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사(太平詞) (1598)/박인로
나라히 편소(偏少)ᄒᆞ야 해동(海東)애 ᄇᆞ려셔도
정기폐공(㫌旗蔽空)ᄒᆞ야 만리(萬里)예 이어시니
병성(兵聲)이 대진(大振)ᄒᆞ야 산악(山岳)을 ᄯᅴ엿ᄂᆞᆫ ᄃᆞᆺ
병방 어영대장(兵房御營大將)은 선봉(先鋒)을 인도(引導)ᄒᆞ야
적진(賊陣)에 돌격(突擊)ᄒᆞ니
질풍 대우(疾風大雨)에 벽력(霹靂)이 즈ᄎᆡᄂᆞᆫ ᄃᆞᆺ
청정 소수두(淸正小竪頭)도 장중(掌中)에 잇것마ᄂᆞᆫ
천우 위숭(天雨爲崇)ᄒᆞ야 사졸(士卒)이 피곤(疲困)커ᄂᆞᆯ
져근ᄃᆞᆺ 해위(解圍)ᄒᆞ야 사기(士氣)를 쉬우더가
적도(賊徒)ㅣ 분궤(犇潰)하니 못다 잡아 말년졔고
굴혈(窟穴)을 구어보니 구든 덧도 ᄒᆞ다마ᄂᆞᆫ
유패 회신(有敗灰燼)ᄒᆞ니 부재험(不在險)을 알리로다
상제 성덕(上帝聖德)과 오왕 패택(吾王沛澤)이
원근(遠近) 업시 미쳐시니
천주활적(天誅猾賊)ᄒᆞ야 인의(仁義)를 돕ᄂᆞᆫᄯᅩ다
해불양파(海不揚波) 이졘가 너기로라
무상(無狀)ᄒᆞᆫ 우리 물도 신자(臣子) 되야 이셔더가
군은(君恩)을 못갑흘가 감사심(敢死心)을 가져 이셔
칠재(七載)를 분주(奔走)터가 태평(太平)오ᄂᆞᆯ 보완디고
투병 식과(投兵息戈)ᄒᆞ고 세류영(細柳營) 도라들 제
태평소(太平簫) 노픈 솔의예 고각(鼓角)이 섯겨시니
수궁(水宮) 깊흔 곳의 어룡(魚龍)이 다 우ᄂᆞᆫ ᄃᆞᆺ
용기 언건(龍旗偃蹇)ᄒᆞ야 서풍(西風)에 빗겨시니
오색 상운 일편(五色祥雲一片)이 반공(半空)애 ᄯᅥ러딘 ᄃᆞᆺ
태평 모양(太平模樣)이 더옥ᄒᆞ나 반가올사
양궁 거시(揚弓擧失)ᄒᆞ고 개가(凱歌)를 아뤼오니
쟁창 환성(爭唱歎聲)이 벽공(碧空)애 얼ᄒᆡᄂᆞ다
삼척 상인(三尺霜刃)을 흥기(興氣) 계워 둘러메고
양면 장소(仰面長嘯)ᄒᆞ야 춤을 추려 이러셔니
천보 용광(天寶龍光)이 두우간(斗牛間)의 소이ᄂᆞ다
수지무지(手之舞之) 족지도지(足之蹈之) 절노절노 즐거오니
가칠덕(歌七德) 무칠덕(舞七德)을 그칠 줄 모ᄅᆞ로다
인간 낙사(人間樂事)ㅣ 이ᄀᆞᆺᄒᆞ니 ᄯᅩ 인ᄂᆞᆫ가
화산(華山)이 어ᄃᆡ오 이 말을 보내고져
천산(天山)이 어ᄃᆡ오 이 활을 노피 거쟈
이제야 ᄒᆞ올 일이 충효일사(忠孝一事)ᄲᅮᆫ이로다
영중(營中)에 일이 업셔 긴 ᄌᆞᆷ 드러 누어시니
뭇노라 이 날이 어ᄂᆡ 적고
희황 성시(羲皇盛時)를 다시 본가 너기로라
천무음우(天無淫雨)ᄒᆞ니 백일이 더욱 ᄇᆞᆯ다
백일(白日)이 ᄇᆞᆯ그니 만방(萬方)애 비최노다
처처 구학(處處溝壑)애 흐터 잇던 노리(老䕦)드리
동풍신연(東風新鷰)가치 구소(舊巢)을 ᄎᆞ자오니
수구초심(首邱初心)애 뉘 아니 반겨ᄒᆞ리
원거 원처(爰居爰處)에 즐거움이 엇더ᄒᆞᆫ뇨
혈유생령(孑遺生靈)들아 성은(聖恩)인 줄 아ᄂᆞᄉᆞᆫ다
성은(聖恩)이 기픈 아ᄅᆡ 오륜(五倫)을 발켜ᄉᆞ라
교훈 생추(敎訓生聚)ㅣ라 졀로 아니 닐어가랴
천운 순환(天運循環)을 아옵게다 하ᄂᆞ님아
우아방국(佑我邦國)ᄒᆞ사 만세무강(萬世無疆) 눌리소셔
당우천지(唐虞天地)예 삼대일월(三代日月) 비최소셔
어만 사년(於萬斯年)에 병혁(兵革)을 그치소셔
경전 착정(耕田鑿井)에 격양가(擊壤歌)을 불니소셔
우리도 성주(聖主)을 뫼ᄋᆞᆸ고 동락태평(同樂太平) ᄒᆞ오리라
박인로가 1598년(선조 31년)에 지은 가사. 임진왜란이 끝나고 왜군이 퇴각하자 사졸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하여 지었다고 한다.
