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전 주러시아 대사)가 이재명 대표님께,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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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인도 경제인도 기관장도 아닙니다. 학교 선생을 하다 오래전에 은퇴한 보통 시민으로서 이 나라 야당 대표인 이재명 의원께 누구도 안 드릴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검찰에 자진 출두해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조사를 받음으로써 자신도 살고 가족도 살리며 나라도 살리라는 부탁입니다.
코웃음밖에 사지 못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인간은 아무리 독해도 두려움을 전혀 모를 수는 없으며 가책 없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저는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님은 어릴 적에 매우 가난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변호사, 성남시장, 경기지사, 그리고 대통령 후보까지 되었다가 드디어 국회의원과 야당 대표에 오르신 분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흠모와 변함없는 지지를 받고 계시며 스스로가 이 나라 최고 지도자라는 자신감을 갖고 계신 듯합니다. 당신만큼 두뇌 회전이 빠르고 달변인 사람은 현실에서도 역사 기록상으로도 처음 보았다는 것이 90세 가까이, 그것도 역사 학도로서 살아온 제 솔직한 고백입니다.
하지만 이 대표님은 그 좋은 머리를 세속적인 의미의 '출세'에만 쓰시고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 존엄을 지키며 행복하게 사는가라는 문제에는 관심을 갖지 못했던 듯합니다.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모두 믿을 것은 아니지만 이 대표 자신의 공개 발언과 행위만 보더라도 결코 자신에게 정직하고 다른 인간들에 대한 배려가 있는 지도자의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처럼 어제 한 말을 오늘 뒤엎으며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청산유수로 말을 쏟아내는 사람은 '천재' 소리를 들을 만합니다. 그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당신을 공인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존재라 경계합니다.
가난과 역경이 도덕적 타락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전에는 나라 전체가 몹시 가난했고 가난을 극복하고 큰 인물이 된 사람은 정주영, 노무현 등 정계, 재계, 언론계에 수없이 많았고 각종 거대 비리에 연루되지 않고도 재벌 총수나 대통령도 될 수 있었습니다.
형수에 대한 심한 욕설은 어머니를 모욕한 데 대한 반발로 변명된다 합시다. 하지만 김부선 씨에 대한 인권 유린이나 단군 이래 최대 업적이라고 자랑하다가 거대 비리였음이 드러난 대장동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연루자들이 벌써 4명이나 죽어갔는데도 자신은 관련 없다는 언행은 비난이 이는 이유가 됩니다.
대장동 등 개발사업과 변호사비 대납 등 여러 가지 법적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이 대표님 소환도 곧 이루어질 것입니다.
대표님과 더불어민주당은 또 저항하려 할 것이지만, 법의 공정한 칼날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에 대한민국 검찰이 이재명 개인 의혹에 대한 방패막이를 자임한 야당의 저항에 밀려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재명과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망국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법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는 반드시 하늘의 벌이 따른다는 것이 만고의 원칙입니다.
지금까지 이 대표님 문제로 낭비된 국가의 정치적 에너지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천문학적 수치에 이를 것입니다.
보다 중대하고 긴박한 문제 해결에 쏟아야 할 인적, 시간적, 물적 자원을 낭비하고 국민을 불안하고 역겹게 한 죄는 어쩌면 비리 사건 자체보다 더 무거울 수도 있습니다.
이제라도 순순히 죄를 인정함으로써 지금까지와 같은 치졸한 다툼이 계속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면 당신은 증오의 대상에서 동정의 대상으로 바뀌어 어느 정도까지는 용서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야당 국회의원들을 위시해 수많은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당신의 뒤를 따를 수도 있을 것이며, 양당 정치는 협치의 가능성도 열릴 것입니다.
이 대표님, 당신이 타고난 그 뛰어난 머리와 언변으로 자신과 가족과 민주당과 대한민국이 함께 망하는 길에서 벗어나 잠시 큰 아픔을 겪더라도 모두가 다시 떳떳하게 새 인생을 살 수 있는 길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그 좋은 머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돌리면 새로운 인간으로의 부활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는 말라'는 말씀을 소중히 여기는 저는 그래서 이 편지를 이 대표님께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22/12/20 이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