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분노의 질주를 보고 있는데 예공에게서 짧은 문자가 왔습니다. "아빠 태풍 조심(4:08)"
깜찍한 것 같으니라고. 여섯 마디 글자에 잠이 번쩍 깨는 것 같습니다. D-17일입니다. 뭔 말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참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3수를 하게 된다면 재수처럼 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가 목적의식만 있으면 사실 시간 싸움입니다. 재수든 삼수든 큰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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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가면 좋긴 하겠지만 재수를 많이 하면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내가 들뜨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하루를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마인드가 우선 필요할 것입니다.
자고로 인풋을 많이 해야 실력이 느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니까요. 태풍이 잠잠해지면 바로 떠나려고
보스턴백에 짐을 싸놓고 나서 놀다가 1시에 점심을 해결하러 나갔어요. 계동 축협 내 갈비탕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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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갔는데 음식이 바로 나왔어요. 고기도 듬뿍 나와서 수지맞은 느낌으로 잘 먹었습니다.
이것은 만 원의 기쁨이 틀림없습니다. 갈비탕 스웨그.밥 먹고 나오다가 달력을 봤는데 추석 연휴가
코앞이에요. 그래도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오늘 행복하냐가
많이 중요하더리고요. 기다리고 기대하면 실망할 때가 많지 않나요? 생로병사는 자연의 법칙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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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다 알지만 저는 이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안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이것을 몰랐으니
걸핏하면 들뜨고 안달 복걸 한 것이에요. 해 아래 새것은 없고 영원한 것도 없지요. 부모형제가
아무리 좋아도 언젠가는 이별을 할 수밖에 없고 그땐 슬픔이 나를 휘감을 것이에요. 그러니 희로애락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는 것이 필요할지 몰라요. 이 재명, 조국, 안 희정, 철수 같은 양반들이 82-83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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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요. 대한민국의 차세대 리더들이지만 이 친구들이 그다지 부럽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모르긴
해도 이들도 저 못지 않은 아픔과 고민을 가지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다가
졸았습니다. 제게 종종 있는 일이긴 합니다만 졸게 만든 할리우드 영화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확실히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를 능가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구성이나 배우의 연기 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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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가이 1빠라고 봅니다. 소문난 잔치에 갔다가 먹 방만 진탕하고서 나왔고, 본전 생각에 극장
대기실에서 오래간만에 종이 책을 읽었어요. 한두 시간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은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보다 더 읽을 만했어요. 그렇다고 공지영 안티는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경제학자인
유시민 형님이 유럽사에 그 정도의 식견을 갖고 있다는 것이 솔직히 놀랐습니다. 유럽사는 신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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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면 기행문이불가능할 것입니다. 문체도 딱딱하지 않고 포스 팅을 위해 아내에게 일부러 사진
기술을 익히게 했다는 대목에서 우리 예공에게 제가 기대하던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합디다. 거대 포유류를 사냥하던 수렵채집 민과 스마트폰을 들고 포켓 몬스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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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으러 다니는 21세기 '스몸비'는 행동양식이 비슷하다는 언급도 동의합니다. 저도 슬슬 유럽사를
준비해서 60살 전에는 배낭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오고 싶어집니다. 마스크 팩 덕분인지 피부가
촉촉해진 것 같지 않나요? 어때요? 저.
2019.9.7.SAT.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