— 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의 〈가사 문학〉에서 인용.
1. 작품 개괄 (시대적 배경 중심)
(1) 기본 정보
갈래: 양반 가사, 전쟁 가사
작자: 박인로(朴仁老, 1561~1642) – 호 노계(蘆溪),
임진왜란 때 의병·수군으로 실제 참전한 무관+문인.
연대: 1598년(선조 31년), 작자 38세 무렵
출전: 문집 『노계집』 수록 가사(72행 146구, 4음보 가사 율격).
(2) 시대적·역사적 배경 (핵심 포인트)
임진왜란·정유재란 끝 무렵의 혼란기
임진왜란(1592) → 강화 교섭 결렬 → 정유재란(1597) 재침략 → 1598년에 종전.
이 작품은 바로 그 마지막 해(1598),
부산에 주둔하던 왜군이 야밤에 도망가고 난 직후 상황을 배경으로 함.
부산·경상도 해안 = 전쟁 최전선
박인로는 경상도 좌병사 성윤문 휘하에서 왜군과 싸우던 수군 장교.
부산의 왜군이 달아나자, 성윤문이 열흘 정도 그곳에 머물고 본영으로 복귀하면서, 수군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박인로에게 이 가사를 짓게 함.
‘작은 나라’ 조선의 자각 vs 유교 문명에 대한 자부심
시 첫머리에 “나라히 편소(偏少)하야 해동(海東)에 버려져 있어도 /
기자 유풍이 옛날부터 지금까지 순후하여 / 200년 동안 예의를 숭상해
의관·문물이 한·당·송과 같게 되었다”는 대목이 등장.
→ 영토는 작고 외진 ‘해동’이지만,
기자(箕子)가 전한 유교적 예의·문물의 전통 덕분에
문명 수준은 중국 왕조와 견줄 만하다는 소중화/문화적 자부심이 깔려 있음.
명나라 원군에 대한 감사 + 조선 왕에 대한 충성
작품 전체에서 “성천자(明 황제)의 신무(神武), 상제 성덕, 오왕(우리 임금)의 은택”을 반복적으로 찬양.
→ 임진왜란을 “천자가 난신적자(왜적)를 벌한 정의로운 전쟁”으로 인식하고,
이를 계기로 조선 왕조의 은혜(성은)를 강조하면서 충효·오륜을 다지는 방향으로 나아감.
1598년, 임진왜란·정유재란의 막바지에
부산 왜군이 야밤에 퇴각한 직후,
경상 좌병사 휘하 수군을 위로하고
명·조선의 승리를 기념하며
평화와 태평성대를 기원하기 위해 쓰인 전쟁 가사
(3) 내용·주제 한 줄 정리
내용
뜻밖의 왜군 침입과 전국적인 참상을 회상하고,
명나라와 조선 군대의 분전·승리 과정을 서술한 뒤,
전쟁이 끝난 후의 기쁨과 풍류, 귀향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충효·오륜을 실천하며 태평성대를 기원하자고 다짐하는 노래.
주제
임진왜란의 상처를 딛고, 왕과 하늘의 은혜에 감사하며
평화와 태평성대의 영속을 염원하는 우국·태평의 노래
(4) 시가사적 의의
가사 문학사에서 전쟁 가사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이후의 「선상탄」과 더불어 현실참여적·우국적 가사 전통을 보여줌.
