보다는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작가의 미의식이 반영되어 있으며 잔잔하게 덮인 색조와
안으로 스며드는 듯한 부드러운 톤의 다독거려진 터치와
색조의 포화가 오랜 세월을 거쳐 도달한 완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추경-이종무 作
고희동에게 사사 받은 이종무는 구상적인 인물화와
풍경화에서 시작하여 1960년대에는 시대조류에 발맞추어 추상경향을
따르지만 다시 자신의 본래 관심사인 구상작업으로 돌아간다.
그는 1975년 이후 "산"시리즈를 제작하였는데
미술평론가 이경성은 이종무가 황갈색을 유난히 즐겨 쓰는
것은 향토를 사랑하는 마음이 표현된 것이라며
그가 미의 탐구자로서 한국인의 미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작품에서도 황갈색이 주조를 이루지만 붉게 물든 나무에서
가을산의 정취가 묻어나고 있다. 또한 다채로운 빛깔로
이루어진 산과 하늘에서 표현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우리의 꿈-김형근 作
이 작품은 ‘우리의 꿈’이라는 제목처럼 상상의 세계
즉 작가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그린 것이다. 이 작품에는 새처럼 생긴
날짐승과 물고기, 조선시대 민화에서 보는 것 같이
도식화된 나무와 용처럼 솟아오르는 괴이한 형상의 동물들이
일정한 영역을 차지하며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아 하늘과 땅과 바다가 뚜렷한 경계를 두지 않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며, 그 공간에 독특한 형상을 한 유기체들은
공중에 붕 떠 있듯이 부유하며 하나의 환상의 세계를 빚어내고 있다.
화사한 색채는 이러한 공간을 더욱 비현실적인,
환상적인 세계로 만들고 있다.
들장미-김인승 作
김인승은 정확한 데생을 바탕으로 한 여인상을 그린 작품으로
조선미전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1970년대 이후 장미를 주제로 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제작하며 일반에게 장미의 화가로 알려져 있다.
김인승은 초기의 나부시대든 그 후의 풍경이든 정물이든
자연을 보는 정확한 관찰과 그것을 박진감 있게 다루는
기술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백장미가 탐스럽게 피어있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 역시 장미라는 물체를 꿰뚫는 정확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사물의 실재성에 핍진 하였다.>
여인-김형근 作
김형근의 일련의 정물화에서처럼 이 작품은
도시적인 감성의 맑은 기운이 점철되고 있다.
노란 꽃이 한아름 담긴 바구니를 이고 측면을 향하고
있는 여인을 그린 이 작품은 인물의 특징적인 묘사보다는
화면의 분위기나 색채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즉 노란 꽃과 여인의 목에 두른 보라색 스카프의 대조,
여인의 어깨 뒤로 그려진 배경, 여인의 손과 그 위에 놓인 새와의
기묘한 대조 등 세련된 색채와 도시적인 분위기 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대상 하나 하나가
밀도 있게 처리되었으면서도 바닥은 극히 분방한 터치로서
마무리해 버리는 등 김형근의 정물에서 보이는
특징이 이 작품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정물-구자승 作
이 정물에서 배경이 검은색으로 단순하게 처리된 것은
사물과 배경과의 관계를 절단함을 의미한다.
그의 정물의 연출법은 초현실주의자들의 공간 뛰어넘기가 아니라
그가 흔들리는 사물의 이미지를 고정시키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사물의 길들여진 일상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소재, 즉 백자와 보자기, 촛대, 옛 서적,
한복 등으로 구성되어 과거 삶의 정경들을 떠올리게 한다.
화면 속에 사람이 없어도 마치 우리 선조들의 삶을 얘기하듯
정물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침-윤중식 作
윤중식의 작품은 태양, 섬, 강, 돛단배, 시골마을, 비둘기, 새, 꽃 등
몇 가지 소재로 제한되어 있다. 물론 이것들은 재현적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다.
화가 마음속에 내재하고 있는 관념의 대상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밝고 건강한 색채와 더욱 양식화되어진 구성의
밀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생(生)의 희열과 긴장을 동시에 가져다 주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화가의 그리움과 추억과 꿈과 한의 응어리가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 즉 그의 그림은 행복하지 않는
실향민 화가가 그리는 행복의 초상화이며 풍경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그림은 따뜻하고 건강하고 생명력이 넘친다.
색채 면에서 더욱 그렇다.
이승만대통령연설-이두식 作
이두식의 회화는 미술계의 변화에 상응해서 크게 3가지 성향으로 구분된다.
