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를 보았습니다.
스포주의!!

이 영화를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아주 재미있고 정말 좋아하게 됐습니다.
영화란 게 눈과 귀가 즐겁기만 해도 충분한데, 품격과 철학까지 있습니다.
<시카리오>와 <컨택트> 두 작품만으로 ‘드니 뵐뇌브’의 영화를 믿게 됐네요.
‘드니 뵐뇌브’의 영화를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면 그건 ‘사운드’ 때문입니다.
<시카리오>를 TV로 봤는데 TV 스피커로도 사운드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극장 스피커였다면 몇 십 배의 감흥을 느꼈을테죠. 극장 개봉을 놓친 게 무지 아쉽더군요.
이번에 극장에서 <컨택트>를 보면서 제대로 느꼈습니다.
사운드가 이미지와 유기적으로 붙고 극의 긴장감을 차분히 증폭시킵니다.
다음 작품도 무조건 극장에서인데, 다음 작품이 무려 <블레이드 러너 2049>입니다. 오 예~!!

UFO가 떠있는 12개 나라 중에 일본, 중국은 있는데 우리나라는 빠져있네요.
괜히 섭섭해집니다. 우리나라도 ‘쉬나 이스턴’ 누님 인기 있었는데...
UFO 뉴스에 불안에 떠는 엄마에게 ‘루이스(에이미 아담스)’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 방송 보지 마시라고 했잖아요.”
어째 거기나 여기나 부모에게 하는 얘기가 비슷하네요.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자식을 잃는 미래를 예지하게 됩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의 고통은 인간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일 겁니다.
예지능력 덕분에 선택이 가능해졌지만 그녀는 이 고통스러운 길을 선택합니다.
그런 그녀의 선택이 전혀 바보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충분히 납득이 되고 고귀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인간적인 선택이고, 인간이기에 가능한 선택입니다.
감독은 이 ‘고귀한 선택’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외계인과의 소통’이라는 또 하나의 이야기축과는 그리 긴밀해 보이지 않네요.

<인터스텔라>가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우선 UFO 내부에서 중력의 변화를 경험하는 ‘방호복 인간’의 모습은
<인터스텔라>에서 다른 차원을 경험하는 ‘우주복 인간’이 연상됩니다.
무엇보다 두 작품 모두 지적 자극을 주는 SF 영화입니다.
<인터스텔라>는 과학적 지식을 이해하지 못해 영화를 좇아가지 못할까 마음을 졸이며 봤더랬죠.
그러다 막판에 느닷없이 ‘가족’, ‘사랑’과 같은 감성적 이야기로 전환되는데
그때는 안도감보다 허무와 당혹감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런 거였어...?’
<컨택트>도 비슷한 기분이었지만 <인터스텔라>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헐리우드 영화답다’라는 정도?
그래도 ‘섕 장군’의 태세 전환은 조금 느닷없긴 했습니다.

언어는 환경과 문화의 종합적 산물이고,
경험의 축적을 통해 환경과 문화를 이해해야 온전한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언어학자인 ‘루이스’가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루이스’는 외계인이 뿜어낸 기호를 ‘WEAPON'으로 해석해버립니다.
아직 소통의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릅니다.
‘도구’, ‘기술’, ‘능력’ 등으로도 해석할 수 있었고, 계속된 대화로 더 정확한 의미에 접근해야 했습니다.
알고보니 ‘능력’이라는 의미에 더 적합한 기호이기도 했었구요.
아연실색한 지구인들의 반응에 우리 ‘오징어 외계인’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맥락적으로 무리가 있는 전개였습니다. 단순히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 그랬던걸까요?

