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프로메테우스 아현 이재관
용산 CGV에서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2시간 이상 관람한 후 걸어서 한강대교와 상도터널을 지나 집에 도착하니 저녁 7시 반이다. 그러니까 오늘 나는 4시간 동안 넓고 넓은 공간을 만끽했다. 마음도 그만큼 넓어져라.
아이맥스 화면으로 3-D 안경을 쓰고 실감나게 우주여행을 했는데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북적거리는 상가나 좁은 공간에 어찌 주저앉을까. 무작정 걸어서 한강을 건넜다. 툭 터진 한강 노들섬 근처에서 찍은 폰 카메라 사진을 먼저 소개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2090년 상황이다. 지금부터 80년 후 인류의 과학이 그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공상이 지나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영화감상을 잡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냥 즐기면 된다. 나는 이 영화에서 두 가지 주제를 발견하고 많이 즐겼다.
첫째, ‘만남’을 즐겼다. 인생은 만남이다. <프로메테우스>에서는 다음과 같은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 우주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지구 - 한 치 오차도 없이 자신만만하게 우주공간을 질주하는 우주선 내부 외부의 장치들 - 사람보다 더 인간미가 있고 감성 지성을 겸비한 로봇(데이브 역) - 지구와 닮은 별, 히말라야보다 큰 산, 멋진 계곡, 엄청난 폭풍 - 의사 없이 환자가 혼자 진단, 마취, 셀프 수술도 하는 의료장비 - 그 별에도 피라미드가 있다. 거기서 오랫동안 잠자는 프로메테우스(창조자)를 깨워 만난다.
둘째, 아무리 장치가 발달하고 정보, 감성, 소통이 완벽하게 해결된다 해도 우리의 아킬레스건은 ‘유기체’ 문제라는 점이다. 20세기 시스템이론은 생물학자 루드비히 폰 베르탈란피가 시작했다. 생물학은 현대 시스템이론의 첫 단추였다. 이 영화를 보니 역시 생물학이 근본임을 알겠다. 외계의 생소한 미생물, 연체동물 등이 인간은 물론 프로메테우스까지 처참하게 무너트려 영화가 해피앤드로 끝나지 못한다.
지구에서든 더 광활한 우주에서든, 유기체적 요소(organic elements)가 과학의 진보와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끈적거리는 피와 땀이다. 눈물 한 방울, 침 한 방울이다. 단순한 물질이 아닌 유기체적 요소가 우리 몸 안에도 있다. 아름답게 가꿔보자. 이 영화의 아름다운 공간예술 사진을 바라보며, 각자의 우주선을 동작시켜 척박한 땅을 박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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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oetry*Prose*Professional 원문보기 글쓴이: 두메솔 아현
첫댓글 상상력이 풍부한 아현님의 영화감상 기사로 군요, 영감이 떠 오르려고 합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