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사이 다른 것들은 저마다 바쁘게 지나갑니다,
어제 본 꽃이 오늘 시들고 이제 막 시작하는 것들은
이 순간에도 출발점에서 신호를 기다립니다,
살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미쳐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러고는
지나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왜 더 그렇게 크게 보이는지,
그래서일까요, 알면서 속는 것만큼 속상한 일이 또 있을까요,
차라리 내주고 빈 그릇을 다시 채우면 수고스럽지만
속상하지는 않을 테니까,
알면서 속는다는 건 왠지 바보처럼 모자란다는 느낌이
드니까 말입니다,
부러진 뼈처럼 아픈 순간 상처로 남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간은 뻔이 보고도 도둑맞고 그게 싫어서
텅 빈 곳에 웅크리고 앉자 모래시계처럼 흘러내리는
희뿌연 눈물은 마음의 언어를 내색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한도는 끝나기 전에는 모르는 일인지라 날마다
그것에 노심초사하며 살지만 아프고 저린 것에 처방은
세월만 한 약도 없다기에 건너기 전에는 깊이를 모르는
시퍼런 강물 앞에서 머뭇거림은 내 강단도 세월 앞에
무너지는 건 이젠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넘어져서 아팠고 절교해서 모질었던 순간도 내 처방은
시간에 기 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어제까지
달군 쇠를 찬물에 집어놓고 빼내기를 그렇게 나를
야무지게 단련 시켜야 했습니다,
언제나 정신은 칼날처럼 예민했고 어지간한 아픔은
마취 없이도 버텨냈습니다,
용감해서도 질긴 인내가 있어서도 아닙니다,
시퍼런 과일이 숙성을 거쳐야 단맛이 나듯
모질고 딱딱한 것을 부드럽게 만들기까지 나를 깨우치는
고뇌에 찬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처음 한번은 언제나 어려웠고 시작이 절반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반복은 나를 익숙하게 만들었고 더 나가 숙성은
나를 달콤하게 만들어 갑니다,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았던 내 존 심은 수도 끝에 이제는
제법 활처럼 휠 줄도 압니다,
이 얼마나 갸륵한 진보인가,
강함은 절대로 유함을 이기지 못한다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름은 진리는 삶의 지혜였습니다,
들어 올리는 법을 배웠고
가볍게 내려놓는 법도 배우는 중입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부딪칠 일도 없지요,
그러나 뭔가 하지 않으면 활력을 잃은 삶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나라는 존재는 비로소 완성됩니다,
내가 나를 구박하고 확대하고 자해하면 그건 나를 낳아준
부모님께 죄짓는 일입니다,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완성을 위해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