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늦잠을 잤다.
그리고 어김없이 배가 고팠다 젠장..
화장을 급히 하면서 나는 얼른 계란 3개를 삶았다.
적당한 불에 10분, 뜸들이기 5분의 계란삶기 최고의 지침을 지키기엔 나는 출근이 급했다.
급한불에 5분을 삶아내서 찬물에 얼른 식히고는 봉지에 둘둘 말아 가방에 집어 넣곤 집을 나섰다.
지하철 내내 내 왼쪽 겨드랑이에선 따끈한 계란 삼형제가 안그래도 더운 지하철의 온도를 높히고 있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계란을 꺼냈다.
센불의 압을 이기지 못하 한 녀석은 터져 있었고, 한녀석은 구멍이 뽕! 그리고 한녀석은 말짱했다.
터진 한 녀석이 노란 액체를 흘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급한불 5분은 실패로 판명났다.
그러면 그렇지..
터져버린 한녀석을 애도하며 쓰레기통으로 보내곤 두녀석을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까를 고민했다.
다시 삶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너무 배가고파 눈이 돌아가고 난 후였기에..
쿄쿄쿄~~ 전자렌지에 돌리기로 했다.
두녀석을 사기그릇에 넣고 돌린지 어언 이분여 남짓..
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뽕!! 하고 구멍 난 녀석이 터져버린것이다.
음.. 이래서 맹장수술한 사람은 우주선을 타면 안되는구나.. 쌩뚱맞은 생각을 하며,
또한번의 애도로 한녀석을 버리고는 말짱하게 살아남은 한 녀석의 껍질을 조심스레 벗기기 시작했다.
드디어 살색의 계란은 하이얀 속살을 드러내며 모락 모락 김을 풍겨댔다.
지독스런 닭똥냄새와 함께..
"오~~ 괜찮은데?? 잘 익었으~~"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아침의 그 허둥댐과 두녀석의 의미없는 쓰레기통행이 이렇게 보상받는다고 생각하기 기쁘기 그지없었다.
계란은 노른자와 흰자를 반씩 베어먹여야지만 그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렸다!!
나는 노른자와 흰자를 정확히 반씩 베어 먹었다.
그때 밀착되어있던 흰자와 노른자가 내가 한입 베어먹으로 인해 분리되었다.
아무렇지 않으리라..
분명 어디선가 "보글 보글" 이란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이토록 처참한 일이 일어날 줄이야..
정확히 두번째 베어먹기 위해 계란을 입 가까이 가져간 순간..
노른자를 품고 있었던 흰자의 웅덩이에선 액체가 되어 끓어 오르던 전자렌지속 수증기가 강한 압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버렸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순간 뜨거운 액체는 나의 윗입술을 강타했고, 액체가 폭팔하면서 함께 밀어냈던 반쯤 남은 노른자는 거대한 폭탄이 되어 나의 안경을 덥쳤다.
깜짝 놀라 나도모르게 던졌던 계란은 땅바닥에 철푸덕 떨어졌지만 미미한 폭팔의 잔재는 남아있어 나의 공포감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사무실의 청소를 담당하시는 아주머니의 극성에 나는 1차 폭팔이 일어났던 전자렌지를 깨끗이 닦았으며, 2차 폭팔후 더럽혀진 바닥또한 깨끗이 쓸어야만 했다.
더러워진 나의 안경과 부어오른 내 윗입술.. 그리고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쓰린 내 위속은 그렇게 쓸쓸이 오전을 보내야만 했다.
첫댓글 먹는거 제대로 못챙겨먹으면 진짜 화나죠.. 가끔 서럽기까지 한걸요ㅠㅠ 아~ 입에 한 입 넣다만 계란의 아쉬움과 절명한 안타까운 두마리의 치킨..ㅠㅠㅠ
으으...배고플때는..ㅠㅠ
헉..진짜 서러울것 같아요..! 전 아침을 못 먹은 날에는 그냥 아침을 넘겨버립니다. 그러고 나면 점심 먹을때에도 속이 안좋아 밥이 안들어간다죠- ㄷㄷ
헉.. 님.. 그런 생활이 지속되면 안됩니다. 절대 그러면 안되는데 절대로.. 건강이 나빠져욧!!
ㅎㅎ 저도 회사에 저 먹을 건 꼭 사가거나 싸가거나 합니다ㅡㅡ;; 배고픈 아침은 참 싫죠.
안타깝네요 ㅎㅎ
하하하하. 리얼 라이프 서스펜스 스릴러물이군요. 재미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