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에게 잘하라, 가까운 사람에게 잘하라.
포항에서 영덕 축산항에 이르는 길을 걷고 돌아와
죽음처럼 깊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나니 이틀간의 여정이
마치 하룻밤 꿈처럼 지나갔다는 것을 안다.
옅은 구름 아래로 쉴 새 없이 출렁이는 물결
순간순간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온갖 풍경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던 도반들,
그 모든 것이 지나간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는 사실,
이렇게 가고 오는 우리들의 삶,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아름다운 추억, 아름다운 경치, 아름다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사는 것이
이 세상에서 잘 사는 것이리라.
옛 말이 있다.
“쓸데없이 많은 재산이야말로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씨앗이라고.”
재산은 유형무형의 재산이 있는데,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유형의 재산에만 신경을 쓰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산에는 신경을 안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훗날 후회를 하는 경우들이 많다.
일기작가인 새무엘 페피스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그렇게
눈에 보이는 재산만 탐내다가 후회하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쾌락에 좀 더 많이 몰두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세상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산을 모으는 동안에는
즐기는 것을 잊으며, 재산을 모을 때까지 그것을 유보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즐기기에는 너무 늦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고, 그런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보았다.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세상을 뒤흔든 사람 스티브 잡스였고, 그가 남긴 글은
너무 가슴이 찡하게 다가온다.
“타인의 눈에 내 인생은 성공의 상징이다.
하지만 일터를 떠나면 내 삶에 즐거움은 많지 않다. 결국 부는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하나의 익숙한 ‘사실’일 뿐이다.,
지금 병들어 누워 과거 삶을 회상하는 이 순간, 나는 깨닫는다. 정말 자부심 가졌던 사회적 안정과 부는 결국 닥쳐올 죽음 앞에 희미해지고 의미가 없어져 간다는 것을
어둠 속 나는 생명 연장 장치의 녹색 빛과 윙윙거리는 기계음을 보고 들으며 죽음의 신의 숨결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생을 유지할 적당한 부를 쌓았다면 그 이후 우리는 부와 무관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그 무엇이 부보다 중요하다면 예를 들어 관계, 아니면 예술, 또는 젊었을 때의 꿈을, 끝없이 부를 추구하는 것은 결국 나 같은 비틀린 개인만을 남긴다.
신은 우리에게 부가 가져오는 환상이 아닌 만인이 가진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감각을 선사하셨다.
내 인생을 통해 얻는 부를 나는 가져갈 수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넘쳐나는 기억들뿐이다.
그 기억들이야말로 너를 따라다니고, 너와 함께 하고, 지속할 힘과 빛을 주는 진정한 부이다.
사랑은 수천마일을 넘어설 수 있다. 생에 한계는 없다. 가고 싶은 곳을 가라. 성취하고 싶은 높이를 성취해라. 이 모든 것이 너의 심정과 손에 달려 있다.
.....
우리가 현재 삶의 어느 순간에 있던,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삶이란 극의 커튼이 내려오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너 자신에게 잘하라, 가까운 사람에게 잘하라.“
스티브 잡스가 임종 직전에 남긴 글이다.
마지막 순간에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린다.
그 중에 자기의 삶을 잘 살았다고 진정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별 것도 아닌 것을 내 것이라고, 아끼고, 벌 벌 떨면서 움켜쥐며 살았던
그 한 평생이 얼마나 부질없었던 가를 깨닫는 시간이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
누구나 죽고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너 자신에게 잘하라, 가까운 사람에게 잘하라.’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자연 속을 거닐며 내가 자연이 되어 사는 삶,
나는 그 삶이 가장 복된 삶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떤가?
2017년 6월 26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