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산행기 2008. 5. 16일
오늘의 참여자 : 매암, 난곡, 남계, 춘성, 영운, 태화, 청암, 흰내, 덕산, 혜종, 여산 11명
집들의 담장너머로 장미꽃들이 화사한 붉은 웃음을 날리는 5월
신록의 계절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지 않는가.
가볍게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니 휘파람이 절로 불려진다.
산삼회 총무 중산 선생이 일이 있어 오늘 등산에 불참,
버드나무가 대신 산행기를 씁니다.
그동안 새 총무께서 사진까지 곁들여 입체적인 산행기를 올려 실감을 더했는데
저는 시대에 뒤떨어지게 글자만을 두드려 컬러시대에 흑백 TV 를 보는 느낌이실 겁니다.
10시 20 분
온천장역에서 모여 건너편에 보이는 산성 마을버스에 오르다.
이 때 매암 선생이 전철역의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는 줄 아무도 몰랐다.
버스가 식물원을 통과할 무렵에 휴대폰이 왔다.
- 날 두고 내빼버리다니?
- 우린 좌석이 없어 서서 가는데 편안히 택시 타고 따르소.
온천장에서 산성 마을 까지 가는 버스길은 구절양장 - 부산 버스 노선 가운데서는 가장
꼬불꼬불한 길, 옛날에는 더러 버스 전복 사고도 있었지만 이제는 시멘트로 튼튼한 가드 벽을 쳐두어서 안전 99 %.
버스 안에서 흔들리면서도 주변의 신록을 실컷 볼 수 있어 좋다.
열린 차창으로 싱그러운 숲 냄새도 맡을 수 있다.
45분에 금정산성 동문에 도착.
11명은 손을 모아 청암을 오늘의 산행 대장으로 삼아 출발 산삼! 하고 발대식을 올리다.
산성을 따라 동문에서 북문까지 가서 거기서 점심을 먹고 범어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다.
4시간 길은 될 것이다.
성을 따라 난 길은 탄탄대로라 할 정도로 잘 닦여진 길
부산 시민들이 즐겨 밟는 등산로.
11시
길가 소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1차 휴식.
영운이 잘 다듬어 깎은 오린지를 내놓아 달콤한 수분을 공급.
춘성의 유머 한 방.
남편이 집에서 아예 식사를 안 하면 마누라 왈
- 우리 영식님은 외출중이세요.
한 끼를 먹으면
- 일식이 집에 없는데요.
두 끼를 먹으면
- 이식이 자식, 어데 나갔어요.
세 끼를 꼬빡꼬빡 챙겨 먹으면
- 우리 삼식이놈, 뒷방에 처박혀 있어요.
탄탄대로를 약간 우로 빠져 나가 성벽위로 난 좁은 길을 걸으면 시내 구경도 할 수 있다.
금정구 동래구가 한 눈에 들어오고 버스길, 전철, 고속도로까지 ~ 저 멀리 오륜동 저수지까지 보인다.
11시 20분에 전망 좋은 데서 2차 휴식.
청암 대장이 오이를 예쁘게 쪼개서 분배.
성벽을 따라 이어지는 바위群들이 볼만하다.
빈대떡 바위, 나비 바위, 코끼리 바위, 부채바위, 얼굴바위, 거북이 바위 등등.
그 중에서고 가장 걸작은 무명 암장 (無名岩墻) - 이름 없는 바위 담장이라고
여산이 설명한다.
가히 소금강이라 할 만하다.
11시 40분에 3 망루 앞에서 반석에 앉아 3차 휴식.
쉬어 간들 어떠리?
나이 든 사람들의 등산은 쉬엄쉬엄 산책 하듯이 하는 게 제일이다.
여산이 잘 익은 바나나를 내놓는다.
영운에게 가장 크고 싱싱한 걸로 골라 제공.
제 3망루에서 제 4 망루에 이르는 길도 탄탄대로를 연상할만한 너른 길.
그런데 땡볕 길이어서 좌로 약간 트니 좁고 아늑한 숲속 길이 나 있다.
맨 처음 이 길을 낸 사람이 누구였을까?
옆에 크고 너른 길을 놔두고 일부러 작은 길을 내어서 숨길을 연 사람의 여유가 고맙다.
제 4 망루 앞에서 4차 휴식.
흰내가 연양갱 하나씩을 제공.
이어지는 길은 금정산성 북문으로.
1시에 북문 산장 뒤의 알맞은 터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펼치다.
재작년에 작고한 김진재 의원이 사비를 내서 조성한 은행나무 숲이다.
반주로 태화가 코브라 술을, 춘성이 산성 막걸리 세 병을 내놨다.
-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쨘!
술이 좀 들어갔으니 춘성의 오찬 세미나가 없을 수 없다.