이 작품은 1960년대와 70년대 중반까지의 앵포르멜 미술과
기하학적 추상 구성의 결합에 이어 나타난 새로운 경향의 작품으로
극사실 기법과 자유로운 운필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외견상 당시 화단의 주류에 해당하는 추상과 모노크롬에 거리를
둔 것이나 새롭게 부상하였던 극사실주의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색채 또한 원색보다는 가라앉은 청색이나 갈색조와 같은 중간색조를 써서
동시대 미술의 기법과 색조를 아우르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소재의 극명한 조명을 통해 새로운 호기심과 긴장감을
유도하는 작가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영봉-문학진 作
문학진의 작품세계는 구상과 추상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즉, 추상성을 강하게 지니는 동시에 구상성을 띠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한편 색채에서는 회백색조의 무게가 담긴 색채에 노랑이나 파랑을
가미하면서 결정적으로 검은색을 사용하여 마무리하고 있다.
이 작품은 구상화이면서도 그 표현언어는 자신의 회화세계에서 찾고 있다.
즉 회백색의 색조와 푸른색, 연노랑색의 단면적 색채의 배열을 통해
사실적인 풍경화의 감흥을 넘어서는 환상적 추상적 작풍을 보이고 있다.
조휘-정창섭 作
한국현대미술 형성기에 작품활동을 시작한 정창섭은 비정형적이고
동양적인 관조를 차분하고 섬세하게 표현한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조형논리에서 벗어나 있는 초기적 양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일출의 순간에 드러난 바다의 생명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제 막 떠오른 태양은 희뿌옇게 모습을 드러낸 구름과 함께
멀리 잔잔한 물결과 가까이 거친 물살을 드러낸
바다의 대조적인 모습과 활기차게 조우하고 있다.
주로 어두운 톤의 색채를 써서 자연의 장엄함을 강조하였다.
목장의 초하-장리석 作
장리석은 1950년대에 대한민국미술전람회를 통해
보여준 <그늘 속의 노인>과 같이 서민 생활에 대한
애정을 근간으로 서민풍의 작품 세계를 일관해왔다.
이 작품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목장의 풍경을 소담하게 담은 것이다.
멀리 한적한 마을과 드넓은 목장을 단면으로
한정하면서도 느릿한 젖소의 움직임을 근경에서 포착하여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화면의 구도는 밝고 경쾌한 색채를 통해
그려져 오히려 안정감을 전해준다.
춘-박영선 作
박영선의 회화세계는 1950년대의 파리 유학을 기점으로
이전의 사실주의 성향과 이후의 추상적, 환상적인 화풍으로 구분된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미술대전으로 대표되었던 아카데미즘과
사실주의적 화풍을 담고 있다. 만발한 유채꽃과 눈이 다 녹지 않은
한라산의 정취가 아득하게 펼쳐진 제주도의 봄 풍경을 소재로 하였다.
현장에서 직접 바라보는 듯한 시점을 취해 감상자를 풍경 안으로
흡입하는 한편 멀리 산야의 짙푸른 색채와 화면
가득히 펼쳐진 유채꽃의 밝고 선명한 황색이 계절감을 구체화하고 있다.>
가을-박광진 作
시간과 계절 그리고 풍토와 빛의 분위기를 가지고
한국의 산야를 표현하는 박광진은 이 작품에서도
빛으로 둘러싸인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에 의해 보랏빛으로 물든
바위산과 야광처럼 형형색색으로 물든 계곡,
번들거리는 바위돌 등 모두가 빛으로 둘러 쌓여 있다.
비경-이대원 作
추상화의 유행 속에서 성장한 이대원은 자연과 풍경,
산과 들, 연못을 주제로 하여 유기적 생명감과
우주의 기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화가이다.
각각의 소재는 빛에 투영된 모습으로 형상화되는데
빛의 형태감과 함께 원색의 혼합으로 생경한 감동을 자아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나무는 이대원이?즐겨?그리는?소재이다.
나무가 성장할 때와 동일한 유기적, 생물학적인 리듬을 표현한 것으로
불길에 타오르는 듯한 화려한 느낌을 전해준다.
추상-이두식 作
강렬한 원색과 분방한 붓자국으로 심상의 본능을 표출한 작품이다.
이두식은 1980년대 후반부터 구체적인 형상과 추상형태를 넘나들면서
동양화의 정신을 통해 가장 순수한 본능의 표현을 추구하고 있다.
1960년대에 사용하였던 원색의 전통적 색채를 부활시키는
한편 빠르고 힘찬 붓놀림으로 동양화의 기운생동을 반영하여
그리는 행위의 본질에 접근한 표현주의적 성향을 나타내었다.
모든 종류의 형상들이 그려가는 행위 속에 통합될 수 있다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증후를 보이는
작가의 독특한 조형적 탐구를 엿볼 수 있다.