거대한 해바라기 껍질 같은 UFO의 등장에 지구인들은 불안에 떱니다.
아무것도 안해도 그 거대한 크기와 인류를 넘어서는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는 짐작 때문에 불안은 커집니다.
어쩌면 <디스트릭트9>의 외계인들처럼 빌빌거리고 있을지 모르는데 말이죠.
UFO의 내부는 사운드 때문에 고래의 뱃속 같기도 하고,
거대한 수족관 같은 곳에서 마주 한 외계인은 암만 봐도 ‘대왕 오징어’인데, 먹물까지 뿜어내니 영락없습니다.
문어, 오징어는 서양인들에게 미지와 공포의 존재이긴 한가봅니다.
<올드보이> 보면서 기절했니 어쩌니 한 게 무리가 아니에요.
전 초장과 소주만 생각나던데 말이죠.

군대에서 방탄조끼와 방독면을 착용하고 훈련할 때 절대 전쟁은 일어나며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불편함과 갑갑함은 생각만해도 숨이 막힙니다.
방호복을 입고 힘들어하는 ‘루이스’의 모습을 보며 괜히 반전의식이 높아졌습니다.
한 평론가는 ‘에이미 아담스’가 이번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노미네이트 된 여배우들의 연기를 다 보진 못해서 뭐라 할 순 없지만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감이었습니다.
‘에이미 아담스’는 투명한 느낌이 있는 배우여서 좋아하는데, 반대로 진한 맛이 부족한 약점이 있습니다.
<파이터> 같은 영화에서 드센 여자 연기를 할 때도 진하기 보다 투명해보였습니다.
저는 오히려 색달라서 좋았지만 시상식은 강한 인상이 플러스가 되기 마련이죠.
이번 시상식에서 가슴선을 훤히 드러낸 것조차 그리 야해보이지 않더군요. 물론 고마웠지만요.
최근의 ‘줄리안 무어’를 볼 때면 ‘에이미 아담스’의 미래처럼 보이던데,
‘줄리안 무어’처럼 언젠가 오스카를 손에 쥘 거라고 믿습니다.
어쨌든 <배트맨 대 슈퍼맨>의 수모를 씻어낸 것만으로도 성공적입니다.
속편은 그냥 고사하면 안되겠니?