조선 전기 관념적 ‘강호가도’ 가사와 달리,
구체적 전쟁 경험과 민중의 집단적 삶을 다룬 점에서 의미가 큼.
2. 내용 단락별 정리 (4단 구성: 기·승·전·결)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기준 4단 구성
① 1단락(기) – 왜적의 침입과 나라의 위기, 명군의 첫 승리
범위 느낌: “나라히 편소하야…” ~ “몃몃 해를 디내연고” 정도.
조선의 위치·문명 자각
조선은 해동의 조그만 나라지만(편소·해동),
기자 유풍 덕분에 예의·문물이 한·당·송과 견줄 만한 유교 문명국임을 강조.
도이(島夷) 백만의 갑작스런 침략
섬 오랑캐(도이) 백만이 하루아침에 들이닥쳐,
평야에는 시신이 들판을 덮고,
웅장하던 도성·대도시는 “시호굴(여우·승냥이의 굴)”이 되어버렸다고 비유.
조정·왕실의 피난, 연기·먼지 가득한 전란 풍경
왕의 옥가마(옥련)가 촉중으로 피신하듯 떠밀려 가는 처참한 국난의 모습.
명 황제의 분노와 평양 전투 승리
성천자(명 황제)가 신무를 떨치며 크게 분노해,
평양에 모여 있던 적 괴수들을 한 칼에 베 듯 무찌름.
명군이 바람처럼 남하하여 해구에 집결하고,
궁지에 몰린 적을 너무 몰지 않아 몇 해 동안(몃몃 해) 끌고 간 상황까지 회상.
감정 포인트:
국난의 참상 + 명 황제에 대한 감사 + “우리가 비록 약소국이지만 문화·도덕으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의식.
② 2단락(승) – 정유재란의 재침, 아군의 분전과 종전
범위 느낌: “강좌일대예 고운갓한 우리 물이…” ~ “태평 오늘 보완디고 / 투병 식과하고…” 정도.
재침(정유재란)과 새로운 영웅의 등장
강 좌안 일대(강좌일대)에 고운처럼 떠 있던 우리 군대가,
어느 날 운 좋게도 무후(무후룡) 같은 장군을 만나
엽구(사냥개)처럼 그 휘하에서 활약하게 되었다고 서술.
명·조선 연합군의 대공세
염방(남쪽)이 조금 안정되고 사마(군사와 말)가 정예해진 뒤,
다시 큰 바람이 일어나듯 장수와 용사들이 구름처럼 모여 적진으로 진격.
깃발이 하늘을 뒤덮고, 병성(병기 소리)이 산을 흔들 정도의 대규모 전쟁 장면 묘사.
전투의 치열함과 군사들의 피로
“질풍대우에 벽력이 치는 것 같다”는 비유로
전투의 격렬함과, 천우(하늘의 비) 때문에 병사들이 지쳐가는 모습.
적의 패주와 전쟁의 마무리
포위망을 잠시 풀어 사기를 회복하는 사이,
적이 분산 도주(분궤)하여 끝까지 다 잡지는 못했지만,
굴혈(굴)을 살펴보니 잿더미뿐 →
지형이 험해서가 아니라, 하늘과 임금의 은혜 덕에 이겼음을 깨닫는다.
7년 전쟁을 돌아보며 태평을 맞음
신하로서 무상하던 우리 군이 감사심(죽을 각오)을 품고 7년을 분주히 싸우다가, 마침내 “태평 오늘 보완디고, 투병식과(무기를 던지고 전쟁을 멈춘다)”고 선언.
감정 포인트:
악전고투 끝에 맞이한 승전의 안도감 + 명·조선 연합군에 대한 자부심 + 하늘·임금 은덕에 대한 감사.
③ 3단락(전) – 태평을 맞은 병사들의 환희와 놀이
범위 느낌: “세류영 도라들 제…” ~ “인간낙사 이갓하니 또 잇는가” 정도.
전선에서 평화로운 진영으로
병기를 거두고 세류영(평화로운 진영)으로 돌아와,
태평소 소리 높은 솔 위에, 고각(북·나팔 소리)이 어우러지는 장면.
자연·우주의 태평 모양
수궁 깊은 곳의 어룡이 우는 듯,
용기가 서풍에 휘날리고, 오색 상운(상서로운 구름)이 하늘에 떠 있어
태평의 상서로운 풍경을 형상화.
개가(승전가)와 춤, 인간 낙사의 극치
양궁거시(활을 높이 들고), 개가를 부르고,
장수들은 칼을 둘러메고 양면장소(하늘을 우러러 길게 호령)하며 춤을 춤.