일출봉의가을-김일해 作
김일해의 풍경화는 대부분 자연풍경을 즐겨 다루고 있지만,
인위적인 풍경의 요인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는 인위적으로 꾸며진 경관이 마치 비인위적인 자연풍경처럼
보이게 하여 자신의 뛰어난 예술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특히 채색주의 풍경화라고 할 만큼 색채를 통해서 풍경을 재구성하는
성향으로 일관하고 있다. 풍경화에서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등에서
색채의 질서를 다시 배열함으로써 오히려 환상적이고도 서정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4월-이원희 作
이원희의 풍경은 풋풋한 흙내음과 고즈넉한 정감을 지닌 농촌을 배경으로 한다.
그는 서양화의 매개인 유화를 사용하면서도 한국적인 수묵화,
서예와 같은 생명력 있는 필법으로 우리나라의 농촌 자연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실험적이며 급변하는 미술의 경향에 초연한 자세로
천천히 전통 유화의 기법을 체득한 그는 사실주의 회화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하고 있다. 이 작품은 밭이랑과 논을 끼고 도는
한적한 길, 그리고 퇴락한 농가의 정감 있는 담벼락과 지붕은
한국적인 정서와 더불어 땅에 대한 애착을 느끼게 한다.
신록의계절-박득순 作
박득순은 아카데믹한 자연주의 화풍을 지향한 작가이다.
비교적 인물을 많이 다루었으나 자연의 풍광을 소재한 작품
또한 다양하다. 이 작품은 자연미의 재현을 평생의 화업으로
삼았던 박득순의 화풍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신록의 계절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생명감과 활력을 짜임새
있게 다루고 있는데 햇살이 비쳐지는 천공의 나무숲과 오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커다란 바위의 장중함이 충실한 묘사력을 바탕으로
조화롭고도 안정감 있게 표현되었다.
살수대첩-김석진 作
김석진은 철저한 사실주의적 조형세계를 지향하는 작가이다.
그의 학습기에는 앵포르멜과 추상이 화단에 범람하고 있었으나
김석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명하게 반영할 수 있는
사실주의의 기법을 자신의 회화 성향으로 규정하였다.
역사적 소재를 풀이한 이 작품은 지극히 세밀하고 부드러운 필치로
표현하여 역사적 사실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분위기를 쇄신하고 있다.
가을-손응성 作
손응성은 한국 양화의 역사에 있어서 사실주의의 선구자이다.
그의 사실주의는 단순한 소재의 선택과 사실적 표현으로서의
사실주의가 아니라 마음의 의도를 담아 독특하고 선명한 박진감과
실제감을 강조한 한국적 극사실주의의 성향을 나타낸다.
이는 작가의 주관을 배격하는 태도로 1970년대에
유행하였던 외래적 성향의 하이퍼리얼리즘과는 달리
전통적인 사실주의의 맥락에서 드러나는 정감적인 요소를 농밀하게
내재시킨 것으로 1950년대부터 형성된 작가만의 작풍이었다.
특히 황금빛으로 발산하는 산야의 조형감은 일종의 신비감을
자아내는 작가만의 독특한 표현 언어이다.
불국사의가을-박광진 作
박광진은 사실적인 기법을 바탕으로 한 주로 풍경화를 그리는 작가이다.
이 작품에서 불국사는 상징적인 공간일 뿐이다.
그가 자주 그리는 자연풍광을 화면 전면에 배치시켰지만
불국사를 사진처럼 매우 정밀하게 그려 넣은 것은 불국사라는
상징적인 공간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불국사를 배경으로 노랑색과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는
단풍나무를 클로즈업시킴으로서 천년 고도 경주의 상징물인 불국사는
또 다른 옷을 입게 된다
정물-장두건 作
장두건은 현대 추상미술의 흐름 속에서 사실주의 계통의
작품을 꾸준하게 해 온 작가이다. 이 작품은 사실적인 기법으로
화병에 담긴 다양한 들꽃을 표현하고 있다.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이는 시점으로 선명한 색채를 사용하여
싱그러운 들꽃들을 그려내고 있는데 약간 삐뚤어진 책상의
배치나 중앙을 비낀 듯한 과일접시, 찻잔, 책 등이 다소
불안정한 느낌을 주고 있다.
즉 지극한 사실주의의 관점을 벗어나 있으나 전반적인 화면의
구도는 고전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대상에 대한 작가의 지적인 해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과녘-김형근 作
이 그림은 1970년 제19회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김형근의 작품이다.
김형근은 제17회 국전에서 <고완(古玩)>으로
특선, 제18회 국전에서는 <봉연(鳳輦)>으로 문공부장광상을 탔다.
김형근은 토기, 부채, 가마, 함지, 백자, 청자, 소목장 같은
민속물을 소재로 한 작업을 통해 국전에서 새바람을 일으켰다.