한때 ‘제레미 레너’가 헐리우드의 핵심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참 인상적인 활약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핵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네요.
<미션 임파서블>, <어벤져스>와 같은 블록버스터에서도 주변인이었고,
<본 레거시>는 ‘본 시리즈’의 주변작에 그치고 말았죠.
이번 작품에서도 주인공의 조력자 이상은 아니었는데,
주인공과 각을 세우며 대립했으면 캐릭터는 살았을 텐데 그냥 든든하기만 했습니다.
제일 안타까운 건 <어벤져스> 시리즈죠.
<어벤져스>에서 ‘제레미 레너’의 비중은 낭비 수준입니다.
‘블랙 위도우’의 단독 영화가 만들어진다는데,
오랜 파트너인 ‘호크 아이’와 함께 활약하는 진한 스파이물이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 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대한 기대감에 펌프질을! ★★★★
첫댓글 전 보다가 잠들었네요 ㅜ
저런...ㅠㅠ
저도 똑 같은 생각을 했어요. 와. 이정도면 블래이드러너 기대할만하다. ㅋ
점점 기대가 되네요^^
블라인드러너 팬으로 영화가 끝내주는 이유는 필립k딕 원작이 반 감독이 반이라고 생각해서 속편 나온다는 소식 듣고 백프로 망작이라고 생각했는데 감독이 드니빌뢰브면 생각이 달라지네요 ㅋㅋ 기대감 잔뜩드네요
컨택트 이전부터 기대는 됐는데 이번에 더 커졌네요.
저도 개인적으로 음악이 맘에 들던 영화 같네요. 근데 한 가지 제가 다르게 본 건 루이스는 무기라고 번역 된 시점에서도 계속 이 뜻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던데 반해 작업 자체가 대령이라든지 상부에 끊임 없이 모니터 되고 있었고 상부에서 대화 자체를 중단하려고 했기 때문에 갈등이 생겼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스토리 라인 전개는 뭔가 확실히 불만스러운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 클라이막스를 치려다가 주저 앉아 버린 듯한 느낌.
말씀하신대로 루이스가 후속연구를 주장하긴 하죠. 그런데 외계인 언어에 대한 이해체계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무기'라는 민감한 단어로 번역할때는 '루이스'의 캐릭터로 미뤄봐도 더 신중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더라구요.
저도 너무 흥미롭게 봤습니다
집에와서도 리뷰를 찾아보고 다시 장면을 떠올려보고 다시 생각해보고 참 좋았던 작품입니다 !!
재밌고 좋은 영화는 이런 후속 즐거움을 주는 영화죠^^
저도 12개국 선정 기준이 뭔지 무지 궁금했죠, 국력순? 인구순? 외계인들은 언어 가르쳐 준다면서 인구 5만명의 그린란드는 왜 간건지? ㅋㅋ
중국, 미국은 정해놓고 나머진 뺑뺑이 돌렸나봐요ㅎ
기대만큼은 못했습니다. 미지와의 조우가 역시 미친 영화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는.. 빌뢰브 영화 2편 봤지만 좋은 감독인건 알겠지만 조금은 안 맞는 느낌.. 근데 참 이 사람 정말 인정하고 싶은게 진짜 미친듯이 일하네요. ㅋㅋㅋㅋ. 이런 템포로 일하는 메이저 감독 진짜 오랫만이네요. 지쳐서 나가 떨어질까 걱정 중.. 어쨋든 인생영화였던 블레이드 러너 2를 찍는다니.. 걱정반 기대반입니다.
제가 미지와의 조우는 못봐서^^;
뵐뇌브 감독이 유망한 감독임은 분명해보이고 블레이드 러너는 전 기대가 더 크네요^^
원작 "네 인생의 이야기"도 함께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언어가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주제를 영화로도 충분히(?) 보여주지만 원작에서의 '페르마의 최단시간의 원리' 내용이 빠진건 아쉬운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에서 물리학자 역활는 뭘 했는지..)
서점에서 앞부분만 조금 읽었는데 원작 부분이 아니더군요^^; 아무튼 독서 목록에 올려놨습니다. 저도 물리학자는 뭘했나싶네요. 배우가 아까웠습니다.
저두 재미있게 봤습니다. 너무 잘봤어요~ 외계와의 조우를 언어학적 측면에서 접근했다는것이 새로웠고, 담백? 담담?하게 볼수 있는 SF 영화였다는 점도 저에겐 좋았습니다. 풀코트프레스님 후기가 올라올걸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임케빈님 말대로 원작 "네 인생의 이야기" 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팟캐스트 지대넓얕에서 최근 이 영화 및 원작에 대해 다룬 편이 있는데 가볍게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원작까지 읽어보고 찾아봐야겠네요. 말씀대로 언어적인 접근이 저도 흥미로웠습니다. 보고나서도 오래도록 여러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좋은 영화입니다^^
블레이드 러너는 전편이 너무 거대한 벽이라서 감독도 전편 뛰어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아예 인정하고 시작했기에 그냥 소소하게만 기대하고 있습니다.ㅎㅎ 리들리 영감님이 감독하는 에일리언 프리퀄도 나오고 블레이드 러너 속편도 나오는데 어느 영화가 더 나을지도 궁금해요.
뛰어넘을 기대는 안하구요. 그런 기대까지 하면 오히려 제가 손해일 것 같아서 기대 수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ㅎㅎ
이 영화에서 제레미 레너보다 포레스트 휘태커의 존재감이 더 안습입니다. 하다 못 해 15분쯤 나왔던 <로그원>에서보다 더 존재감이 없어요.
저는 휘태커 형님도 인상적이었는데... 제레미 레너는 아무 인상이 없어요ㅠㅠ
두번 봤는데 두번째가 훨씬 영화가 좋게 느껴졌습니다.
그럴만한 영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