초등학교 여선생이 아이들에게 내일 학습준비물로 이쑤시개를 가져오라고 했다.
어떤 아이가 글쓰기가 서툴러서 이쑤시개를 10쑤시개로 써서 집에 가서 보여주었더니
이튿날 아버지가 아이를 따라 학교에 갔더란다.
어느 계군들이 계를 마치고 내일은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행 경비는 10 만원.
총무는 다짐을 두었다.
10만 가져 오너라, 10만.
다음 날 어느 여 계원에게 돈을 내라니까
이것만 가져오라면서 ~ 하고 팬티를 내리고 거기를 보여주었다.
부부가 한 30 년 살면 각방을 써야 된다.
이미 가족이 되었으니 같이 자면 근친상간이 되니까.
등산을 다니니까 남자는 좋은데 여자는 고되다.
경관이 좋은 곳에 앉아서 남자가 손으로 거시기와 코를 연방 만진다.
아니 당신 뭐하는 거여?
- 좋고 좋고, 이 말이여.
그 말을 듣고 이번에는 여자가 그 부분과 팔을 만지는 것이 아닌가.
그 건 또 무슨 뜻이야?
- 씨팔 씨팔, 이 말이여.
대충 식사들이 끝나자
혜종이 도마도, 남계가 귤을 ~
거기에 여산이 커피를 제공하여 멋진 후식을 먹고 점심상을 접은 것이 2시.
범어사 계곡 길로 내려간다.
북문에서 범어사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길이고 바위투성이 길이어서 내려가기가 힘든데
착한 사람들이 손을 많이 봐서 옛날 보다 한결 수월하다.
금강암, 범어사를 거쳐 버스를 타고 범어사 전철역에 도착한 것이 3시
10시 45분부터 걷기 시작하였으니 오늘 보행 시간은 4시간.
금정산 동문에서 북문까지, 또 북문에서 범어사 까지 금정산의 핵심을 밟은 셈이다.
부산 시민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휴일 등산 코스일 것이다.
덕촌 친구가 부산대학 병원에 입원해있다고 하니 오늘 같이 가보는 게 어떤 가고
즉석 의논이 되었다.
4시에 병원에 도착.
전철, 역시 빠르고 편리하다.
병원 입구에서 산삼회 총무 중산, 춘길 친구를 만나다.
덕촌은 폐수종으로 (폐가 해면체가 되어서) 물을 다 빼내는데 시일이 좀 걸린다고 한다.
얼굴은 전혀 환자 같지 않다.
덕촌이 누군가. 건강하나 우리 모두 부러워하는 사나이 아닌가.
쾌유를 비는 봉투 하나 같이 만들어 주고 나왔다.
빨리 일어나서 산삼회 나오세요.
다음은 백양산
학생 교육 문화회관 등나무 벤치 10십니다.
그 때 까지 안녕히!
첫댓글 오랫만에 남계의 산행기를 보니 역시 남계는 남계군요. 전혀 녹슬지 않은 문필은 아스라히 추억을 불러내 주고 있군요. 아직 몸도 완쾌되지 않은데도 불굴의 정신으로 산행에 참석해 주고 이렇게 멋진 산행기까지 써 주어 회원들을 기쁘게 해 주니 정말 고맙다는 말 밖엔 더 드릴 말이 없네요. 그리고 그 날 산행 중 4망루까지의 성벽은 북경 만리장성보다 기교가 뻐어나고 규모도 엄청 큰 것 같았어요. 역시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은 내 가까이 있는 것이 제일인 것 같아요. 아름다운 우리 산천 잘 보호해야 겠어요. 산행기!!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남계 선생 수고했소이다. 남계 선생 때문에 169차 산행기가 나오는군요. 근교산 최고의 산행 코스, 최고의 산행기, 부채바위, 나비바위 등 여산 선생의 슬라이드쇼와 함께 보고 읽으니 마치 금정산 속에 산행 팀과 함께 있는 착각이 듭니다...산행 코스를 숲그늘로 안내한 금정산 전문가 청암 선생도 수고하였습니다. 산행기 정말 재미 있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한30년은 이런글 더 쓰셔야 할테니 등산로 많이 개척해 놓으시소
자혜야, 너와 난 눈으로만 등산해도 금정산의 정기 다 받은 것 같제. 춘성님의 강의를 나의 짝지께 전달하였더니 사랑받는 아내의 요소를 잘 갖추었다고 칭찬 받았네. 하하 호호... 그러나 덕촌님 빨리 완쾌 하시길 바랍니다.
건강을 되찾아 산행하시니, 반갑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글담이 좋으십니다!. 덕촌님께서도 빨리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자혜야! 반갑다. 오직 건강하기를!