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찾아온 휴일 아침 남원 종합경기장에 도착하고 보니 기온이 거의 0도까지 떨어진 상황, 하지만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아 체감온도는 더 내려가지 않는다. 주차는 문제가 없이 해결했고 경기장 내부를 둘러보니 이제까지와 달리 제법 규모가 느껴진다. 마라톤붐이 일었다는 게 여기서도 체감. 근데 지인이 지나가며 알려주길 내가 경품에 당첨이 됐다고... 아무튼 좋아! 장갑이 필요하겠길래 3천원을 주고 하나 구입해 끼고 웃옷 긴팔 하나를 더 껴입는걸로 추위를 대비한다. 목표치가 딱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단 1시간50분 이내엔 들어와야겠고 가능하면 5분 페이스 수준인 1시간45분대면 좋겠는데... 출발은 풀코스와 하프가 동시에 이뤄진다. 경기장 트랙을 아주 일부만 돌아서 도로로 나서기 때문에 사람이 많아도 그리 번잡스럽진 않다. 오히려 이 추운 날씨에 넓은 대로를 휑하니 달리는 것보단 장점이 많은 듯. 햇살이 비치든 말든 별로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 것 또한 큰 장점. 기온이 높았을 경우엔 4차선이 대부분인 외곽도로 그것도 오르막이 제법 긴 이런 상황에선 엄청난 핸디캡이 될 수도 있었는데 주변에 페이스메이커 무리가 없기에 그냥 대열의 흐름대로만 따복따복 따라가는 모양새로 전반을 이어가는데 대충 목표로 했던 페이스가 찍혀나온다. 물론 오르막 구간에선 5'18"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봐선 5분페이스 안쪽으로 선방을 하고 있다. 반환점을 돈 뒤엔 스마트워치에서 울리는 랩타임은 신경 쓰지도 않고 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대열을 앞서나가 보는데...힘이 들기는 하지만 적어도 끝까지 밀어볼 수는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거리가 줄어들고 줄어들어 드디어 마지막 오르막, 그리고 경기장을 눈앞에 둔 삼거리를 맞았다. 그런데 여기서 예기치 않았던 사고가 발생한다. 주자들을 차도가 아닌 인도와 자전거길로 돌게 유도를 한 것인데 주변 사람들이 절반으로 갈라져 이쪽저쪽에서 횡단보도로 쏠리다보니 이상한 분위기가 되었고 한창 막판 스퍼트를 염두해두고 몰아치던 순간 도로 중간의 단차가 문제였는지 휘청~
그리고 쓰러지는 몸을 반사적으로 우측 무릎과 손을 이용해 한바퀴 덤블링 아~ 이런! 다 왔는데... 급히 몸을 일으켜 다시 달리려는데 주변 대회 관계자들이 달려와 그대로 누워있으라고 난리를 친다. 잠시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일어나 코앞의 경기장으로 빨려들어가듯 달려가는데 그 와중에도 뭔가 흘러내린다는 느낌이... 결승점을 통과한 직후에 들여다보니 지난번 킥보드 때보다 더 상황이 않좋다. 하필이면 부상 부위도 비슷하고 손의 경우엔 훨씬 더 좋지 않은데 장갑을 얼마전에 벗었던 게 화를 불렀다. 여하튼 기록은 그런 와중에도 지난 2021년 부안대회 이후에 가장 좋게 작성이 됐다. 1:42:23 네거티브스플릿이 완벽하게 이뤄진 점이 전체 기록보다도 더 크게 와 닿는다. 다친 부위야 뭐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고 워낙 오랜기간 체력저하와 함께 기록추락을 겪었던지라 몸은 넘어졌어도 희망은 솟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