미술평론가 이일은 이 작품에 대해 “작가의 조형언어로
과녁을 새롭게 구성했을 뿐 아니라 계산된 섬세한 터치가
그림에 힘을 만들어 냈다”고 평했다.
한때 1965년 제 14회 국전 사진부에 입선한 정규봉 씨의
<관혁>과 같이 화살이 꽂힌 과녁을 다루어서
표절시비가 일기도 했지만 철저하게
작가의 조형언어에 의해 표현된 작품이다.
풍경화-구자승 作
이 작품의 구성 및 구도는 지극히 단촐하다. 어쩌면 거의
금욕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절제된 구성 및 구도를 보여준다.
소실점이 화면의 중간 지점에 놓임으로써 대단히 냉엄하면서도
인색하기조차 한 객관적인 구도로 되어 있다.
색채 또한 사실주의 회화에서 요구되는 중후하면서도 어두운
색채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실주의 화가로서
그가 보여왔던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부드러운 터치가 아주 담담하게
그러나 호소력 있게 평화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우수와 같은 물결, 아른거리는 산과 마을, 그리움이 서려 있는 풍경화다.
정자-손응성 作
외곬의 기질로 화가의 생애를 사실주의로 일관했던 손응성은
명확한 예술적 성향과 철저한 내밀성을 담은 독자적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평가되고 있다.
1950년대 중반부터 한국적인 미의식에 바탕을 둔 치밀한 시각과 정감으로
골동을 소재로 한 정물화와 고궁의 분위기를 담은 풍경화에 천착하였다.
이 작품은 뚜렷한 색채의 대조와 놀라운 세밀 묘사를 통해
그의 무성격한 사실주의의 방법과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APEC정상-손수광 作
손수광은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은 화가로
정물화와 인물화를 다수 제작하였다. 이 작품은 역사적인 소재를
보편적인 관점으로 전환시켜 인간의 관계성을 고발하고 있다.
이국적인 풍물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배경을 통해 이질적인
느낌을 전해주면서 인위적 집합과 배열에서 드러나는
관계의 허구적 실상을 은유하고 있다.
역사적 실제와 달리 화기애애한 인물상의 표현은 그대로 응고된 듯한
정지감을 통해 시간과 자연으로부터의 단절과 균열을 보여주며 계산된
허무적 심상을 드러낸다. 화면의 모순을 통해 인간의
심리적? 양면성과 갈등구조를 형상화하였다.
전흔-안영일 作
작가는 회색빛 하늘과 황폐한 들녘, 그 사이에 원래의 형태를 알 수 없는
전흔의 철조물을 극명하게 표현하였다. 마치 잊혀진 전쟁의
기억같이 오랜 세월동안 방치되어 부식되면서
그 기능도 모습도 상실한 전쟁의 도구를 화면의 중앙에
당당히 배치함으로써 전쟁의 상처와 그 덧없음을 고발하고 있다.
세밀한 붓터치와 중간톤의 색채를 통해 황량한 감흥을 강조하였다.
화초-김종학 作
즉흥과 감성을 바탕으로 직감에 의한 독특한 ‘심상의 풍경’을 그려온
김종학의 이 작품에는 달빛에 비친 다양한 형태의 이름 모를 꽃과
풀들이 싱싱한 자연의 내음을 발산하고 있다.
울긋불긋한 원색의 화려한 꽃들은 표현적인 터치와
두껍게 바른 물감으로 인한 다소 거친 표면효과에서
보이듯이 남성적으로 해석되었다. 작가는 무성하게 흐트러진
화초들의 아름다움 속에서 자연의 건강한 생명력과 환희를 발견하고
이를 감각적으로 재현하였다.
하일-박상옥 作
이 작품은 국전 제3회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어느 봄날 뜰 앞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을 화면 가득히 배치한
향토색 짙은 작품이다. 당시의 이 작품에 대해
“어두운 색깔과 그늘을 주위에 배치하고 포근한 타원형으로
노출된 양지 속에 인물들을 피라밋식 구도로 안정시켜"
놓은 아름다운 색채의 작품이라고 평했다.
위대한새벽-이만익 作
이만익(1938- )은 우리 민족의 삶에 깃든 기쁨과 슬픔의 정서를
문학성 짙은 설화 세계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우리의 미적 뿌리를
찾아가는 작가이다. 특히 삼국유사와 주몽설화, 청산별곡,
심청전 등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들은 강렬한 색상과 대담하고
단순한 평면구성 속에 민족사의 단면들을 탁월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이렇게 전통적인 원색을 적용한 민족적 정서의 표현은 가능하다면
우리의 얼굴, 한, 기원을 그려보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을 그대로 발현하고 있다.
생각의 너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