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끼를 선택하라면? 누구에게나 가장 좋아하는 자신만의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이름하여 소울푸드(soul food).
시골할머니 추억의 손맛부터 내 영혼까지 촉촉히 적셔주는 감성 짙은 음식까지 우리에겐 모두의 소울푸드가 자리한다.
'소울푸드'라는 이름은 미국 흑인 노예제도에서 유래했다.
소울푸드하면 감성적인 추억의 음식으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은 미국의 흑인 노예제도에서 이름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미국 흑인들의 영혼을 소리로 달래주던 소울음악이 있었다면 동시대에 음식으로 영혼을 달래주던 소울푸드가 있었던 셈이다.
미국은 과거 15세기 이후 노예무역을 통해 아프리카 식문화를 받아들였다.
의도적인 수입이라기 보다는 노예가 점차 늘어나면서 자신들만의 고향의 음식을 찾는 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파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에 남부 백인들과 흑인의 혼혈이 생겨나면서 식문화의 변화를 맞이했고 나아가 아메리카 원주민들과의 식문화까지 더해져 독특한 미국 남부식의 식문화가 형성됐다.
이러한 식문화가 20세기 초반부터 미국 북부로 이주한 흑인들을 통해 미 전역으로 전파되기 시작했고 1960대부터 소울푸드라는 명칭을 얻게된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버터 빈스, 메기 튀김, 옥수수빵, 포크피트(돼지 족발). 검보(오크라 스푸), 잠발라야, 허귀 퍼피, 치틀린즈 등이 있다.
K푸드가 글로벌 소울푸드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음식 이상의 가치를 가진 소울푸드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각해보자 1년 동안 아니 한 달이라도 김치 없이 살 수 있을까? 지역마다 혹은 각 가정마다 모두 맛이 다르고 저마다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김치야말로 한국의 대표적인 소울푸드 아니겠는가.
김치의 변신은 무한해서 김치찌개를 시작으로 돼지등뼈나 고등어를 활용한 김치찜, 김치볶음밥, 김치전, 김치칼국수 등 끝없이 새로운 맛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근현대사와 맥을 같이하는 삼겹살은 어떨까? 삼겹살이라는 표현은 1931년 이화여자전문대학교 방신영 교수의 조선요리제법에서 '세겹살'이란 단어로 시작됐다.
일제 식민지 시설 고기와는 거리감이 있던 탓에 서민들에게까지 삼겹살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반 가정에서까지 삼겹살을 즐기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라 볼 수 있다. 집에 가스레인지가 보급되고 정육점도 고기를 써는 기계가 좋아지면서 점차 삼겹살의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1970년 시작된 양돈사업 이후 배합사료의 등장, 개량종을 이용한 규격화 사육 등을 통해 삼겹살이 거부감 없는 식품으로 각광받게 된다.
지금이야 SNS를 통해 먹방이 등장, 다채로운 음식들을 매일 마주하지만 오랜 시간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보양식인 삼계탕이다. 삼계탕은 인삼, 대추, 밤, 찹쌀 등을 닭과 함께 끓여내는 음식으로 필수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인삼의 사포닌을 비롯해 면역강화, 혈액순환 등 소위 복날에는 어김없이 삼계탕 전문점 앞에 긴 줄이 이어질 만큼 인기다.
그렇다면 길거리 음식에서 찾는 소울푸드의 대표는? 필자의 개인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단연코 떡볶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마다 다른 고추장 양념, 그리고 쌀떡 또는 밀떡이 조화된 맛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떡볶이는 초등학교 앞 컵떡볶이를 시작으로 중고등학교는 물론 직장인들의 주변에도 늘 함께하면서 다양한 추억을 함께 저장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K푸드가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면서 다양한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성행하고 있고 외국인들의 소울푸드로까지 성장하는 중이다.
개인의 성격 및 성향에 따라서 소울푸드가 달라지기도 한다.
소울푸드의 공통분모가 김치, 삼겹살, 삼계탕 등이라면 개인적인 소울푸드는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필자 역시 모든 한국음식을 사랑하지만 역시 재래시장 한 켠에서 먹는 순대국밥을 가장 좋아하고 즐겨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을 지도했던 역대 대통령들은 어땠을까? 즐겨하는 음식들만 보더라도 각기 다른 정치성향과 스타일만큼 차이를 가질까?
1988년부터 2018년까지 근무한 전 청와대 총괄쉐프가 공개한 역대 대통령 소울푸드를 살펴보면 모두 자신들만의 최애 음식이 있는 듯싶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홍어, 김치, 삼겹살이 한데 어우러진 삼합과 조기찌개, 민어매운탕을 주로 즐겼고 양장피나 해삼요리, 게살수프 등 중식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소박했던 것으로 잘 알려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엔 별미로 모내기 국수를 즐겨 찾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시골 어귀에 자리한 허름한 슈퍼에서 김치를 안주삼아 한 잔 하던 막걸리를 가장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돌솥으로 만든 흰밥에 날계란, 간장을 비벼먹기를 가장 좋아하고, 또 가장 든든한 보양식으로 여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었지만 울릉도 등에서 공수된 나물 등을 좋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입맛이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막회나 국밥 스타일을 좋아했으며, 여러 음식이 한 상으로 차려진 화려한 음식보다는 단품음식을 좋아한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