“수지무지 족지도지” – 손을 흔들고 발을 구르며, 노래와 춤의 칠덕을 그칠 줄 모름.
이 모든 즐거움을 “인간락사 이갓하니 또 있는가”라며, 인생 최대의 환희로 선언.
감정 포인트: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찾아온 폭발하는 기쁨, 생존의 환희, 전우애·승전의 흥취.
④ 4단락(결) – 충효·오륜의 실천과 영원한 태평성대 기원
범위 느낌: “화산이 어디오…” ~ 끝까지.
앞으로 해야 할 일 = 충효 일사
이제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충효 하나뿐이라고 단언하며,
무인의 삶의 방향을 도덕·윤리(오륜)에 둔다.
살아남은 백성들에게 교훈
“혈유생령들아 성은인 줄 아나산다” →
전란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백성들을 청자로 불러,
이 평화가 임금의 성은 덕분임을 잊지 말라고 교훈.
“성은이 깊은 아래 오륜을 밝혀라, 교훈·생추(가르치고 백성을 살찌우는 정치)를 잊지 말라”고 당부.
하늘(하느님)에게 드리는 기도
“천운순환을 아옵게다, 하느님아 /
우리 나라를 도와 만세무강 누리게 해 달라 /
당·우 시대, 삼대의 해와 같게 비추소서 /
만세에 병혁을 그치고,
밭 갈고 우물 파는 세상에 격양가를 부르게 해 달라”라고 기원.
마지막 결구
“우리도 성주(성스러운 임금)를 모시고 동락태평하리라”
→ 왕과 백성이 함께 태평을 누리는 이상 국가를 그리며 마무리.
감정 포인트:
평화의 귀중함을 깨달은 뒤, 충효·오륜·백성 교화를 통해
전쟁 없는 세상을 오래 지속시키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
3. 형식, 표현상의 특징
(1) 형식상의 특징
갈래: 양반 가사, 전쟁 가사.
분량·율격
72행, 약 146구, 기본적으로 4음보(4음 4보격) 가사 율격을 충실히 지킴.
일부 행은 6음보·3음보로 늘어나거나 줄어든 변칙도 있음.
구성
기·승·전·결 4단 구조
① 왜적 침입과 명군 도움
② 정유재란 분전·종전
③ 태평을 누리는 환희
④ 충효·오륜·태평성대 기원
시점·청자
대부분 3인칭 서술로 전쟁 상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사하다가,
후반부에서 “혈유생령들아”라고 직접 부르며
전쟁 생존자를 청자로 설정해 교훈·설득하는 방식.
마지막에는 하늘(하느님)을 직접 호명하는 기도 형식
(2) 표현상의 특징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서사적 가사
전쟁 장면을 시간 순·사건 중심으로 서술 →
개인 감상보다 전쟁의 원인·경과·결과를 한눈에 보여주는 서사적·의론적 성격이 강함.
고사·한문어투가 풍부
기자, 한·당·송, 무후(제갈량), 세류영, 격양가, 당·우·삼대 등
중국 고사·왕조 이름·한문 성어 다량 사용.
→ 조선이 중화 문명권의 일원이라는 의식,
동시에 전쟁을 문명 대 야만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 드러남.
이미지·상징: 전쟁 → 평화로 이어지는 대비
전쟁 시: 도이백만, 억조경혼, 시호굴, 연진, 질풍대우, 벽력 등
어두운 이미지 + 폭력적 이미지.
평화 시: 태평소, 고각, 오색상운, 수궁 어룡, 태평 모양, 격양가 등
상서·풍류·농경·음악 이미지.
→ 전쟁과 평화의 대비가 공간·소리·빛 이미지로 선명하게 드러남.
우국충정 + 태평성대 염원의 결합
전쟁 중에는 우국단심·감사심과 분노가 강조되지만,
결말에서는 전쟁을 “다시는 없애야 할 것”으로 규정하고
오륜·교화·경전착정·격양가로 상징되는 평화로운 농경 사회를 이상으로 제시.
교훈적·설득적 어조
살아남은 백성에게 “성은인 줄 알라”, “오륜을 밝혀라”,
하늘에는 “천운순환을 아옵게다 하느님아”라고 반복 호소.
→ 단순 기념시가 아니라 정치·도덕적 메시지를 전하는 교시적 가사.
[출처] [고전문학] 박인로 - 태평사 정리|작성자 라닝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